한때는 지나다니는 수많은 커플들을 볼 때마다 짜증만 솟구쳤다. 그리고 의문스러웠다. 생물은 대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며 사랑과 성욕이라는 성질의 감성과 욕구를 고안해내고 자신들의 정보에 각인시켰다. 대자연에서 살아남기 유리한 이 획기적인 도구들을 개발한 존재들은, 상대적으로 대자연에서의 생존에 유리한, 즉 '우월'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 도구들은 게으른 개체조차 결코 자손을 퍼뜨리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만들었다. 결국 선조들의 이 생존을 위한 사투 끝에 탄생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렇듯 현재 지구상엔 선조들의 덕을 본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며, 이 순간에도 자신들에게 각인된 본성을 통해 대부분은 반강제로 자손을 남기며 사라져간다. 게다가 이 욕구와 감성은 기본적으로 대자연에서의 생존에 더 적합하고
유리한 우월함을 추구했으며, 그리하여 자손들로 하여금 서로를 경쟁시켜 결국 더욱 더 우월한 객체가 후대를 더 많이 퍼뜨리게 하였고, 생존을 위한 진화는 더 손쉽게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미 란 무엇일까? 미 도 우월함의 일종인가? 그렇다면 대자연에서의 생존에 더 우월한 형태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적 기준의 형태인가? 우리는 현재 대자연에서의 생존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가, 인간 사회 내에서의 생존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가부터 우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간 사회 역시 대자연에서 더 잘 살아남기 위해 탄생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아름다운 형태가 대자연에서의 생존에도 더 적합한 형태라 결론내렸다.
그렇다면 최종적이며 궁극적인 질문에 도착한다. 왜 모든 생물은 척박한 우주의 대자연 속에서 본능적으로 생존하려 분투하는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성질의 개체들만 살아남아 그들의 후손들만 현재 남아있어 최초에서부터 모든 생물이 그러한 본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 생물, 즉 생명은 왜 탄생하는가?
무슨 목적으로? 단순히 기묘한 우주적 우연으로?
이것까진 아직 도저히 유추하고 사고하기 힘들다. 너무 거대한 곳까지 와버린 듯하다. 여기서부터의 우주적 물음들은 너무나 거대하고, 신비롭고 알 수 없이 기묘하여, 현재의 나로선, 아니 어쩌면 우리 인간이라는 3차원적 존재의 한계로선 영원히, 절대 풀 수 없는 미지의 물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사고하고 사유하기를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커플들은 수십억 년 전, 대자연에 맞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던 생물들 중 하나였던, 생존에 가장 뛰어난 도구를 최초로 발명한 한 선조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자 발자취이다. 나는 이제 커플들을 볼 때마다 수십억 년을 건너뛰어, 아직까지도 우리 곁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선조의, 우리로써는 상상도 못 할 억겁의 고뇌와 번뜩이는 지혜를 느낀다. 온몸이 환희로 떨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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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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