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키스하기 직전의 상대방의 날숨과 같은 야들야들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까지 유들유들해지던 9월의 어느날.

눈가에는 웃음자국으로 주름이 자글자글한, 서른넘어 나이도 찼는데 결혼못해서 평생 데리고 살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한 부모님이 차려주신 3번째 맞선자리.

그 전 두 번의 맞선에서 까이고 까고 1:1의 전적을 있었는데 굴하지않고 3건이나 더 물어오신(?) 아버지의 사랑과 영업력에 보답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사실 나이도 있어서 한눈에 뿅하는 상대를 만나겠다는 그런 기대감없이... 불금에 부담없이 치킨이나 먹으며 얘기나 나누고오자싶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일 마치고 저녁 9시쯤 대학교앞 버스정류장쪽에서 만나기로했습니다. 

남성분은 퇴근하고 차타고 오면서 대학가 근처에 있던 여성들을 스캔(?)하며 저 여자가 상대였으면 좋겠다고 찍었는데 그 여자가 저 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남성분은 첫만남을 기분좋게 시작했어요.

그에반해 저는 기대1도없이 오로지 치킨생각만 했고, 저녁도 건너뛰고 배고팠지만 처음만난 자리이니만큼 환하게 웃으며 치킨먹으러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제가 본 남성분 첫인상은 30대 중반인데 마치 촌에 할아버지가 읍내에 멋부리고 나갈때 입을법한 어두운계열의 줄무늬 pk티를 입고오신, 꾸밀줄도 모르는 공장 현장에서 일만 할거같은 아재스타일.

멋부리는데 관심이 없거나 오늘 만남에 큰 기대를 안하고 나왔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모나미룩(흰블라우스+검정색 h라인 스커트+이마드러낸 올림머리) 이었구요.

날이 날인지라 제가 사는 지역 번화가인 상남동은 사람도 많고 시끄러울거같아서 우리동네 전통시장안 치킨집에서 치맥을 제안했고 남성분도 흔쾌히 수락합니다.

그렇게 차로 10분거리인 시장에 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동네아재들이 그득하던 치킨집으로 입성했어요.

저는 치킨먹을생각에 마냥 행복해 싱글벙글모드 였는데 지금도 치킨을 기다릴때 그 시간은 여전히 설레고 행복합니다^^*

운좋게 자리가 있어서 착석을 했고

저는 상대방에게 무슨치킨 먹고싶냐 물으니 저 먹고싶은거 먹으라길래 양념 들어간 종류로 시켰어요.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내릴겸 목도 축이고 싶었는데 남성분이 센스있게 시원한 맥주도 시켜주셨어요.

남성분은 차를 가지고와서 술은 한모금도 드시지않으셨구요

원래 제가 낯을 안가리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둘 다 서른넘어서 결혼은 커녕 연애 앞가림도 못하고 빌빌거리니 어른들이 주선해주는 맞선이나 보며 귀한 불금을 보내는 같은 상황에 있다 생각이 들며 뭔지모르는 동지애가 느껴지고 편하게 

대화가 되더라구요

뭐 저는 아버지 소원도 들어줄겸(결혼하기 위해 내가 노력하는 모습) 치킨먹을 겸 나온자리라 사실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점도 없었어요..제가 얘기를 많이했다고 하는데 저는 무슨 

얘기했는지 기억도 안나구요^^;

앞 두 번의 선자리에서는 식사를 하든 차를 마시든 남성분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1차는 무조건 제가 계산했거든요.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두번째 만남을 할지 안할지 모를 상황에 남성분께 빚진 기분을 가지기 싫었어요. 

행여나 지방소도시에서 언제어떻게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데 뒷말나오는것도 싫었구요.

다 먹고 빌지를 제가 먼저 집어서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돌진을 하니 (제가 화장실 다녀오는사이에)

남성분이 치킨값을 먼저 계산을 했더라구요.

아... 그럼 내 예상과 어긋나는데 싶어서 순간 고민하는 찰나에 남성분이 차한잔 더 마시러 가자고 하셨어요.

저도 빚진기분은 되도록 빨리 정산해야 마음편할거같아 차를 사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밤11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호수가 근처로 2차를 가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