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경기를 잡는다!

싸이

이번 2020시즌 초반에 드러난 대표적인 경향은 ‘수비야구’이다. 어느 스포츠에서나 수비의 중요성은 강조되나, 이번 시즌 초반에서의 수비야구는 수많은 승리를 견인해내는 힘을 보여준다.(‘공격’은 재미를 가져다 줄 뿐이지만, ‘수비’는 승리를 가져다 준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선전은 눈여겨 볼 만하다. 단순 수비 잘하는 유격수(마차도)를 영입했을 뿐인데(공격을 잘하는 것은 덤), 롯데는 현재(20.05.12.) 패가 없는 1위팀이다. 한화 이글스가 키움에 스윕패를 당하며, 끌려오는 것 또는 역전패를 연달아 당한 것도 결국은 자잘한 수비의 실수가 만든 것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다뤄보겠다.

오늘의 경기는 오랜만에 보는 명품 투수전이었다.

브룩스의 인터발이 없는 짧은 간격의 투구가 한화 타자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것보다 ‘확~’바뀐 김민우 투수의 구위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공 자체의 구위도 무겁게 느껴졌을 뿐더러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좌,우,위,아래 등 구석을 제대로 찔렀다. 특히나 7회 무사 1,2루 위기상황에서 최형우로부터 시작되는 기아 타선을 연속 3삼진으로 잡아낸 것은 그야말로 김민우 투구의 백미였다.

그러나 한화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4회 1사 1루(호잉), 3루(이용규) 상황에서 이성열이 스윙 삼진아웃을 당하고 이 기회에 나온 더블스틸에서 1점을 내지 못한 것은 너무도 아쉬웠다. 특히, 이용규의 움직임 자체가 너무 어설펐다. 점수를 내려면 홈으로 달려가던가, 그게 아니었으면 3루에 머물렀어야 했는데 움직임이 너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2사 2,3루 또는 1점을 내고 아웃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만들었다.

종반 8회에서 기아 나지완의 홈런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전 김민우의 힘좋은 투구에도 펜스 근처에서 타구를 날려 보냈기 때문에 김민우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김민우도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구원으로 올라온 박상원 투수가 홈런을 맞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만, 2번째 타자였던 한승택의 3루수 앞 안타는 아쉬웠다. 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3루수 송광민이 잘만 잡았다면 투수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위축된 박상원 투수 역시 홈런을 맞은 이후 무사 1루에서 주자를 보지 못해 걸린 주자를 보지 못하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린 것은 아마, 김민우의 승리투수 여건을 날려버린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가진 듯 한데, 그것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9회 첫 타자였던 터커의 2루타는 어느 누구도 전문 1루수를 키워내지 못한 한화의 현 주소일 뿐이다. 물론, 빠르고 힘든 타구였긴 했지만 이를 몸으로 막고 앞에 떨어트려만 놨어도 2루타를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김태균, 이성열, 김회성이 번갈아 1루수를 보고 있긴 하지만, 어느 누구도 1루수 수비를 잘 본다고 할 수는 없다. 차라리 변우혁이나 노시환을 전문 1루수로 만들어 수비를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물론 이 경우, 이성열은 지명타자로 김회성은 3루수 백업을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결국, 한화는 이 실책 아닌 실책으로 승리를 날렸다.

여담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태균의 거취를 고민해 볼 만 하다. 두 차례 잘 맞은 타구가 제대로 뻗어나가질 못했다. 이는 김태균의 잘못이라기보다 힘을 실어보내지 못하는 나이의 탓으로 보인다. 이제 그만 은퇴를 인정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