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치다가 클럽에 비슷한 시기에 같이 들어온 동기들중 갑자기 한 명이 실력이 급 상승했습니다.

그 이유를 보니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C조급분들이랑 매일 치다가 보니 실력이 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구.시대회를 한 달 남겨놓고 특훈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계획을 세운게 아침에는 체육센터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회사 점심시간에는 다른 체육관에 가서 선수출신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저녁에는 클럽코치에게 레슨과 게임을 받고 한 달간만 빡세게 배드민턴에 몰두를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회사 출근시간을 1시간 뒤로 미루고 아침 7시부터 9시30분까지 2시간동안 동네 체육센터에 가서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느낀 소감은 이렇습니다.

동네 체육센터는 생각보다 고수분이 별로 없었습니다.

잘치시는 분들은 소수이고 아주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아침에 많으신데 이 분들이랑 게임을 하면 뭐랄가 배드민턴을 치면서 배운게 리셋 되는거 같습니다.

일단 아주머니들은 자리를 못 잡고 공만 뜨면 자리에 앉아버리거나 치질 않으니 계속 중앙에서 제가 가만히 있게 되더군요.

그리고 스매쉬를 때리니 아주머니들이...

"총각... 랠리... 이기는 것보다 랠리가 있어야지 재미있잖아~"

이렇게 말해서 클리어나 드랍만 놓고 이곳저곳 뱅뱅 돌리기만 하게 되더군요...

또 롱써브를 넣으니까... 주변에 아저씨들이...

"야... 여자한테는 롱써브를 넣는게 아니야...."

이러면서 또 못 하게 하니까 정말 김이 팍팍 빠지더군요.

아주머니들은 제가 공을 이곳저곳으로 빙빙 돌려주니까 운동되고 랠리가 있어 재미있다면서 웃으시면서 좋아하시는데...

저는 자꾸 드랍과 이곳저곳 돌리는게 습관화가 되어버리더군요...

또... 다른분들이랑 좀 게임을 하려고 해도 아주머니들이 총각이 재미있다고 계속 똑같은 분이랑 게임을 잡아놓아버리니 한 번 아주머니들이랑 게임을 치면 1시간 넘게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주머니들이 수고했다고 음료수나 먹을걸 막 주시니 저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_ㅠ)

아주머니들말고 그나마 좀 치는 사람들이랑 칠려고 하니까.... 아주머니들이랑 제가 하는걸 보고는...

"총각 아주머니들이랑 치는거보니 스매쉬도 못 치고 자리도 중앙에만 가만히 있던데... 우리랑 칠려면 아직 더 배우고 와야되..."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_-;

저는 기분 나빠서 어떻게해서 이 분들이랑 게임을 한 번 했는데 열 받아서 점수차를 크게 나게 박살을 내주고 그 뒤로 한 게임도 안 했습니다. (게임 끝나고 이 분들은 왜 혼자 다 해먹을려고 하냐 니 공이 아닌데 왜 칠려고 하냐 등등을 이야기 하면서 또 뭐라고 하시더군요. 본인들 공 자체가 앞에서 다 따 먹을 수 있게 공을 준건 생각을 안 하신건지...)

아무튼 아침에 동네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친건 악순환을 가져왔습니다...

클럽에 가서 배드민턴을 칠 때도 스매쉬를 때려야 되는데 아침에 자꾸 드랍이랑 돌리는게 습관화 되어서 때려야 될 때 때리지를 않게 되어버리더군요.

그리고 자꾸 중앙에서 우리편이 치는걸 바라보게 됩니다. 체육센터에서는 아주머니들이 공을 하도 놓치니까 아주머니들 공을 치나 안 치나 보고 못 치면 뒤로 달려가서 치다보니 이게 클럽에서도 그대로 나와버리더군요 -_ㅠ

클럽가서 파트너나 주변 사람들에게 참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치는데 ...

정말 게임하는데 성의 없이 친다와 왜 때려야 될 타이밍에 때리지 않고 놓을려고만 하냐 등등...

말을 많이 들었고 특히 저는 별로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빨리 일어나고 점심에도 배드민턴을 치다보니 체력고갈로 인하여 저녁에는 피로가 누적되어서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더군요.

배드민턴을 많이 친다고 실력이 느는게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점심에는 선수출신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나서 느낀점은....

저는 클럽에서 8개월동안 레슨을 받으면서 자세를 지적받거나 그런게 거의 없었습니다.

레슨을 받으면서도 자세가 엉망인거 같고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어요.

특히 클럽에서는 스탭자체를 안 가르쳐주고 스트록 위주로 알려주다보니 공은 어떻게든 치는데 다리가 못 따라가서 항상 되치기를 당하거나 그 다음이 없었지요.

이번 코치는 아주머니였는데 ....

정말 시작부터 포스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레슨을 받으면서 단 한 번도 자세가 좋다거나 잘 하고 있다라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습니다 -_ㅠ

스매쉬를 때리든 뭘 하든 공은 어떻게든 잘 넘겼는데 자세가 안 좋다. 스탭이 안 된다....

그 다음자세를 왜 준비 하지 않냐등등 계속 불호령 같은 말만 합니다 -_ㅠ

스탭도 어떻게 8개월 넘게 하나도 안 배웠냐등등 이야기를 하며 기초부터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합니다.

주변 아저씨들 레슨 받는걸 보면 저는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치는 너 나이때는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서 날아다니면서 칠 수 있어야 된다면서 자꾸 저의 한계 이상을 요구하시더군요 -_ㅠ

그래도 레슨 받는 맛이 났습니다. 계속 단점등과 잘못 된 동작들을 고치면서 뭔가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참 웃겼던게 낮에 레슨 받을때 스매쉬를 치면서 자세가 안 좋고 스매쉬가 약하고 이런 이야기를 엄청들었는데....

저녁에 클럽코치에게 레슨을 받는데 스매쉬를 치니까....

"오늘 스매쉬 참 좋은데요..." 이러더군요....

낮에는 자세도 안 좋고 스매쉬도 약하고 욕만 엄청 먹었는데... (낮에 레슨 15분 받았다고 이 자세가 금방 고쳐지거나 공이 갑자기 쎄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단지 립서비스로 말한것일뿐...)

코치도 많이 바꿔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코치를 선택 해야 된다는걸 낮에 레슨 받으면서 느꼈습니다.

공을 어떻게든 치는거보다 자세와 스텝이 중요 하다는걸 정말 배우면서 많이 느꼈습니다....(클럽 코치에게 레슨을 받을때는 어떻게든 공은 치게 되는데 그 다음이 없어 항상 실력에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아침에는 체육센터에 되도록이면 안 나가게 되었고 하루에 게임을 많이하는거보다 한게임 한게임 집중해서 하는 것이 훨신 효과적이며 휴식 역시 매우 중요하다라는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침.점심.저녁 이렇게 계속치면 실력이 급 상승 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아침에 안 치고 게임수를 줄이고 집중하고 생각해서 치는게 실력향상에 더 큰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