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시절 눈맞으면 근무를 서는 중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근무를 서던 고참이 '기형도'를 아냐고 물어본뒤 모른다고 대답하자 이 시를 저에게 읇어줬었죠.
한때 시동아리에서 활동했던걸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 고참이 제대하며 저에게 주고간 기형도 전집.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도 좋습니다.
밤 눈 -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세상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저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선은 또라이같던 고참이 이렇게 길고 멋있는 시를 외우고 있다는게 충격이었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글로 묘사를 저렇게 잘해놨을까?' 였습니다.
나도 나중에 저런 시를 한번 써보고 싶다.. 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시 입니다.
사람마다 시를 읽고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저는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여기를 제일 좋아라 합니다^^
추운겨울 따뜻한 방안에서 시집 한 권 읽어보시는건 어떠신지요? | |
|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 비회원 *]
안 그래도 예전부터 꼭 사서 읽어봐야지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