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잘 찍고 싶었고, 사진을 잘 찍어야만 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_ -


때문에 의욕이 충만한 시절에는 가끔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집을 도서관에서 마구잡이로 골라다가 미친듯이 감상하곤 했었죠.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의 감상이 좋은 방법이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도 못했던 것 같아 부끄러운 지금입니다)


그 시절 사진집을 그렇게 열심히 보면서도 사진에 대한 욕심은 들었을지언정 사진집 자체에 대한 욕심은 그리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감히 이해하기 어려운 심오한 사진들이 그득한 두툼한 양장본 사진집은
음... 그냥 솔직히 돈주고 사기에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보기도 벅찬 그런 책들을 내 책꽃이에 쌓아둔다면 그건 괜히 낭비같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나보죠.

내 평생에 사진집이라는 것을 살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아, 갖고 싶은 사진집이 딱 한 권 있기는 했습니다. 김희중 선생님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진집이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사진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 The Timeless Moment "

자동차 잡지 한국어판 '톱기어' 6년 간의 사진을 추려셔 기록으로 남긴 사진집입니다.
포토저널의 포트폴리오 같은 거죠.

이 사진집만큼은 정말 구미가 당기더군요.


그 이유야 당연하게도 '자동차를 담은 사진집'이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이 책도 사진집은 사진집이니까.

'사진집 같은건 영원히 살 것 같지는 않군...' 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 같은걸 깨트려 버린 책인 셈이죠. ㅋ

두툼한 양장본 사진집 치고는 가격도 싼 편입니다.
15000원.


별다른 내용 없이 사진만 가득차 있는 책입니다.
때문에 자동차와 아름다움에 대한 어떤 거창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런 책일 수도 있습니다만,
뭐, 사진집이라는게 어차피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사진의 결과물보다도 찍을 때의 상황이나 느낌을 중요시 하는 저로서는
공들인 사진 한컷 한컷의 상황과 느낌이 전해지는 이 책을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사진을 찍는 촬영자로서의 느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음... 이건 제가 에디터 같은 사람이 되길 (몰래) (간절히) 희망하는 것과 관련된 제 기질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_ -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욕심내볼만 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멋진 자동차들과 열정의 순간이 담긴 사진집을 잡지 두 권 값이면 살 수 있으니까요.


차를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지르세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