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인 친구들에 비해 독서를 즐겨하는 저에게,
종종 친구들이 묻습니다.
"한국 소설가 중에서 누구 좋아해?"
저는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김연수 씨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이유가 지극히 주관적 입니다, 하하..
문장 하나하나가 인간적이면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와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청춘을 명륜동에서 보내셨고, 요즘은 일산에 있는 정발산, 라페스타, 호수공원 등지에서 서식하시며 삼청동을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시며, 인생에서 가장 값비싸게 느낀 고독이 바로 사막에서 느낀 고독이라고 하세요.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것은 달리기.
제가 억지로 맞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공통점이라도 있다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공통점이 많은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마음 속으로만 간직해왔던 것을,
글로써 표현해내신 것이죠.
제가 오늘 읽은 책은 '지지 않는다는 말' 이라는 산문집이에요.
그의 취미인 '달리기'에 관한 산문집입니다.
글귀 하나하나 놓칠 수 없이 좋습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바로 '제목'인데,
제목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서론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해요.
서론. 지지 않는다는 말.
전후에 태어난 우리는 모든 싸움은 이겨야만 한다고 배웠다. 패배자가 되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했다. (중략)
그러므로 청년이 된 나는 모든 스포츠를 경멸했다. 그건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달리기란 이를 악물고 달려야만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체력장의 오래달리기, 아니면 낙오하게 되면 나로 인해 모든 소대원들이 기합을 받게 되는 산악구보 같은 것을 의미했다. 다른 누군가를 이기지 않는다면, 결국 패배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 패배자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내게 스포츠란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기만 했다. 과연 이기지 않는 것은 패배를 뜻하는 것일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처음 대회에 참가해 결승점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으로 뛰는 둥 마는 둥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 초입으로 접어드니 길 양옆으로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꼴을 보고 있구나. 그런 부끄런 마음이 드는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치면서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었다. 그 환호를 대하자마자 내 등이 쭉 펴지면서 온몸에 생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봤다면 곧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려는 선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통해서 내가 깨닫게 된 일들은 수없이 많다. (중략)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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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김연수 씨의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