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음에서 도서 이벤트를 하는데 당첨이 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몇 자 적어봅니다.
1. 좋았던 점
- 작고 가벼운 책
책 내용상의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일단 책을 받고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책이 작고 가벼운데다
종이도 고급 용지가 아니어서였다.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국내 출판 업계가 내는
책들이 이상하리 만치 크고 무겁고 비싼 하얀 종이를 쓴다. 물론 책에 종류에 따라 그와 같은 형태가
맞는 것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볍게 읽는 책들까지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거기다 항상
책을 특정한 장소에 앉아 읽는게 아닌 출퇴근 하면서 이동하면서 본다면 더욱 더 불편한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데드맨은 한손에 들어오는(약 7인치 테블릿과 비슷한 크기다) 크기에 종이도 고급지
가 아니다 보니 약간 접거나 구겨저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좋은 점이 있었다. 미국의 페이퍼북처럼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쉽고 간결한 문체
아마 국내에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본 작가의 추리 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 혹은
드라마를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일본 경찰의 직위 체계를 어느정도 익히고 있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데드맨에서는 그런 부분을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보면서 새롭게 일본
추리 소설을 읽으려는 독자나 아직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독자를 배려하는 작가의 세심함이 좋았다.
또한, 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했던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은 원래 문체상의 문제인지
번역상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개인의 수준 문제인지 읽으면서 부분 부분 어려운 면이 있었으나
데드맨은 대단히 쉽고 간결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처음 편지 부분은 좀 더 독자가 책에 몰입하게 해주
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개인의 특성 차이겠지만 여러명의 시선이 나오는 소설들은 가끔 한쪽의 이
야기를 다 끝내지 않고 다른 쪽의 시선을 제시함으로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말
끔하게 끝내고 넘어가는 편이 좋은데 데드맨은 그런 면에서 말끔한 맛이 있었다. 이렇게 쉽고 명확한
구성은 새롭게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에 흥미를 가진 독자에게 추천해 줄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 아쉬운 점
- 치밀함의 부족
앞서 제시했듯이 이 소설은 이제 막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에 관심 있기 시작한 독자에게는 꽤 좋은 책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하드하게 일본 추리, 미스터리 소설 및 작품을 본 독자
라면 그저 무난한 작품이라고 밖에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부분은 너무
우연성이 짙으며 사건의 구성 자체도 너무나 우연성에 기인해 있다. 아니 사실 작가의 첫 작품이고 소재
자체도 시마다 소지의 아조트를 따왔다는 점에서는 많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의 홍보 문구 만큼의 기발한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거나 인간의 성찰이 담겨
있지는 못했다. 이 부분은 작년에 나왔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제노사이드>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제노
사이드는 작가가 20년에 걸친 필작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하드
하게 추리 및 미스터리를 읽어 온 독자라면 이미 읽어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니 비교해도 될 듯 하다. 사건
의 치밀함이나 인간 존재 자체의 서늘한 통찰은 그렇게 크게 다가오는 문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 캐릭터성의 부재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건 인물들이 다들 어디선가 한번 쯤 볼 수 있었던 인물 같았던 것이다. 주인공인
가부라기는 전형적인 그동안 너무 평범했으나 갑자기 특별한 존재가 되는 그런 주인공이었고 히메노의 경우
부자인데 커리어를 가지 않고 일반 경찰이 된 요즘 가끔 일본 작품들에서 보이는 그런 캐릭터이다. 거기다
히메하면 당연히 히메카와 레이코(혼다 테스야,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아니냐고 하는 독자나 히메카와가 여자
면서 강력부에 있어서 히메라고 놀림 받는 것이나 부자여서 히메노 히로시의 존재는 역시 비슷한 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사키의 경우도 어디에나 있는 발로 뛰는 형사의 캐릭터고 사와다의 경우도 머리 좋고 스타일도
좋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그런 캐릭터로 보였다. 이런 캐릭터는 어디선가 다들 본 것 같지 않은가?
이런 친숙한 캐릭터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주지만 또한 새롭게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는 아쉬움
을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언제나 있는 번역상의 문제
뭐 번역상의 문제야 언제나 있는거지만 역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일단 몇몇 어미의 사용이 일반적인
용례와 틀려서 가끔 걸리는 점이 있었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제대로 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문적인 일을 하는 분들은 이 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나 있는 일본식 한자의
사용. 아니 다른 부분은 다 참겠는데 개호나 양호같은 간병으로 처리 가능한 단어를 그냥 쓴다거나 이학요법사
라는 국내에서는 물리치료사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그대로 가져다 쓴 점은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사실
이런건 출판사에서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번역 부분부터 좀 더 우리말에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총평
사실 데드맨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또 소재 역시 기존의 시마다 소지의 아조트를 일면 빌려온 점이 있다.
그래서 아직 이 작가의 작품이 괜찮다 아니다를 평가하기에는 서부르다고 본다. 다행히 일본에서 차기작이
나왔다고 하니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다면 그 때가서 좀 더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볍게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나 처음 추리 소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할 독자들에게는 꽤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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