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유무 : 최대한 없지만 그래도 모르니 책을 먼저 읽고 읽어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 기간 : 2014.12.24.~2014.12.25.(+1)
1. 들어가며
전작인 1Q84를 꽤 재미있게 읽고 신작을 꽤 기대하던 중 인터파크에서 실구매가 천원이 가능한 정보를 접하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역효과였을까요? 아니면 몇 장 읽자 또 반복되는 하루키의 전형적인 주인공에 실망해서인지 그냥 바닥에 쌓아 두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면접 오가는 길에 읽을 책을 고르다 보니 우연히 눈에 띄었고, 초반을 견디자 다시한번 하루키의 작품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2. 간단한 줄거리
원래 책 내용은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글이 너무 썰렁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간략하게만 적어봅니다.
주인공인 다자키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인 사라에게 우연히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하게 되고 사라는 다자키에게 그 과거의 물음표를 해결 해보길 권하면서 일어나는 일과 그 과거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 입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는 역시 직접 보시고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3. 왜 이 책은 1Q84만큼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했을까?
책 초반을 넘기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엄청난 몰입감과 뒷 이야기의 궁금증 때문에 책을 손에 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중반 이후는 기존의 하루키의 주인공(20~30대 남자로 부유한 집안 출신에 충실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가 끊이지 않아서 세상 부러울게 없지만 허무주의자...)을 자기복제하지만 기존의 틀과는 다른 궤를 보이면서 개인적으로는 1Q84를 뛰어넘는 혹은 그에 견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선인새 논란을 제외하면 그렇게 크게 회자 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1Q84가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다면 색채없는 다자키 역시 충분히 많은 독자가 읽었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하루키 신드롬은 일부의 과시용이었을까요?
4. 하루키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야만 했는가?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색채가 없는 다자키가 많이 회자 되지 못한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문체가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세세함을 넘어서 너무 탐미적인 묘사와 철학을 넘어 사변으로 치달아 버린 하루키의 문체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는 중반으로 가기전에 독자를 지치게 해버리는 아쉬움을 가지게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유럽에 대한 동경어린 시선이나 너무 깊은 음악적 소양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음악적 소양이야 개인의 역량차이고 제가 이 분야의 지식이 거진 만화를 통해 얻다보니(노다메 칸타빌레나 4월은 너의 거짓말등) 스스로의 수준을 들어내는 것 일수도 있지만, 가볍게 소설을 즐기려던 독자나 모르는 것이 나오면 꼭 찾아봐야하는 저같은 독자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색채가 없는 다자키에서 각종 교향곡이나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루키 정도의 작가라면 유투브 채널이라도 개설해서 들려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가 있겠지만요. 하여간 이런 아쉬움은 차라리 사소한데 색채가 없는 다자키를 읽으면서 마지막에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깐 여전히 자기계발서나 힐링을 가장한 무책임한 말을 담은 책들이 인기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변화의 큰 동력을 얻는 다면 말입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역시 초반의 허무주의 경향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다자키는 큰 동력을 얻고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다시 허무주의의 극단에 빠집니다. 한번 변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한번 변화하면 그게 상당한 기간을 가기 마련인데 이건 뭐 일주일도 가지 않으니 답답하더군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하루키는 책 내에서 답변(혹은 변명)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느끼게 되더군요. 마지막 장인 19장에서 다자키는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라는 부분으로(그냥 제가 바꿔서 적은 표현입니다. 정확한건 책을 읽어보세요) 답변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5. 결론
하루키의 근작인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생각보다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많은 불만을 표출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겠봤습니다. 또 자기복제란 표현을 썼는데 예전에 썰전을 보니 김은숙 작가가 '나니깐 자기복제해도 이만큼하는 거야.'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봤습니다. 예. 하루키 역시 그렇습니다. 자기복제를 계속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훌륭한 책이 나왔습니다. 1Q84가 비현실적이고 기담적인 면이 많았다면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여전히 기담적인 이야기를 뿌려 놓으면서도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열린 결말같은건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요. 시간이 되신다면 또 1Q84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면 한 번쯤 읽으실 걸 추천해 봅니다.
ps. 책을 읽으면서 전율한 부분이 한 군데 있습니다. 인용해 봅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는데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면 되거라고 생각합니다. 혹 문제 된다면 리플이나 쪽지, 메일 주시면 확인하고 삭제하겠습니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 "그것만은 기억해두는 게 좋아. 역사는 지울 수도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거야."
상단 출처 : P51.~5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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