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나는 밝고 긍정적이고, 활발하지만 낯을 가린다. 물론 만나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조금 변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 다른 모습은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잠시 개성을 숨기고 있다고 여긴다. 과연 정말 그럴까?

히라노 게이치로 역시 ‘진정한 나’를 찾아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생각하는 ‘나’란 무엇일까? 작가는 먼저 이렇게 결론짓는다. ‘나’란 특정할 수 있는 하나의 성질의 것이 아니라 여러 개로 나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내’가 변하게 되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 즉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를 만나는 나, 집에서의 나, 아빠로서의 나, 이런 ‘나’들이 모여 내가 된다. 상황에 의해 변하는 것이지 원래의 내가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나’란 원래 이러이러한 사람이고 만나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내가) 할 수 없이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역시도 나를 이루는 하나였다니....조금 놀랍지만 히라노 게이치로가 겪고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들으니 십분 이해가 됐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과 놀랍도록 일치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인간은 나눌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복수로 나눌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의 '진정한 나', 수미일관된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_<나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흔들리지도 않고 정해진 ‘자신’이란 건 없다는 얘기다. 회사에서는 조용하고 친구들과 만나면 시끌시끌해지고 애인과 만나면 과묵해지고, 부모님과 있으면 진지해지는 모습은 내 여러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이 여러 모습 중에 내가 억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닌 타자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내’ 모습이다. 그러니 ‘이건 정말 내가 아닌데’ ‘난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난 왜 저 사람만 만나면 말을 못하는 걸까’와 같은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그저, 나 자신과 상대방이 잘 맞을 수도 있고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방도 비슷하게 느낄 것이니 굳이 그렇게 신경 쓰고 자신을 구박할 필요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린 가끔 ‘사람이 변했다’라는 말을 종종 쓴다. 사실은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개의 분인의 구성 비율의 중요도가 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말도 많고 술 좋아하는 사람이 어느 날부터 말도 없고 모임도 참석하지 않고 조금 쌀쌀맞게 대한다고 가정해보자. 정 많은 김대리, 항상 챙겨주는 선배, 재밌는 친구였던 그가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 아픈 아내를 돌봐야 하는 남편이란 역할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일 뿐이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모습은 결국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한다. ‘진정한 나’란 누군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또는 어울리는 과정에서 빼쭉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스스로 아무리 생각하고 질문을 해도 요지부동인 답이 누군가를 만나면 바로 ‘톡’ 하고 튀어나오게 될지도 모른다.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바꾸려 노력하지도 말자. 뭔가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상대방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자.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는 ‘나’도 나고 내가 싫어하는 ‘나’ 역시 나다. 하루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노력부터 해야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