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성찰이라고 할까요. 이런 분야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서문화출판에서 2007년에 총 3권으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톨스토이의 책과 단편, 기고문 등을 정리해서 낸 적이 있는데 그 중 제1권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후 사진을 없애는 등으로 장정을 약간 수정해서 제1권을 단권으로 판매중입니다. 3권짜리는 그 중 2권과 3권은 다른 글을 모은 것이고 장정이 아주 고급스러워서 책 값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차이가 없으니 1권짜리로 사시는 걸 추천합니다. 톨스토이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했기 때문에 1천쪽이 넘는 분량에 비해 가격은 많이 저렴합니다.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인생독본>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던 책인데 많은 출판사에서 이 이름으로 책을 냈지만 이 책이 완역본입니다.
다른 책들은 1주일마다 들어있는 "이레째의 읽을거리"가 없거나 상당부분 생략되어 있습니다. 또한 본문도 구판을 번역한 책들이 많습니다.
영문 위키에 의하면, 톨스토이가 이 책을 3판까지 냈는데 1판과 2판은 1900년대 초반에 영어로 번영되었지만, 최종판인 제3판은 1990년대에 영역되었고 그 때 이레째 읽을거리가 생략된 채로 번역되었습니다. 수많은 번역본이 있지만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이레째 읽을거리가 없었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번역자가 영어영문학 전공자거나 별도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영역본을 중역한 거라고 봐야겠죠. 동서문화사 번역본은 번역하신 분이 러시아어전공자에 주러시아한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분입니다. 저자인 톨스토이가 읽고 정리한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프랑스어, 독일어, 일어 번역본까지 참고했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있긴 하지만, 석가모니의 약전이 실려 있기도 하고 중국 등 아시아의 고전에서 인용한 부분도 상당수이며, 톨스토이 이 분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단상을 모으고 추가한 것이라 불교에 가까운 저에게도 그다 거부감은 없습니다. 톨스토이는 교회를 비판하여 결국 파문당했는데 신앙을 절대자와 인간의 1대1의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어서 어느 교회에서도 파문당했을 것 같네요. 정확하진 않지만 적게는 10%, 많게는 20% 정도가 성경 등 신앙과 관계되어 있어 개인의 종교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 포함)를 믿는 분들께는 절대자와 인간의 1대1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교회조직을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불편하고,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믿거나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분들께는 성경 등을 인용한 부분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어떤 수업(서지학)에서 리포트로 정리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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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 연보 : 레프 니콜라이비치 톨스토이(Lev Necolaevich Tolstoy)
1828.9.9.(나이) 남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 출생(부유한 백작 가문의 4남)
1844년(17) 카잔 대학 입학, 어학과 법학 전공
1847년(20) 대학 중퇴(‘대학은 학문의 매장소’), 고향에서 농민대상 계몽운동
1851년(24) 사관후보생으로 포병대 입대, 최초의 작품 <유년시절> 탈고
1856년(29) 여러 전투에 참전한 후 군 제대
1857년(30) 유럽여행에서 단두대 사형집행 목격
1862년(35) 궁정의의 딸 소피아(18세)와 결혼
1869년(42) <전쟁과 평화> 완성
1877년(50) <안나 카레리나> 완성
1880년(53) 러시아 귀족사회와 러시아 정교에 회의를 느끼고, 원시 기독교사상에 몰두, 노동, 채식,
금주, 금연생활 시작(回心, 톨스토이즘)
1888년(61) <어떻게 살 것인가> 완성, 출판 금지 - 사유 : 정교에 대한 불신과 조국애 부정
1899년(73) <부활> 발표(두호보르 교도의 캐나다 이주 비용 마련 목적)
1901년(74) 러시아 정교회 종무원으로부터 파문당함
1910.11.7.(83) 가출, 우랄 철도 간이역 아스타포보(現 톨스토이 역) 역장 관사에서 폐렴으로 사망
2. 저작 경위
1886년(59) 민중교화 및 본인이 읽기 위해 편찬 시작
1887년(60) <나날의 생각>이라는 日曆 작성 - 철학자와 성현들의 명언과 잠언
1904년(77) <지혜로운 사람들의 사상> 제1판 출간(부제 : 삶의 길)
1908년(81) 제2판 출간(부제 : 인생독본)
1910년(83) 제3판 출간(부제 : 나날을 위한 지혜로운 생각)
☞ 정식 제목 : <레프 니콜라이비치 톨스토이가 매일 읽을 수 있도록 수집하고 정리한, 진리와 삶과 행동에 관한 여러 저술가의 지혜로운 생각>
- 영역본 제목 : A Calendar of Wisdom / Path of Life / A Cycle of Reading / Wise Thoughts for Everyday
3. 내용 :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
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다른 주제의 단상 모음 부분
- 독서, 채식, 전쟁, 지성, 법, 사랑, 인간의 신성, 믿음, 유혹, 말, 신, 친절, 기도, 자유, 노동, 자기 희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단상 모음으로서, 하루를 본인의 단상으로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용문을 나열한 후, 본인의 단상으로 마무리하고 있음(10개 내외)
나. ‘이레째 읽을거리’ 부분 : 일주일마다 한 주간의 도덕, 철학 또는 종교적 주제에 상응하는 글 52편으로 크게 다음의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음.
- 우화, 논설, 인물(석가모니 약전, 파스칼, 소크라테스의 죽음 등) 등 사실과 주장에 대한 글
- 단편 소설 전부 또는 중,장편 소설 일부(<귀여운 여인> 전부, <레미제라블>, <부활> 등) 등 소설
다. 동서문화사 번역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총 1,150쪽의 분량
라. 내용 中 일부
- 1월 1일 1. 그리 중요치 않은 평범한 것을 많이 알기보다는 참으로 좋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것이 낫다.
5. 무엇보다 먼저 좋은 책부터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평생 그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소로
8. 물질적인 독물과 정신적인 독물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물질적인 독물은 대부분 맛이 불쾌하지만, 저급한 신문이나 악서 같은 정신적인 독물은 불행히도 아주 매혹적이라는 점이다.
- 2월 26일 3. 네가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 아라비아 속담
9. 사람들은 뭔가 새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허영심 때문에, 얼마나 하찮은 말을 많이 하는지 모른다. 볼테르
- 2월 22일 2. 진정한 길은 흔히 길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런 길이 아니다. 진정한 이름은 흔히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그런 이름이 아니다. 노자(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 10월 28일(톨스토이가 임종하는 당일 딸에게 읽어달라고 했던 내용)
4. 고뇌는 활동에 대한 박차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활동 속에서 생명을 느낀다. 칸트
9. 순탄한 환경에 길들지 말라. 그것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진 자는 잃는 것을 배우고, 행복한 자는 고생하는 것을 배워라. 실러
- 12월 31일 8. 시간이라는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오직 무한하게 작은 현재뿐이다. 그리고 그 현재 속에서 인간의 삶이 영위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정신력을 그 현재에 집중시켜야 한다.
4. 본 저작의 의의
가. 작가인 톨스토이가 말하는 저작의 의의
-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목적은 지은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읊기 위함이 아니라, 여러 저술가들의 위대하고 유익한 지적 유산을 많은 독자가 매일 쉽게 다가가서 읽고 최상의 생각과 감정을 얻도록 하려는 것” (저자 서문 中)
- “성서는 사도의 손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신성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진리가 있기 때문에 신성하다. 부처와 마호메트와 그 밖의 모든 사람이 말한 진리도 성서 속의 진리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8월 8일 3번)
☞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쓴 글을 종교 등에 관계없이 열린 마음으로 읽고 수집한 후, 톨스토이 본인의 사상체계에 맞추어 주제별로 분류하여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작가의 마지막 역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나. 저작에 나타난 톨스토이의 사상 정리
- 回心의 시작 : “좋다. 너는 고골리나 푸쉬킨이나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그 밖에 온 세계의 모든 작가보다 훌륭한 명성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게 어쨌다는 건가?”(<나의 참회> 중)
- 신앙 : 타인에게 폭력으로 신앙을 강요하지 말라. 절대자를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과 죄인들까지 모두 사랑하며,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라. 한 사람의 인간이 단독으로 절대자와 맺는 관계가 신앙이다. 신앙의 가장 큰 장애물인 교회가 아닌 유일한 안내자 그리스도를 따르라.
- 국가 : 국가는 폭력을 그 존립기반으로 한다. “그리스도교 국가" 라는 말은 뜨거운 얼음이라는 말과 같다.
- 기타 : 토지 사유 반대 / 채식 / 악에 대한 비폭력 저항 등(악에 대한 비폭력 저항은 인도의 간디와 미국의 킹 목사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간디는 그가 만든 공동체의 이름을 톨스토이 마을로 명명하였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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