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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인간 (김동식 지음.요다)
5개월 전.<인물과 사상> 2월호에서 믿기지 않는 글을 보았습니다.
글쓴이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회문화 평론가 김민섭.
글의 제목은 '괴물 같은 작가의 탄생'
작가를 수식하는 말로 '괴물 같은'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2016년 어느 봄날.자기 전에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 버릇이 있던 김민섭은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
들어갔다가 '복날은 간다'를 만납니다.
'복날...'은 그곳에 2~3일에 한번 꼴로 단편을 올리는 유저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1년 6개월동안 게재한 글이 무려 300편을 넘겼습니다.
대학원에서 10년간 문학연구를 했던 김민섭은 '복날...'의 열 다섯번 째 쯤 되는 <회색인간>을 읽었을때
세상에 없던 작가가 출현했음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나가는 발빠른 전개,수려한 문장이나 기교 따위는 관심이 없는 듯
누구에게나 술술 읽히지만 어느 순간 뒤통수를 맞게 되는 반전,황당한 스토리인 듯해도 결국 우리의 이야기임을
자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복날은 단박에 사이트의 스타가 됐답니다.
김민섭은 관여하고 있던 매체의 리포터 자격으로 '복날...'을 직접 만납니다.
그의 이름은 김동식.나이는 33세(85년생)
"글을 어디서 배운 적이 있나요?"
"아,저는 글을 배워 본일이 없어요.대학도 나오지 않았고,고교 졸업하고 액세서리 공장에서 일한지 10년 됐습니다."
"네?"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평생 읽은 책이 10권이 안되고...그것도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일 거예요.글을 쓰고 싶은 데,배운 일이 없으니까
네이버에서 '글쓰는 법'을 검색했어요.보니까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고,접속사를 많이 쓰면 안되고,간단명료하게
써야 하고 그런 내용이 있더라고요.그래서 그대로 했어요."
세상에...인터넷에서 글쓰는 법 몇가지 검색해보고 300편 넘는 소설을 쓸수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도 평생 10권 미만의 책을 읽고도 글을 잘 쓰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죠
누구나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많이 읽어라고 하잖아요.
독서의 양이 글의 콘텐츠를 증거하기 때문일겁니다.
김동식의 글쓰기는 그래서 가치 전복적입니다.
김민섭이 조심스럽게 출판을 제의하자 김동식은 그럴 돈이 없다며 사양합니다.
순수한 사람이죠.작가 돈으로 책을 내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김민섭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한기호 소장은'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냐'라며 <회색인간>을 비롯,한꺼번에 세권의 단행본을 출간합니다.
그중 <회색인간>은 <82연생 김지영>(조남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기도 하죠.
김동식의 등장이 큰 화제를 몰고 오면서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타고난 재능 외에 부족했던 독서량을 상상력이 대체해낸 요인이 크지 않았나싶습니다.
그의 작품 대다수가 지저세계라든가 인조인간,가상세계 등 비현실적 공간과 인물을 다루고 있는 데,이 말은 상상력의 폭과
넓이에 제한이 없었다는 의미이지요.말하자면 자기 맘껏 꾸며낸 것입니다.
그가 발딛고 사는 세상에 기초한 리얼리즘을 받아들인다면 어떤 작품을 써낼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김민섭의 글을 읽고 책 내용이 무지 궁금했지만 장르상 취향이 아니라서 잊어먹고 있다가 최근 서점에서
그의 책을 보게 됐습니다.
정말 재밌더군요.
소설집이라지만 그의 단편은 원고지 30장 안팎입니다.한편 읽는데 10분도 안걸립니다.
이게 말이죠.다짜고짜
"어느 날,한 대도시에서 만명의 사람들이 하룻밤 새 중발하듯 사라져버렸다.
땅속 세상,지저세계 인간들의 소행이었다." (회색인간)
"어느 날 저승의 대표가 인류을 찾아왔다.
'이승의 사망률이 너무 낮아진 것 아닙니까? 그때문에 지금 저승에 심각한 인구문제가 발생했습니다"(사망공동체)
라는 식으로 곧장 맞장뜨는 데,궁금해서 안읽어 볼수가 없더군요.
이런 단편이 24편 실렸는데 세편 읽어보고 미안해서 구매했습니다.
김동식은 글쓰기에 매진하기 위해 다니던 공장을 그만 뒀다고 합니다.
공장장님이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는 데,그가 살벌한 저잣거리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아니면
공장으로 돌아가게 될 지 지켜 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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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중 <회색인간>만 읽었는데요,참고로 나머지 두권은 <13일의 김남우>,<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