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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허혁,수오서재)
시내버스기사 자격요건을 채우기 위해 관광버스 기사를 하던 첫날, 허혁은 한없이 울었다.
시골 아주머니들이 흥에겨워 악을 쓰며 노는 모습을 백미러로 보면서,선글라스로 눈물을 숨기고
이를 악물고 울고 또 울었다.
자신이 대견해서,아주머니들을 원없이 춤추고 놀게 해준 자신이 너무 멋져서 그토록 울었다.
20여년 동안 작은 가구점을 운영하던 중,500만원을 아내 모르게 삥땅해서 집을 나가버린 허혁이 얼마나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의 탈출을 꿈꿨는지 알 수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시내버스 기사로 몸을 바꿔 운전석에 앉았을때는 여지없이 4인 가족의 부박한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누군들 피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변신은 어려운 것일게다.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라는 부제을 달고 있는 이책은 전주에서 5년차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허혁의 노동 현장 기록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쓴 홍세화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쓴 김민섭이 추천사를 보탰다.
공교롭게도 두사람 다 생계의 수단으로 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김민섭은 대리운전 기사)
승객마다 고단한 한 생을 짊어지고 버스에 오른다.
흔들리는 버스 안은 비틀거리는 삶의 단면들을 압축해 투사하는 리얼리즘의 구현 공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왜 버스기사들은 불친절한지,세워달라고 해도 무시하고 막 가버리는지 비로소 우리는 그 내막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살인적 노동강도를 견뎌내는 한 직군의 삶의 기록에서 숭고함을 본다.
김민섭이 지적한 것처럼 노동하는 인간의 고백만큼 힘있는 글은 없다.
글쓰기는 작가나 유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글의 정수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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