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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잊은 그대에게-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휴머니스트)
시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늘 있지만 서점에 가면 대체로 시집은 관심 밖에 머문다.
읽고 싶거나,그보다는 읽어야할 것같은 교양서,실용서에 밀리고,문학장르에서도 소설에 치이는 신세다.
차분하게 책 한권 읽기 빠듯한 일상에서 시집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은 거다.
어느 시기,난해한 시에 좌절한 트라우마 탓에 내 자신의 시 해석이 정서적으로나 감각적으로 타당하거나 보편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까닭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깨달은 것도 있다.우리는 시를 잘못 배웠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구절마다 주석을 달고,수사법과 상징체계를 푸느라 머리를 싸매지 않았던가.
연인처럼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따분한 시험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시는 그렇게 잊혀져 가고,향수처럼 가끔씩 감각기관을 자극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따끔했던 건 그런 곡절이 있었다.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라는 부제는 좀 거슬린다.
한양대 국문과 정재찬 교수가 개설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강의를 정리해서 내놓은 책인데,굳이 공대생을
들먹일 건 뭔가.
무미건조하기가 통나무같은 공대생도 감동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같은 데,공대생에 대한 변종 '오리엔탈리즘'이다.
공대생이라해서 시에 더 무지하다거나 문과생이라해서 시를 더 잘안다거나 그런 건 없다.
대학생들은 전공불문 대부분 시와 가깝지 않다.
책은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힌다.
여러 시를 관련짓고 묶어내면서 시의 배경과 내막을 덧붙이니 지루하지 않다.
엄숙주의를 걷어내고 감정이 흐르는대로 시를 즐기도록 유도한다.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풍부한 식견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이런 식으로 배웠더라면 성인이 돼서도 시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개운찮은 느낌은 있다.
책에 인용된 시들은 대부분 서정시다.
일반인들도 전문 연구자인 정교수처럼 읽어 낼 수야 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감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날마다 저자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그 많은 복잡계 시들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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