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장소,환대 (김현경,문학과 지성사)

 저자 김현경은 서울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프랑스 사회고등연구원에서 '역사와 문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독립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다.

평소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학벌 스펙등을 먼저 들먹인 것은 주위에 이책의 제목만 보고 '시덥잖은 에세이'류로 봤던

사람들이 있어서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하는 깜냥에서인데,말해 놓고 보니 좀 우습다.

 어쨋든,

2015년 이 책이 나왔을 때 '깊이있는' 독서를 원하는 대중들과  지식인 사회의 반응은 각별한 것이었다.

사람,장소,환대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사회 성원의 존재의 방식을 설명하는 독특한 글쓰기는 많은 '환대'를 받았다.

 저자는 사람과 인간의 개념부터 설명한다.

사람은 어떤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즉 사람됨은 일종의 자격이며,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종의 개념이다.

 뱃속의 태아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인간이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 줘야 사람의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사회 성원으로서의 인정은 '환대'를 통해서 가능하다.

환대란 타인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해 주는 행위이다.

하인은 전형적인 비인격체에 속한다.

하인은 주인에게 현상하지 않으며,주인은 하인에게 현상하지 않는다.

환대가 아닌 배제의 논리가 작동한다.

 배제는 모욕과 낙인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1970년대 인천지역 기업에선 기술직(생산직)과 사무직의 신분 차별이 극심했다.

식당에 칸막이 치고 기술직엔 왕소금을,사무직엔 맛소금을 줬다.

이발소에선 사무직에 샴푸,기술직에 빨래비누를 줬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현대중공업 파업 투쟁의 요구사항 중엔 '두발 자유화'와 '복장 자율화'가 핵심의제에 속했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을 비인격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어 타자화시킨 다음, 사회의 과실을 독점하려는 기득권층의 욕망은

늘 가파른 파고를 일으켰다.

우리 현대사는 자리를 내어주고 장소를 인정해주는 '절대적 환대'를 통해서 공존의 틀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저자가 '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를 현대사회의 작동원리로 설명한 대목은 특히 공감이 갔다.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있는 사람은 자기 뿐이다"

정체성 서사의 최종 편집권은 당사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첫만남에서부터 호구조사하는 사람들은 새겨봐야 할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