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도 못 만날만큼 힘든 일도 많고..

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여기 털어놓게 되네요.

스물 다섯이 된 올해입니다.

몇년째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알게 된 제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죠.

중학교 3학년에서 고딩으로 넘어가던 그 시기,

교회라는 커뮤니티에서 그 친구를 알게 됐습니다.

어린나이에도 여러가지 봉사하던 제게 그 친구, 그리고 같이 다니는 무리가 와서 저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봉사하던 모습을 몇달째 지켜보다가 말 걸었다고 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친구가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여자는 물론이요.. 사회생활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학창시절 모두 지독한 따돌림을 받으며..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몰랐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꼭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잖아요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제가 한참 모자라보이더라구요.

정말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하게 됩니다.

온 동네방네 그 친구를 좋아한다고 소문도 내고..

뭐만 하면 그 친구 이야기를 하고..

저는... 그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너무나도 좋아했었기에.. 정말 조절이 안될만큼..

어느순간 그 친구가 커뮤니티를 떠나더군요.

근데 알고보니 제가 예전에 있었던 커뮤니티로 떠났더라구요.

우연의 일치인지, 그친구가 떠났던.. 제가 예전에 있었던 커뮤니티도 계속 교류를 하고 있던 차에..

몇번 가게 됐어요. 일 때문에.

그치만 그렇게 가게 된것도 상황이 참..

제가 그 친구를 따라다니는 듯한 상황으로 연출이 되는 느낌이더라구요.

그 이후에도 몇번 마주쳤어요.

대학을 가서도 길에서.. 공연하면서도 만나고..

그때마다 그 친구는 저를 못 본사람 취급하거나, 굉장히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지나갔었어요.

그렇게 몇년이 흘렀습니다.

작년 어느날, 그 친구를 1년만에 마주쳤어요.

역시 저는 그 커뮤니티에 일하러 갔다가.. 만난거구요.

서로 마주쳤는데 인사는 안하고..

근데 제 스스로가 너무 괴로운거에요. 인사를 안하면 안되겠다 이젠..

왜냐하면요.

그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좋아한다는 마음보다, 미안했다고.

내가 너무 어렸고 서툴렀다고..

잘못된 방식으로 널 좋아했었다고..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일단 인사부터 트는게 먼저니까요..

가다가 돌아서서 인사를 했어요.

받아주더라구요.. 매우 어색하게..

이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집에 와서 엄청 울었어요.

한이 풀리는 듯한 느낌도 있고.. 단순히 인사만 주고 받았는데..

그리고 몇달 뒤, 다시 만났어요. 또 우연히..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더라구요.

하지만 진짜 인사만 하고 끝났습니다.

요즘 제가 괴로운건요..

잠도 못잘만큼 괴로운건..

이 친구가 여전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잘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도 괴로운데,

그냥 이 친구에게 미안함을.. 진실된 사과를 전하지 못 하는게 너무 힘듭니다.

어떤 이들은 그랬습니다.

'걔나 너나 어렸을 때 이야기인데, 인사를 받아주는 것 보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둘 다 컸잖아. 한번 이야기 꺼내봐.'

진짜 연락을 해볼까 하던 찰나에 들렸던 소식은.

갓 스무살? 스물 한살이 되었을 때, 저와 그 친구 주변 인들끼리만 모였던 자리에서 제 이야기가 나왔대요.

(물론 저와 그 친구는 그 자리에 없었음.)

"내가 듣기론 걔가 어떤 애를 엄청 좋아했는데, 그게 완전 스토킹 수준이었대.. 애가 좀 무서워했다던데.."

라는 이야기였어요.

주변도 와전(?)이 많이 되어 있더라구요.

뭐 집 근처를, 학교를, 쫓아다닌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오해가 깊겠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무서워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아무 행동도 못 하겠더라구요.

지인들의 조언은

연락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무작정 연락해봐라

 - 사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무작정 연락하면 예전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이 되서요.

   그 친구를 만나면 꼭 연락처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미 알고 있지만요.

  그러고 난 뒤에 연락하는게 예의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여전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무작정 찾아가봐라

- 만나려고 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겠지만..

  억지로 만드는 만남은 부자연스러움을 불러울 것 같아서..

어느순간에, 아 내가 억지로 만나려고 하면

더 부자연스럽겠구나.. 인연이면 만나겠지 하는 마음이 딱 들면서 정리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치만 그게 아니더라구요.

다시 지금의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어쩌면, 그 친구는 여전히 오해를 풀 마음이 없을 수도 있구요.

정말 지금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풀릴 수 있을 것도 같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참 괴롭고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