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제주도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주최한 'New SM5' 시승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르노삼성차가 36개월의 개발기간 소요와 4000억원이라는 대규모 개발투자를 감내하게 만든 바로 그 'New SM5'를 만나볼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12월 1일에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에서 외형은 공개된 적 있으나, 주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출시 이전부터 1만여명 이상의 예약구매자가 몰려 중형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점유율 상승을 공언한 르노삼성차에 힘을 실어준 모델이 바로 'New SM5'. 'New SM5'은 웰빙 드라이빙 개념을 중심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차량을 추구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가장이 가족들을 위해 운전 봉사(?)를 하는데 충실한 '패밀리 세단'을 천명하고 있어 '운전하기 좋은 차'를 넘어서는 다수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시기에 경쟁차종이 나오기도 해 업계에서는 곧잘 비교의 대상으로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시장이 겹치는 측면도 있고, 하이엔드로 접어드는 영역이라 오너의 취향(겸 가족들의 입김)도 상당히 의식해야 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는데, 르노삼성차는 정공법으로 이런 부분을 타개할 복안이다.

기본적으로 상품 기획상 'New SM5'의 기본 가치는 크게 네 가지 키워드라고 한다. 주행성능, 승차감, 정숙성, 안정성 등인데, 이 부분에서의 명확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각각의 요소를 조화롭게 다룬 것이 이번 'New SM5'의 특징이라고. 르노삼성차의 설명에 대해서는 직접 타 보면 확인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이번 시승회는 그 의미가 더 컸다.

▲ 시승주행을 앞둔 'New SM5'들의 모습

▲ 이번에 체험하게 된 차량은 무려 'New SM5 RE'

시승은 제주도 서부에 위치한 총 125km 구간에서 진행되었다. 총 3시간여의 소요시간이 걸린 이번 시승에서는 해안도로 구간(총 38km), 생활환경과 유사한 컴포트 및 핸들링 구간(총 56km), 고속주행 구간(총 31km) 등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이중에서 해안도로와 컴포트 및 핸들링 구간은 왕복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뭇 다른 운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우선 해안도로 구간은 내륙 편도 2차선과 해안가 편도 1차선 도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평균속도 80km/h 정도로 주행할 수 있도록 고려된 코스로, 제주도의 풍광을 보며 'New SM5'가 지닌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자질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어진 컴포트 및 핸들링 구간은 내륙 편도 1차선 도로로 40~60km/h 수준의 저속코스였다. 풍광은 여전히 좋으나, 운전하기는 다소 까다로운 코스였다.

출발지로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 코스로 종단에 이어진 고속주행 구간도 흥미로웠다. 비가 와 처음 출발할 때의 예상보다는 천천히 왔지만 차량이 지닌 '자동차'로서의 본능을 확인하기에는 적당했다. 엔진의 힘과 윈드 노이즈 등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 입장에서도 두드러지는 차량의 하드웨어적인 역량을 이 구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의 도로를 달리며 시승감을 체험했다.

군복무 당시, 주둔 부대가 있었던 삼방산 주변을 감싸고 돈 해안도로 구간에서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어 어째 길이 매우 익숙했다. 하기사 해안경비였으니 길을 머리가 아닌 몸이 외웠던 곳이라서 더욱 그러했을까? 그래서 제대한지 10년만에 찾은 길이었어도 생소하지가 않았다. 개발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인지 바뀐 것도 없고 해서 추억이 더 새록새록 솟아난 그런 길이었다.

기본적으로 제주도의 주행환경은 풍광은 좋으나 풍광에 눈이 홀리면 바로 나락으로 가기 좋은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천지사방에 사일렌이 자리 잡고 앉아 있다고 해야할까? 전경으로 복무할 적에도 자동차들 사고사례를 곧잘 접했던 탓에 급코너와 사각 등에 대해 시승 중 운전을 맡은 동승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덕분에 도로에서 간혹 있던 돌발상황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 여담이지만, 주행코스는 기자가 군복무를 했던 곳. 참 묘한 기분.

시승차량으로 처음 만날 수 있었던 해안도로는 제주도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익히 알 가로등 없고 커브가 그로데스크한 그런 길이었다. 혹자는 제주도에 경차가 많은 게 경제적인 수준 때문인줄 아나, 제주도 남부는 감귤 농사 등으로 예나 지금이나 실속 있는 부자들이 많은 곳이라 이런 인식을 틀렸다고 할 만하다. 사실 마을길에 소위 변태커브가 많아, 어르신들이 앞뒤가 짧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좀 있다.

시승한 'New SM5'는 중형차로 앞뒤가 짧은 차량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핸들링 반응이 즉각적인데다 운동성도 스포티하다 싶을 정도여서 90도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커브도 탄력있게 한 방에 돌아 나올 수 있었다. 1.5톤 트럭과 같은 앞뒤가 긴 차를 탔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해안도로와 마을길을 달릴 때 괜스레 후진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 거 없이 남제주군을 헤집고 다녔다.

▲ 중간 휴게소에서 차량을 체험한 소감을 공유했다. 자랑과 호평이 넘쳤던 자리.

해안도로와 컴포트 및 핸들링 구간을 지나고 나서 만날 수 있었던 중간 휴게소에서는 처음으로 'New SM5' 차량을 시승했던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 접했던 코스가 딱히 달리기 좋은 코스는 아니었던 탓에 어떻게들 왔나 궁금도 하긴 했는데, 그런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되려 길이 터프해 조심운전을 하다 보니, 다들 사고 없이 무사히 왔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공유된 정보로는 내장된 네비게이션이 출발지를 가르키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자가 탔던 차량은 가는 길에 선두 차량으로부터 내용을 전해들어 각종 알람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왔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보는 중간 휴게소에서 다수에게 공유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 휴게소 가는 길에 U턴을 부르짓던 네비게이션이 돌아갈 때에는 코스를 정확히 지정했다.

▲ 비가 오면서부터 다소 터프한 주행환경으로 노면이 바뀌었다. 그러나...

돌아가려 마음 먹었을 때, 맞닥드린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였다. '1종 보통 장롱면허 소유자'라는 점과 '비'. 전자는 동승자 분이 풀타임 운전을 흔쾌히 받아들여 줘 해결되었는데, 후자는 천재지변이라 답이 없었다. 그냥 매뉴얼대로 안전주행을 일관할 뿐. 문제는 이 두 가지 문제로 다른 차량과 달리 한가롭게 전원도로 달리는 데 중점적인(?) 시승이 있었다.

한가로운 주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 기자는 여러 기능들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중 특히 감명 받은 것은 5.1채널 HD 사운드로 잘 튜닝된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차량에 기본 장착된 스피커 중에서 이처럼 채널 튜닝과 해상도가 높은 것은 대형차 정도(그나마 지난 2008년 이후에 출고된 대형차나 이 정도?)로 기억된다. 중간에 네비게이션 안내가 나오면 Hi-Fi 솔루션으로 AM 라디오 듣는 기분.

운전을 해주신 기자분께서는 안마 기능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운전을 안하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긴 했는데, 등을 지지며 가는 지라 운전 피로감이 매우 적다고. 무언가 가족들을 태우고 가면 추석녁 부산행 고속도로라고 해도 가장 혼자서 끝끝내 달려야 되는 분위기가 실루엣처럼 스치고 지나갔는데, 본 기자의 착시(?)라 그리 생각한다.

▲ 출발지로 돌어갈 때에도 기차놀이는 계속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새삼 걱정이 되는 부분은, 어머님께서 노후차로 20일 전 쯤에 SM5를 인도받았다는 점이다. 이게 왜 걱정이 되느냐면, 세제 혜택도 있었지만 막판에 갈아탄 그 이유가 바로 '접지 성능'이기 때문이다. 무려 10년여 동안 짐으로 실려다니는데 특화되어 운전능력은 없으나, 시승입맛은 까다롭기 짝이 없는 본 기자의 느낌으로는 접지능력이 물리적으로는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더 땅에 달라붙는다.

이 부분이 두드러진 이유는 애꿎게도 바로 '비' 때문이었다. 사실 이 때문에 팍 치고 달리는 건 자제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신이랄까 물기 머금은 도로 위를 날리며 노면과 차체의 궁합을 접해볼 수 있었다. 그 결론은 어머님이 이 차 타면 가정의 평화에 문제 생기겠다는 점. 15년 타리라 기약했는데, 20일만에 이런 게 나온 걸 체험하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프다. 게다가 가격까지 거의 올리지 않았으니...

▲ '날씨'만 맑았더라면 싶었던 'New SM5' 시승회가 그렇게 막을 내렸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정리하자면, 가격은 2010년형 SM5 모델과 비교했을 때 최고 4.1%(LE) 인상되었다. 'New SM5'는 PE 모델이 2080만원(+1.4%), SE 모델이 2250만원(+2.3%), SE Plus 모델이 2370만원(+3%), LE 모델이 2530만원(+4.1%) 정도 가격이 책정되었다. SE와 LE 사이에 XE가, LE 위로 RE가 생겼는데, 각각 2430만원과 2650만원으로 가격이 공시되었다.

이런 걸 모르고 어머님 소원 성취를 위해, '징발' 커맨드 난사에 묵묵히 응했던 아들로서. 이번에 시승한 'New SM5'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머리 속 복잡하게 만드는 그런 차량이었다. 접지능력 좋다고 골랐는데 더 좋아졌다. 경쟁사가 행한 걸 보고 가격 팍 올릴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현재로서는 어머님께서 그냥 차라리 앞서 산 SM5만 알고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