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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게임 전문매체에서 게임을 리뷰할 때 따지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그래픽, 사운드, 플레이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떠나 플레이어나 리뷰어에게 상당히 강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설정'이라는 것이 있다. 게임 속 세계의 역사, 인간관계 등 현실세계를 투영시키는 것이 바로 '설정'인데, 대개 시리즈물로 갈수록 이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남 다르다.
EA에서 출시한 단테스 인페르노(Dante's Inferno)는 게임 외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모티브를 따와, 상당히 길게 이어질 수도 있는 세계관과 역사관을 만들었고, 여기에 더해 현대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지옥에 대한 일러스트를 만들어냈다. 게임 제작 동영상이나 각종 설정 자료를 보면 액션게임 답지 않은 방대함이 특징이다.
그런데 게임 장르는 액션이다. 롤플레잉 처럼 인과관계에 대한 설정이 다소 빈약한 것은 이 때문일지도. 그래서 비주얼적인 측면에서의 설정이 유독 강한 편인데, 이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유를 짐작할만 하다. PS3 버전에서처럼 디테일하지는 않다고 해도, PSP 버전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흔적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 베아트리체가 지옥 간 이유를 알고 해보면 '다소 깨는 게임'이다.
게임 스타일이나 장르적인 특징은 시장에서 검증된 유명 게임들이 취합된 느낌이다. 게임플레이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는 기본 무기가 거대한 낫이라는 점 정도고, 따로 숙련이 필요한 시스템은 없다. PSP 하드웨어에서 심오한 플레이 패턴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적당한 선택이긴 한데, '설정'에서 본 스케일이 이런 부분의 '이해'를 다소 방해한다.
포터블 게임기 안에서 PS3 버전과 같은 비주얼과 특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기에, 어느 정도 한계를 두고 본다면 나름 이식에 애 쓴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이동 중에 적당히 게임을 즐기면서 악마와 괴물들을 썰고 자르는데 집중한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기 적당하다.
단, 단순노동화 되는 부분과 그 흥미로운 '설정'과의 괴리가 다소 존재한다. PS3 등 주요 콘솔을 중심으로 '표현'이 강하게 어필되어 있어 게임의 이미지가 포터블 보다는 콘솔계에 가깝다. 특히 PS3 판을 해보고 PSP판을 하기에는 다소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런 부분을 보면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한 '갓 오브 워'의 효과적인 리소스 배분이 아쉽다. 매칭되는 레이블보다는 외전으로 따로 감이 맞지 않았나 싶다.
▲ 전반적으로 게임플레이는 PSP 특유의 맛을 잘 살렸다.
그래도 게임 자체의 매력은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설정이 탄탄해 이 부분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면 애니계 일본음악을 듣는 느낌이 어느 정도 있다. 그리고 PSP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내줄만큼 내준 비주얼이기에 특별히 헤매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몬스터들을 무찌르며 달리기에는 좋다. 게임플레이 패턴도 익숙해지면 필드를 싹 쓸어 버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한편, 게임 타이틀의 '단테'가 '신곡'의 단테라 게임 매니아가 생각하는 그 단테가 아니라는 점이 좀 희학적이다. 스타일리시 액션을 개척한 그 단테와 지옥물을 개척한 700년 전의 그 단테를 비교하자면 후자가 원조이긴 한데, 게임에서는 전자가 선배이고 또 더 위상이 높으니 아이러니하달까. 그래서 EA가 '단테스 인페르노'라는 브랜드를 어찌 할지가 관심사다.
게임 자체가 포괄하고 있는 주제 의식이나 개념은 게임용 설정치고는 매우 잘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는 설정에 기반을 둔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소설도 나오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이처럼 '원소스 멀티유즈'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EA에서 유통한 '데드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의 비즈니스도 매우 신경쓰이는 게임이 바로 '단테스 인페르노'다. 뭔가 '패'를 다 꺼내지 않았다.
▲ 게임보다 '게임 설정'이 훨씬 더 가치가 높다. 그렇다면 EA의 선택은...?
청소년이용불가 / 점수 : 7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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