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페인(Max Payne)'이라는 걸출한 액션 게임을 내놓은 레미디(Remedy)에서 새롭게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게임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작품이 나올지 크게 기대를 걸었다. 이런 기대 때문일까, 출시 이전에 발매도 안한 게임을 가지고 해상도와 같은 비주얼 부분에 대해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소재 용산 랜드시네마에서 열린 '앨런 웨이크(Alan Wake)' 기자간담회와 저녁에 이어진 팬 미팅에서 게임개발을 총괄한 오스카리 헤키넨(Oskari Hakkinen)이 직접 2010년도 데모버전을 플레이해 보여준 모습을 봤을 때. 그동안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게임이 나왔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글자막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이름을 걸고 나와 더 좋은 느낌이 들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미국 드라마, 즉 '미드'를 강조하고, 한국이 드라마 강국으로 알려진 점 등이 강조되고 있다. 영상미나 그런 부분을 보면 그런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라 나름대로의 맛이 중요하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게임 자체가 게임성 측면에서 맥스 페인과 같은 액션방식을 채택하고는 있지만, 어드벤처와 드라마가 강한 구조로 게임이 디자인된 것이 더 두드러진다.

* 참고기사 : [취재] '앨런 웨이크' 개발자 초청 기자간담회
http://www.acrofan.com/ko-kr/life/content/20100426/0502030101

▲ '어둠'이라는 심연의 공포와 싸우는 것이 과제다.

게임 개발을 총괄한 오스카리 헤키넨씨가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등에서 곧잘 언급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레미디(Remedy)社가 현세대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로는 작은 규모라는 점이다. Full HD 비주얼로 플레이 타임 50시간 내외의 게임을 개발하자면 200~300명 규모가 언급되는 현 상황에서, 50여명 내외의 규모로 개발된 탓에 지연된 개발기간과 더불어 게임 플레이 패턴이 다소 묘하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맥스 페인'의 뷸렛 타임(Bullet Time)과 같은 참신한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러한 테크닉적인 측면보다는 게임의 장르적 특징을 강조한 '플래시'의 존재로 타협을 본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항상 '갓 모드'인 적들을 상대해야 되는 입장에서 조명탄이나 서치라이트면 맵병기 쓰는 먼치킨 캐릭터로 순간적인 변신을 경험하게 되는 건 게이머 성격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릴 부분이다.

오스카리 헤키넨씨는 질의응답에서 미드의 '시즌'에 빗대 게임진행과 DLC 등을 언급했는데, 사실 시나리오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작품적인 성격을 감안하자면 이게 게임의 한계이자 잠재력이 아닐까 싶다. 특정된 게임 플레이 패턴에 활력을 주자면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시놉시스와 스토리 텔링이 꾸준히 공급되어야 한다. '앨런 웨이크'는 이 부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 캐릭터들의 연기가 있어서, '호러 게임'이 아닌 '스릴러 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할 때에 볼 수 있는 광경과 연출 형태는 드라마 팬이라면 적응하기 쉬울 것이다. 마케팅 포인트로 '미드'를 삼은 것이 수긍될만큼, 이야기 진행이나 NPC와의 이벤트 등이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특히 카메라 앵글이나 장면 연출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차용한 느낌도 강해, 드라마와 영화에 게임까지 엮인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게임 흐름 속에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강하는 것은 캐릭터들의 연기다. 게임 캐릭터이긴 하나, 다양한 인물 성격을 함축한 캐릭터들이 나와 긴장될 때에는 유머를 밋밋할 때에는 재촉을 하며 주인공을 이끈다. 마치 '엣지 오브 다크니스'나 '테이큰'과 같은 최근 개봉작들과 이야기 흐름이 유사한데, '감성적인 액션을 게임으로 즐긴다'는 표현에 '앨런 웨이크'가 안성맞춤인 것 같다.

이처럼 게임이 장르 성격이 강하고, 캐릭터들의 연기가 중요한 게임이라면 한국 게이머라면 자연스럽게 걱정이 하나 생긴다. 바로 '언어의 장벽'인데, 이 부분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관리한 한글 자막은 게이머들에게 스토리를 만끽할 여유를 제공한다. 인게임 상태에서는 대화를 모두 자막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모두 눈으로 확인하는데 지장이 없다.

▲ 미드 스타일이 충만한,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본격 스릴러 게임

15세이용가 / 점수 : 9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