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P哥)가 다 있어!"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피(皮)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 두터운 전화번호부에도 피가는 겨우 열이 될까말까하다. 현명하게도 우리 선조들은 인구 소동이 날 것을 아시고 미리부터 산아 제한을 해왔던 모양이다. 피(皮)가가 김(金)가보다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다. 우간다 사람에게는 닥터 김이나 닥터 피나 다 비슷하리라. 피천득, 『인연』, (샘터사, 2007)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에 수록된 '피가지변(皮哥之辯)'은 피(皮)라는 희소한 성을 가진 글쓴이의 독특한 경험과 성찰이 담뿍 묻어나는 글입니다. PCX를 집으로 데려와 같이 동네 구경도 하고 세차도 시켜주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앗! 너도 피가(P哥)로구나! 이름 붙이기가 어려워!!
■ P..C..X...?? 이름 붙이기가 어렵잖아! ㅠ_ㅠ 뿌우~~
나의 꽃이 되어줘 PCX!! - 애칭 정하기
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노래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이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시인의 말마따나 '성스럽고도 위대한' 행위입니다. 거리를 오가며 스쳐 지나는 무의미한 타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덩실베이비'라는 유의미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우리는 서로간의 관계 맺음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거대한 트럭과 버스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제 몸을 온전히 맡겨야 할 PCX인데요. 어떻게 그냥 P.C.X 라고만 부를 수 있겠어요?
말은 쉽게 내뱉었지만 - 이놈의 입방정 ㅠ_ㅠ - PCX의 애칭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PCX의 첫 머릿글자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터사이클에 쉽게 쓰이지 않았던 알파벳 'P'에 초점을 맞춰 봅니다. 음... 피돌이. 피자치즈. 피하지방. 피...피카츄??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그렇지만 강호동 명언집을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면, 난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말도 있다죠.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피돌이. 식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피자치즈. 공업용 치즈 논란이 있었죠.
피하지방. 복부에 집중되면 위험하겠네요.
피카츄... 더 할까요?
주변의 커플들을 보면 애칭을 잘도 짓던데 말이죠. 저는 부족한 연애 경험 탓인지(!!) 별다른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인 제 친구 A군은 여자친구와의 독특한 애칭을 항상 자랑하곤 했는데요 지금 기억나는 것들만 해도, 새콤달콤. 은비까비. 배추도사무도사. 등이 있네요... -_- 요는, 애칭은 언제 불러도 사랑이 샘솟을 수 있게 다정하고 행복한 어감이 드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 A군아, 네가 무였냐 배추였냐?
파..파워풀 카리스마 실로폰???
사전을 뒤적이기도 하고 작명을 빙자해 온갖 사이비 웹사이트들을 들락거리던 중. 그 분이 오셨습니다. 이 모든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실 그 분! 바로 'X'입니다. PCX의 마지막 글자, 알파벳 X!! 'P'나 'X'나 뭐가 다르냐구요? 훗,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X'로 시작하는 영단어는 딱 3개 뿐이거든요. +_+
X-mas. 1년에 한 번 뿐이라.
X-ray . 얘들아 안녕, 내 바이크 엑스레이야. ㅡㅡ 누가 들어도 놀랄 겁니다.
Xylophone. 추억 속의 실로폰의 등장입니다.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죠?
내친 김에 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실로폰 - 타악기의 하나. 대 위에 여러 나무토막을 음계 순서로 놓고 두 개의 채로 때리거나 비비면, 나무토막의 길고 짧음과 두껍고 얇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음정을 낸다.
이제는 기억도 흐릿하지만 제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때, 걸리적 거리던 노란색 가방을 꾹 참고 들고 가 음악시간에 펼쳐 놓으면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막대들이 고개를 내밀던 추억,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어때요, 정말 예쁘지 않나요? 소리를 내기 위해 각각의 막대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도 귀엽게 봐줄 수 있구요. 점점 합리화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저를 대신해 설득력 있는 사진을 첨부합니다.
■ 알록달록 색깔이 굉장히 예쁩니다. 유려한 곡선미는 PCX를 빼다 박은 듯??
생각할수록 제 작명 센스가 탁월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 동그란 막대를 보세요. PCX의 전면부를 빼다 박은 것 같다는 생각 안 드시나요? 자칫 귀여워만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서 P와 C에게는 강렬한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습니다. 파워풀과 카리스마. ~_~
실로폰과 짝을 이뤄 이른 바, 파워풀 카리스마 실로폰!!
조금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요. 저만 좋으면 그만이죠. 그러고보니 우리 실로폰 군도 새로운 애칭을 맘에 들어하는 눈칩니다. 과연, 얼마나 예쁠지. 얼마만큼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보여줄지 저 역시 몸이 쑤셔서 가만히 못 있겠네요. 실로폰 군과 함께 달리고 오겠습니다. ^^ 다음에 또 뵙죠 ㅎㅎ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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