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왔던 숱한 게임들 중에서, 동서양은 물론 한국에서도 한결같이 찬사를 받는 게임들의 장르는 대개 '액션'이다. 롤플레잉이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같은 타 장르들은 취향을 많이 타는데 비해, 액션 장르는 그 특유의 원초적인 재미를 어떻게 살렸느냐가 재미의 척도가 되기에 낯을 덜 가린달까. 이런 와중에 '최고'로 추앙받는 타이틀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최신작이 PSP로 등장했다.

SCEK에 의해 '갓 오브 워 :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가 국내 게이머들을 위해 한글판으로 정식 발매됨에 따라, 해외 게이머들이 격찬했던 그 게임을 완벽한 한글자막을 보면서 스토리까지 음미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임 플레이타임이 대개 5~6시간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은근히 비밀도 많고 크라토스도 할 말 많은 생애여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연히 게임 도중에 나오는 이벤트나 대화가 원작에서 영어로 다 나온 바고, 국내 팬들이 세계관이나 스토리 해석해 놓은 것들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지만, 신명나게 즐기면서 화면 안에서 게이머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가끔 날리는 아저씨 유머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다운 18금 이벤트는 호쾌한 플레이 한 가운데에서 '갓 오브 워' 다운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 잡스런 몬스터들을 떼로 잡는 쾌감은 PSP '최고봉'

게임 디자인은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2 유저들을 설레게 했던 그 흔적을 되짚는 것 같은 흐름으로 흘러간다. 대규모로 등장하는 크리처들과의 한판 승부나 중간보스, 최종 보스와의 대회전이 PSP 스크린 안을 꽉채운다. 특히 놀라운 점은 해상도 문제를 떠나서 보더라도 매우 미려한 그래픽을 보인다는 점. PSP가 PS2 정도 성능을 얼추 낸다고 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그 말이 실현되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래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는 그 존재가 게임 설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가공의 캐릭터인 크라토스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와 완전히 맞물리면서, 그리스 신화를 알던 사람도 크라토스가 '전쟁의 신'인 것 같게 여겨지는 흡입력이 참 대단하다. 특히나 좁은 화면이긴 해도 양손으로 포개 잡은 그 안에서 크라토스의 멋드러진 액션을 이처럼 볼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재미와 별도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게임플레이를 하면서 조작에 따라 보이는 크라토스의 모션들이 거치형인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의 향수를 되새기게 만드는, 매우 찰진 조작이라 뛰어난 그래픽과 별도로 내심 감탄할 정도다. 불길을 뿜으며 적들을 향해 질러지는 무구들의 모습도 그렇고, 중간보스급 이상 몬스터를 잡을 때 근접으로 붙어서 XXX 등급 쾌남 어택을 내질를 때의 즐거움을 보면, 역시 '갓 오브 워' 답다라고 할 수 있다.

▲ 근접해 직격으로 찍어 들어가는 질감이 손에 착착 감긴다.

게임의 볼륨 측면에서 본다면 본 스토리는 다소 짧게 느껴진다. 게임에서 반복 플레이 요소는 딱히 없고, 퍼즐도 밋밋해 대차게 싸워 이기다 보면 게임은 클리어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도전과제와 특전이 비중있게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도전과제 쪽은 적 캐릭터들 스크립트를 외워 움직이는 그런 요소가 강해, '제우스'도 영접해볼 수 있는 특전을 언락하는 쪽에 상대적으로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종종 '갓 오브 워' 팬들은 스토리 라인이 다소 꼬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는데, '액션' 그 자체에 몰입한다면 딱히 큰 흠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크라토스의 처절한 가족사가 종종 언급되고, 본작의 타임라인을 준수하는 측면도 있어 한글자막을 읽다 보면 꽤 심각한 이야기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내용보다는 워낙 전투가 치열하고 재미있어 머리 속에 '이야기'가 잔잔하게 남는 게임은 아닌 것 같다.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갓 오브 워 :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는 짧고 굵게, 액션 게임의 정수를 즐기기 적합하다. 몰입도가 크기 때문에, 조작을 하다보면 쉽게 사람이 체력한계를 절감하게 될 수준. 이 정도로 사람을 집중시키는 건, 무언가 한 타 한 타 이어나갈 때 그 다음을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콤비네이션이나 체인같은 부분은 정석 그 자체다.

▲ PSP 최고 수준에 오른 액션게임 '갓 오브 워 :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

청소년이용불가 / 점수 : 9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