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은 6월 16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게임과몰입 대처 방안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심리학계와 의학계를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게임과몰입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근 게임업계를 비롯한 사회적 당면 과제인 ‘게임과몰입’은 그 성격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게임과몰입이 병리 현상인지, 사회적 현상인지에 대한 정의와 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며, 그 원인 또한 심리적인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복잡한 면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진단과 치료,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현재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심리학계와 의학계를 중심으로 게임업계를 비롯해 사회적 당면 과제인 게임과몰입에 대한 대처 방안과, 최근 문을 연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게임과몰입이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만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수행할 역할 또한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

▲ 중앙대학교병원 김성덕 의료원장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 진단에 대한 척도, 상담 치료에 대한 방법론이나 효과적 방안 등에 대해 과학적인 발전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설립한 중앙대학교병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논의와 함께, 센터에 거는 많은 기대를 함께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게임과몰입과 관련해 최근 상식 밖의 문제제기와 무책임한 통계의 인용 등이 사회 일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심포지엄과 센터의 정립된 의과학적 활동이 이런 부조리와 과대 의혹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 활성화되어, 더 이상 게임 과몰입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병원 김성덕 의료원장은 이 자리에서, 게임과몰입 치료센터가 6월 8일 문을 열었으며, 발전적 방향으로의 운영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이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는 갑자기 조직된 형식적 센터가 아니라, 기존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져 오던 게임과몰입 등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라고 소개했다.

▲ 대구카톨릭의과대학 최태원 교수

이어 대구카톨릭의과대학 정신과 최태영 교수가 ‘게임과몰입센터에 바란다’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먼저, 흔히 언급되는 ‘게임 중독’ 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며, 이미 1980년대부터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 게임 중독이 물질 의존성과 유사한 형태로 취급되기 시작했으며, 비슷한 병리현상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되었다.

이런 현상은 지역별, 시대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은 거의 같이 나타나기도 하며, 게임 이외에도 인터넷 환경, 모바일에서도 유사한 중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 상으로는 이런 중독에 분명 청소년들이 취약한 면을 보이고 있는데, 그 수치가 전체의 14%에 이르면 이는 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회적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 중독’을 정의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에서부터 출발해서, 게임 중독을 병으로 봐야 할 지, 혹은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할 지, 그리고 치료 혹은 관리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진단까지도 필요하다. 또한 게임 과몰입 자체가 하나의 병인지, 아니면 다른 병에서 나오는 증상의 일부인지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 게임 중독의 원인은 사실 게임 탓이 아닐 수도 있다.

게임 중독의 원인은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원인 모두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게임 중독에는 분명히 개인 편차가 있으며, 벗어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또한 사회적인 요소로 ‘가정 환경’ 이라는 요인도 분명 존재하며, 게임 이외에 다른 탈출구를 만들지 못한 사회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이 외에 게임 자체가 가지는 중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분명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히 판단할 수는 없다.

사회적 환경요인으로는 지나친 스트레스와 함께,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놀이문화의 부족과 건전한 정보문화 형성 면에서의 문제가 있다. 또한 가정환경적인 면에서 양육태도나 애정 및 시간관리 소홀 등의 문제는 심리적으로 소외감, 외로움, 무력감, 우울 등을 만들기도 하며, 이런 경우 게임이 현실에서의 ‘탈출구’로 작용하면서 중독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게임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상황을 나쁘게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게임 중독이 사회적 활동에 어려움을 주고, 가족이나 대인 관계를 나쁘게 만들며 이것이 더 중독으로 빠지게 만드는 식으로 반복되면서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악순환의 고리는 사실 어디에서라도 시작이 가능하며, 사회에서의 어려움이 게임 중독을 만드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특히 가정의 문제는 게임 과몰입 문제에서 언제나 발견된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관리하에서 게임을 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게임에 대해 부모의 이해 부족이나 현실에서의 가족 관계, 경제력, 의사 소통 부재, 불화 문제 등의 원인으로 서로 불만이 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렇게 생기는 불협화음을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게임 이외의 현실적인 ‘탈출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게임 중독의 원인 중 사회적인 것으로는 ‘여가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게임 이외에 즐길 만한 여가 수단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청소년들의 생활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쉴 틈도 없고, 마땅히 쉴 장소도 없고, 쉴 거리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여가 선용 방법인 ‘게임’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문제의 ‘탈출구’가 게임이라면, 또 다른 탈출구를 마련함으로써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게임 등 미디어에 대한 노출 시기도 게임 과몰입 문제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생후 1년 정도부터 비디오, DVD, TV 등 미디어에 노출되며, 만 4세에 이르면 간단한 인터넷 사용과 함께 게임을 접하게 된다. 이런 경우 본격적으로 중독이 의심되는 시점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되며, 중 2 정도가 되면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고 소개되었다.

게임 과몰입 해결에 대한 접근 자세는 ‘치료’보다는 ‘관리’쪽이 더 적절하다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도 확립되어 있지 않으며, 향후 연구를 통해 치료 가이드라인 및 새로운 치료 전략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치료방법은 대부분 유사한 패턴을 가지는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빌려와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

이어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가 ‘게임문화 협력 네트워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먼저,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도구 측면에서 게임도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까지 게임문화 정책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과, 게임문화재단과 게임과몰입 치료센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지적했다.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배타적’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동시적, 상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되었다. 또한 게임문화 정책은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다양한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게임문화 캠페인 및 자율규제 발표 등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크게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 꼽힌 것은 구심점 부재로 인한 포스트 및 인프라의 부재와 지속성의 미흡, 과정과 소통의 미흡 등이 꼽혔다. 특히 정부 부처의 조직 변화와 지속적이지 않은 예산 지원,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사업에 단기적인 성과 평가의 잣대를 적용하는 등의 문제가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선용성과 비선용성 간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게임 문화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게임에 관련된 문화적 활동, 게임을 즐기는 데에 대한 태도, 게이머와 게임, 사회, 다른 게이머들과의 관계, 그리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게임문화의 방향성으로는 이 게임문화의 선용성과 비선용성에 대한 유기적 연계 활동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선용적 접근의 좋은 예로는 문화복지 부분이 있다. 장애인 E-sports 같은 것이 좋은 예인데, 게임을 통해 장애우들이 집중력, 판단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게 되고, 게임 안에서는 일반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으로써 자존감 고양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경험의 차이를 좁히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접근 수단도 ‘게임’이며, 교육적 부분에서도 효과적인 미디어로 사용 가능하다.

▲ 재단과 센터는 구심점과 인프라로써의 역할이 기대된다.

한편, 게임문화재단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는 현재 상황에서 부족했던 ‘구심점’과 ‘인프라’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재단의 경우 여러 입장을 묶어 줄 수 있는 ‘브릿지’의 역할이 중요하며, 게임문화를 지속하고, 고민하고 활동하기 위한 구심점이 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자 진행하던 활동들을 하나의 구심점에 집중해 종합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에는 단순한 ‘게임 과몰입 치료’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단순한 치료 뿐 아니라 원인을 찾고, 해결을 위한 방법론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까지 담당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상담센터나 치료센터 등과의 ‘네트워크’ 측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이 필요하며, 프로그램의 배포와 피드백을 통해 방법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