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59번 국도는 참 예쁜 길이다. 지난해 국도로 승격됐지만 33번 지방도 시절부터도 아는 사람은 아는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 진부~정선 구간이나 충주호를 끼고 가는 제천 구간도 아름답지만 단양팔경 구간도 그에 못지않다.
길은 상, 중, 하선암을 아우르고 경북 문경으로 넘어가기 전 방곡도예촌에서 마감한다.
월악산 줄기인 도락산, 수리봉 등 길을 옹위하는 그림 같은 산세의 단풍뿐 아니라 바람따라 길위를 구르는 낙엽, 어느새 여려져 제풀에 떨리는 햇살에도 만주의 서정이 새겨져있다. 길 중간중간 포인트를 찾아 멈춰보면 늦가을의 감상이 애잔하다.
대강면의 사인암을 찾았을 때 마을 이곳저곳에 돌개바람이 일었다. 힘겹게 뜬 눈 안에 들어서는 약 70m높이 사인암의 위용. 한바위이련만 수십개 바위들을 포개놓은 듯한 자태가 덕절산 단풍을 배경으로 고고하다.
단양군 단성면 대잠리 하선암옆의 공원. 시리도록 단풍이 아름답다. 100여 평쯤 되보이는 너른바위 위에 직경 3m 안팎의 구체바위가 하선암의 본색일지라도 주변을 빼곡히 물들인 단풍의 향연이 없었다면 ‘절경’이란 표현이 무색할 듯.
중선암입구를 찾아 출렁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도락산장(043-422-1411). 주인마저 자리를 비운 썰렁한 산장의 가을은 흔들리는 단풍과 나부끼는 낙엽을 배경으로 맞춤처럼 운치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무리지어 오르는 도락산 입구 가산2리 상선암마을. 찰랑대는 햇살에 감싸인 마을은 어쩐지 생경하다. 기묘한 계곡의 바위와 그 틈을 흐르는 벽계수,일상의 노동에 나선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시끌벅적한 소음조차 이명처럼 현실감을 잃는다.
방곡도예촌에서 마침내 몽롱함을 벗는다. 10개의 장작가마가 마을 이곳저곳 흩어진 도에촌. 단양군이 의도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이곳에서 만난 도공 조태영씨(52, 현운요 대표)로부터 ‘수비’니 ‘성형’이니 굽깎기’니 등 도자공예의 실체를 전해들으며 현실로 돌아온다.
17세기부터 민수용 도자기의 집산지로 이름 난 이곳 방곡리에서는 전통을 살려 오로지 장작 가마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콘도식 숙박시설을 갖춘 방곡 도자공예교육원(043-421-5020)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단풍처럼 들떠 가을을 만끽하다 흙을 빚으며 마음을 갈무리할 수 있는 드라이브코스. 단양의 59번 국도를 추천하는 이유다.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단양 IC를 빠져나와 장림 3거리서 좌회전 사인암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927번 지방도인 이길을 따라 사인암을 둘러보고 덕고개 3거리서 우회전, 가산리로 나아가다 가산3거리서 좌회전, 59번 국도를 타고 선암계곡에 접어들면 곧바로 중선암을 만나고 계속 직진하면 상선암이 나선다. 벌천리 3거리서 좌회전, 월악산 국립공원 출구를 빠져나가면 바로 방곡리 도예촌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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