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도 더 전부터 어른들 말씀 들을 때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건데 이제서야 글로 정리하네요.

생각해보면 게임의 대다수가 현실이 아닌  가공의 SF세계관이나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가공인물들의 일대기를 그린 건 사실인데요,

하지만 그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스타워즈 시리즈, 반지의 제왕, 왕좌의게임, 원피스, 나루토, 아스달 연대기, 스타트렉 등등 상당수의 픽션 장르가 다 전부 마찬가지 아닙니까?

신라 컴퍼니나 블랙웰 아카데미, 아스토츠카, 메탈기어, 위쳐, 하이랄 나루호도 법률 사무소 등이나

스타크 인더스트리나 타임로드, 엔터프라이즈 호, 제다이 카운슬, 아카츠키, 칠무해 등이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선 딱히 차이를 못 느껴서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얘네들도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별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해서 현실을 풍자하거나 반영하는 거울이잖아요.

엑스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도 동성애자나 유대인, 흑인차별 등을 비유한 거고,

팰퍼틴 황제와 은하제국, 퍼스트 오더 등도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을 모티프로 했고,

강철의 연금술사도 마법적인 연금술을 쓰는 연금술사들이 사는 가상의 나라와 행성이 배경이지만 정작 그들의 행적이나 대사 등은 과학자들이 가져야 할 과학실험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 의식,  전쟁 반대, 인간의  탐욕, 그 중에서도 특히 불로불사를 하고픈 욕심에 대한 비판, 형제애, 가족애, 단순한 물질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조건 등과 같은 현실 지구에서도 통하는 주제나 교훈을 전달하구요.

그런데 이런 면에서 보면

스피라라는 가상의 세계에 빗대어 중세유럽 사회나 현대의 사우디아라비아같이 종교가 법이나 절대적인 철칙 역할을 하는 종교독재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비판하고 풍자한 파이널 판타지 10이나

미드갈이라는 가공의 도시, 신라 컴퍼니라는 가상의 회사를 통해 에너지산업 민영화와 독점의 위험성, 쇠퇴해 가는 전통문화, 기업체의 농간으로 파산하고 과거의 인간적 정감을 잃어버린 시골마을, 주색잡기하는 고위 기업간부 등 충분히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회문제들을 고발한 파이널 판타지 7,

블랙웰 아카데미라는 가공의 학교를 배경으로  총기나 마약문제, 학교폭력, 무단 포르노 도촬, 권위주의적 부모, 학생자살 등과 같은 미국의 청소년문제들을 다루고, 그런 사건사고들을 관찰하고 겪고, 때로는 해결해주는 영웅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우정이 강해지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두 청소년 클로이와 맥스를 다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11945년의 인류가 멸망하고 로봇들만 사는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쓸모도 없는 전쟁을 그럴듯한 이데올로기를 덧붙여서 미화하고 포장하고, 군인들을 인격체가 아닌 전쟁기술 발전과 작전 수행을 위해 토사구팽하는 대상으로밖에 취급하지 않고,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것조차 점점 무덤덤하게 느끼게 되고, 어린이 로봇들이 살육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단체로 자살까지하는 전쟁의 비인간성, 그리고 단순히 쳐죽여야만 하는 원수고 적이라고만 여겼던 대상과의 이해와 공존 등을 다룬 니어 오토마타도

허구의 공간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비춘다는 점이나, 아니면 시청각적 영상미나 인상을 전달하고, 동시에 오락적인 액션도 체험시켜준다는 점에선 기존의 영화나 만화하고 하등 다를 게 없는데요?

그런데 왜 오직 게임만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라고 하죠?

상업적인 목적, 이를테면 흥행이나 캐릭터 상품 팔이, 시청률 등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되 현실의 인간군상이나 주제 등을 다루어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상업성 이외에 독창적인 영상미나, 아님 이 장르에선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스토리나 주제를 다뤘다는 등 작품성적인 측면에서도 평가가 이루어지는 허구의 얘기라는 점에선 딱히 본질이 다를 바도 없는데.

애초에 게임의 역사에서 sf나 판타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은 것 자체가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쉽 트루퍼스, 일본신화, 북유럽 신화, 드래곤볼 등 똑같이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기존 매체들에서 영향을 받으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요?

그럼 정작 게임이 영향을 받은 기존 모든 픽션 매체들은 왜 "현실이 아닌 허구이기 때문에 작품을 보고 나서  무가치하고 남는 게 없다"는 소리를 안 듣죠?

월트디즈니의 환타지아나 지브리 천공의 성 라퓨타나

우에다 후미토의 이코나 라스트 가디언, 완다와 거상이나

다 만질 수도 없고 화면 안에만 존재하는, 오감을 다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사용자가 좌석에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가공의 그래픽이나 그림이지만 현실의 사람에게 미술적, 음악적 감동과 힐링을 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오히려 이코는  듀얼쇼크의 진동기능을 통해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주지 못했던 촉각을 통한 여자친구와의 정서적 유대와 애정을 느끼게 해 주지 않나요?)

왜 게임만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소리들을까?

그리고 애초에 현실이 아닌 가상이기에 허무하고 무가치하다면, 지금까지 수천년간나온 모든 픽션 작품들은 다 뭐지?

특히 성경과 불경,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