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연출한 <천국의 문>은 <디어 헌터>의 성공 이후 만든 차기작으로 현재까지도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호가 붙은 작품이자 19세기말 미국 와이오밍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하버드에서 수학을 하지만 지역 보안관이 된 제임스(크리스 크리스토퍼슨)는 부유한 목축업자들보단 이주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이곳에서 정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움 줍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 중 프랑스에서 넘어온 엘라(이자벨 위페르)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매춘 사업을 하면서 돈이 아니면 가축을 받기도 하는데 그동안 돈은 가축의 수가 상당합니다. 이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목축업자들은 시시때때로 그녀를 공격합니다.

한편 목축업자의 하수인 중 한 명인 일명 해결사 역할을 하는 네이트(크리스토퍼 월켄)는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아무런 감정 없이 이주 노동자들을 총으로 살해합니다. 하지만 네이트 또한 제임스처럼 그녀를 사랑하는데 단지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제임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엘라에게 와이오밍을 떠나라고 하지만 그녀는 여기가 자신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떠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한 제임스는 떠나려하지 않으려는 엘라에게 한 걸음 떨어집니다. 그 사이 네이트는 엘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부유한 목축업자와 군인들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고 그들을 적으로 상대하기 시작합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되고 흥행과 비평에서 참패를 맞이한 것으로 유명한 <천국의 문>은 서부 시대의 막바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초반 예산 4~5배가 넘는 제작비로 투자자와 제작자를 힘들게 했던 치미노 감독은 감독의 권력이 강했던 그 시절에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그 권력을 한껏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측면에서 실패했고 당시 골든라즈베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벌써 40년이 지난 현재 이 영화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 이번 기회에 처음 받기 때문에 당시에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천국의 문>은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3시간 훌쩍 넘는 작품이고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지겹기 짝이 없는 작품이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야기적으로 불필요한 장면들은 감독의 욕심이 어느 정도 보이긴 합니다. 댄스 홀 장면이나 초반 대학 졸업식 장면이 그러합니다. 아예 삭제하진 않더라도 분량을 줄였으면 좀 더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스타탄생>으로 주목을 받고 컨트리 가수로서도 정점에 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디어 헌터>이후 다시 뭉친 크리스토퍼 월켄의 캐릭터와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론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그녀의 연기를 개인적으로 본 관객으로서 그녀의 20대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요. 이주민으로서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해냈고 지금도 아름답지만 20대의 이자벨 위페르의 모습은 또 다른 측면에서 아름답습니다.

저주받은 걸작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천국의 문>은 당대를 대표할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졸작이라는 칭호를 받기엔 너무나 억울한 작품임엔 틀림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관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