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와 인연이 닿은것은 2006년 겨울즈음
대학 수시합격을 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어 여유가 많던 시기였다.
나는 막연히 동물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긴 시간동안 부모님을 차근차근 설득해 분양을 받게 되었는데,
당시 부산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드물고 심지어 고양이 진료하는 병원도 몇 안되어 수소문해서 찾아갔던 기억이난다.
그저 강아지는 매일 산책시켜줄 자신이없고 고양이는 외로움을 안타고 혼자있어도 괜찮다는말에
알아서 대소변 가리고 냄새안나서 키우기 편하다는 말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애교많은 강아지는 쉽게 질려버리겠지하고.. 그땐 그저 어린생각으로 애를 데리고 왔었다.
조금씩 커가는 루루와 내 20대 청춘을 같이 보내며, 매번 볼때마다 너무 귀엽고 이쁘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물론 그만큼 좋아했고 남들에게 자랑거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를 돌보는게 귀찮고 소홀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애가 2살쯤이었을까.
한번은 같이 장난을 치다 루루가 착지실수로 오른쪽 무릎뼈가 탈골된 적이 있었다.
너무 안쓰럽게 한쪽 다리를 절며 걸었었는데 일단 병원을 가서 탈골된 부위를 맞춰주고 왔지만 다시 계속 빠지는 상황.
결국 아이는 아픔을 참으며 하루를 지내다가 재발이 안되게 도와주는 수술을 받았고
아픈 몸으로 이틀간 입원한 동안 나는 병원이 너무 멀다는 핑계로 한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다.
어차피 며칠뒤면 집에 올 아이었으니까, 가봤자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해줄게 없잖아하는 생각에.
원래 주사를 맞아도 순진하게 벌벌 떨기만하던 아이는 이 사건 뒤로 마치 자기를 버릴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병원만가면 격렬하게 저항하고 물고 할퀴며 자기를 만지지 못하게 했다. 예민한 냥이. 그뒤론 루루의 병원호칭이었다.
그걸 보고서야 루루가 그때 상처를 받았을거란걸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뒤로 더 루루에게 애정을 쏟고 그렇게 서로 이런저런 추억을 쌓으며 몇년이 지난 2014년 연말.
원인불명의 이유로 아이의 식욕이 줄기 시작하더니 거의 사료를 거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환경의 변화나 따로 스트레스를 줄만한 일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몰라서 일단 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검사결과는 간부전. 일단 급한대로 입원후 수액을 맞춰서 기력회복을 시키고 잘먹이는게 살리는 방법이라 했다.
위에 언급했던 사건 이후로 입원을 해본적이 없는 아이여서 걱정됐지만, 당장 급했으므로 애가 무서워하고 그런걸 고려할건 아니었다.
헌데 문제는 병원측에서 입원해있는 루루가 내가 없으면 절대 밥에 입도 안대고 엄청 의사, 간호사 쌤들을 경계한다고 했다.
반대로 내가 가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처방캔을 먹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원장님께서는 수액처치고 뭐고 너무 애가 병원을 싫어하고 불안해한다고..
빨리 퇴원시키고 집에서 약도먹이고 강제급여하면서 애가 마음 편하게 회복하는게 더 좋겠다해서
난 1달동안 밤잠을 설치며 처방캔 강제급여를 하며 간수치도 정상범위에 들어왔고 식욕도 돌아와 앞으로 큰 고비는 없을거라 안심했다.
정말 신기한게 이렇게 정성을 쏟아 아이곁에서 매일같이 말걸면서 챙겨먹이고 약먹이고 간호해주고나서부터
항상 몇시가 됐든 내가 집에 올때 마중을 나와주고, 내 방 주변에서만 계속 먹고 자고 놀고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이나마 이때 이후로 루루가 나한텐 마음을 열어줬다고 동물도 자기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행복한 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8월초 루루의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갔다가 받은 시한부 판정.
요새 더위를 먹었는지 기력이 조금 없어보이고 배가 불러오는것 같던 루루는 이미 간암으로 생과사를 넘나는 사투를 혼자 벌이고 있었다.
종양이 간전체에 퍼지고 복수가차서 아무런 의료적인 개입도 의미가 없다는 말에 다른 큰 병원들도 가봤지만 상태는 많이 심각했다.
며칠전부터 마중을 안나오는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건만, 미리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볼걸...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병원을 갈걸..
하는 자책과 후회와 미안함만 계속 밀려왔다. 이 후회와 자책은 사실 이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먹이주고 키우다가 사람보다 일찍 죽는 동물일지도 모른다. 동물한마리 아픈게 뭐그리 호들갑이냐고.
하지만 당사자인 나에겐 9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힘들때나 기쁠때나 내 곁에서 위로도 되주고 웃음짓게 만들어준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그저 내가 여유가 넘치지않아 더 잘못해주고 챙겨주지 못한것이 미안하고 가슴깊히 후회되고 아플뿐이다.
예비군 다녀오면 꼭 군화에 몸을 비비고, 새벽 늦게 들어와도 항상 마중나와서 딩굴거리며 반겨주던 친구.
내 곁에서 알짱거리며 뭐하냐고 관심달라던 그 아이가 없다는건 상상하기 싫었다.
사실 올해초만해도 아직 9살이니까 15살까진 살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 회복했으니 이젠 아프지 않을거라고..
이미 어떻게 해볼시기는 지났고 하루하루 루루에게는 힘겨운 날이었다.
며칠동안이나 눈물만 흘리며 우왕좌왕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는데..
병원에 다녀오는걸 너무 힘들어하고 숨이 넘어갈것 같은 아이를 보며 정말 고통스러워하는구나 하는걸 느낄수 있었다.
이렇게 고통받으며 저녁까지 텅 비어있는 집에서 혼자 병마와 싸우다 외롭게 루루가 마지막을 맞게 할수는 없었다.
가족과 상의후 조금이라도 덜 힘들때 루루를 모두가 지켜보는 곳에서 외롭지않게 편하게 보내주자고 결정했다.
다음날 오후2시 루루는 우리 곁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고 8월 8일 영원히 볼수없는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은 우리나라의 경사이기도 했지만, 루루가 태어난 생일이기도 했다.
1주일동안 집에서 머물던 루루의 유골을 가끔 창문밖으로 바라보던 집 뒤뜰에 뿌려주며 더 넓은곳으로 가서 편히 쉬라고 기도해주었다.
사람한텐 가족도 친구도 있었지만 반려동물한텐 오직 주인밖에 없다고, 하루의 절반을 주인만을 기다리며 외롭게 지낸다는 말이 생각난다.
9년동안 나만 바라봐주고 항상 내곁에서 있어준, 나를 항상 기다려준 친구를 갑작스럽게 보내고나니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
마지막으로 루루한테 했던 작별인사가 기억난다.
먼저가서 기다려달라고, 내가 찾아갈테니까 아프지말고 편하게 쉬고 있으라고.
야옹이별에선 더 맛있는거 먹고 잘 뛰어다니면서 외롭지 않게 다른 친구들이랑 함께 놀고있어! 이젠 나만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내지말구..
그동안 미안하구 고마웠어 정말 사랑했다 루루야!
2006.08.15 - 2015.08.08
세상에서 제일 이쁜 야옹이 루루에게
조금이라도 활동하던곳에 아이의 흔적들을 남기고 이뻤던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
|
등록안내
0
0
A-sky-full-of-stars
꼬마링크
사진으로만 보아도 얼마나 사랑스런 아이였을지ㅠㅠ
언젠가 하늘 나라 가는 날 아마 마중 나와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