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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침상에 누으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출석체크할 사이트'들 . . .

'내가 출석은 다 해놨던가 ?'. '어머니께 애니팡 사천성 딸기는 보내드렸던가 ?'

휘몰아치는 상념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나무 위에 천을 덮어놓은 침상은 다행히도 찬 기운은 없습니다.

절 덮은 네오 비치바스 는 포근하게 절 안아옵니다.

그런 듯 했습니다 . . .

비치바스는 제 몸에 딱 맞았습니다.

네, 너무 딱 맞았죠;;;

누으니까 양 어깨 길이와 비치바스의 짧은 면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본디 바닥에 깔고 누으라고 있는 것이니 제 몸뚱이보다는 그리 크지 않았나 봅니다.

사실 살 때부터 적혀있는 규격을 보고 우습게 생각했는데, 제 몸뚱이가 그리 클 줄은 몰랐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덮고 있으니 양 어깨를 비롯하여 몸의 양 옆이 허전한게 느껴집니다.

이과 출신의 공대 출신답게 그 짧은 순간 두뇌 풀가동하여 해결책을 찾아내봅니다.

몸뚱이를 옆으로 뉘여놓고 비치바스를 샥 얹었습니다.

이 생각을 떠올린 순간, 자신의 두뇌에 감탄을 했습니다.

하지만, 몸뚱이가 의외로 두꺼웠나 봅니다.

또 허전합니다 . . .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로 얼어죽진 않겠지하며 잠을 청합니다.

새벽에 이리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새벽에 공항은 처음이니 처음 안 게 당연하지만요.

술렁 술렁 하는 소리와 발가락이 따끔따끔하게 시선이 또 꽂히는 느낌부터 계속 순찰하는 공항 경찰분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더랍니다.

선잠이 살짝 들었을 무렵,

아기울음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칩니다.

어르고 달래는 소릴 보니 일본 사람같은데, '왜 이 시간에 집두고 공항에서 고생을 할꼬'란 생각을 잠결에 합니다.

또 웁니다.

'으앵 으앵 ~'

묘하게 몸이 스윽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잠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추락감을 맛보려는 찰나

'으앵 으앵 ~'

또 아기가 웁니다;;;

뭔가 쎄하니 눈이 절로 떠집니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저와 다른 침상에서 자던 사람들도, 밑에 줄서있던 사람들도 아무도 없습니다.

시간은 4시 40분 . . .

'분명 애기가 엄청 울었는데 . . .'

하는 생각과 함께 얼어죽지 말라고 그렇게 울었나 싶으니 한기가 스며듭니다.

<숫사자는 자체 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정신차리고 몰골을 확인해봅니다.

기가 막히게도 땡땡 부었습니다.

비치바스로 차갑게 식어가는 어깨를 휘휘 둘러서 몸을 녹혀보며 기지개로 몸을 풀어줍니다.

그 와중에 등 뒤, 난간 아래의 티케팅 부스에서 제 쪽을 봤을 때를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네오의 면상이 춤을 추는 걸로 보일 것 같아서 언능 몸을 안쪽으로 챙기고 짐을 살펴봅니다.

귀여운 제 친구 BMO도 백팩도 핸드폰도 모두 안녕합니다.

잽싸게 정신을 차리고 햇살 좀 받아보려 스카이 라운지로 발을 옮겨봅니다.

시계는 4시 55분을 넘어가는데, 햇살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묘하게도 공항 안보다 바깥이 더 따뜻합니다.

에어컨이라도 빵빵히 틀어놨나 싶어서 햇살을 좀 더 받으며 새벽의 하네다 공항을 둘러봅니다.

간 밤에 제가 반주를 홀짝이던 테이블을 비롯하여 쉬기 딱 좋은 공간들이 보입니다.

'자판기 좀 이용해볼 걸 . . .' 하는 후회를 지금에서야 사진을 보며 해봅니다;;;

몸이 좀 녹은 것 같아서 다시 간 밤의 좀비 동지들은 어떤가 둘러보러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갑니다.

식당인 이곳에도 수 많은 노숙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고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비워져있습니다.

내쫓겼나;;;

여기저기 걸어다니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다시 의자를 찾아 또 출국장으로 내려가 봅니다.

어제는 안보이던 차징 데스크가 눈에 들어오고, 마침 비어있는 의자도 있어서 바람같이 달려가 앉아 봅니다.

핸드폰을 충전해놓고 이어폰을 연결하여 노래를 들으며 또 궁상을 떱니다.

역시 승환이 형 노래는 기가 막힙니다.

이런 분이 올해 52이라니 . . .

얼굴도 나보다 팽팽하믄서;;;

시간이 지나니 주변에서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북적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또 도피해봅니다.

마침 기념품 가게들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과자들도 참 많이 팝니다.

맛있겠 . . .

<돈이 없어 슬프지>

하지만 연약한 지갑 상태를 감안하여 눈으로만 맛을 봅니다.

냠냠 . . .

아, 맛있다 . . .

평소 먹어보고 싶던 바움쿠헨을 비롯한 여러 빵들도 보입니다.

빵돌이인 저는 또 고민을 합니다.

'저건 분명 맛이 없을 거야. 빵은 프랑스가 본고장이지'

. . .

또 그냥 지나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카카오 버터보다 식물성 유지가 제격입니다>

제가 빵만큼 좋아하는 초코초코들이 또 보입니다.

노떼의 어느 분이 그랬던 것처럼 '저기엔 카카오 버터가 들었을 거야. 한국인인 내겐 사치스런 맛이겠지 . . .'

저 카카오 버터 들어간 초코 무지 좋아합니다 ㅠ_ㅜ

하지만 또 그냥 지나칩니다.

<울지마>

왠지 저기 뻔한 녹차 맛이 들어간 것이 색깔이 참 곱다고 느낍니다.

밤에 녹차 롤 케이크, 그것도 무려 프. 리. 미. 엄. 하신 맛을 봤기 때문에 안먹어도 알 것 같습니다.

안녕 ~

맛있어 보이는 걸 자꾸 지나치니 슬슬 배가 고픕니다.

아침이지만 열려있을 식당이 있을 것 같아서 또 어슬렁 거립니다.

이름도 모르는 빵집입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메론빵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한국에서 메론빵 맛있다는 곳을 몇 군데 가봤지만, 다 그저 그랬던 기억이 강렬히 떠올라 더욱 더 맛을 보고 싶어집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가게로 발을 이끕니다.

숫 : '고레와 메론빵데스까 ?'

가게 주인 (이하 주) : '하잇 ! 메론빵데스'

그지 같은 발음의 일본어를 시도해봤는데, 잘도 알아들어 주십니다. (감격)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머리 속에서 완성한 문장을 내뱉습니다.

숫 : '원 메론빵 플리즈 데스'

( . . . )

주 : '??? 하잇'

플리즈와 데스가 왜 붙어 나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알아서 계산까지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헤헷 . . .

[[숫사자는 카와EE 한 메론빵을 획득했다 !!]]

안먹어도 맛있습니다.

소중히 품에 갈무리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이동합니다.

모스 카페라고 적힌 곳 앞에 가니 그냥 모스 버거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먹어본 익숙한 곳입니다.

모닝 세트와 뭔가 다양해 보이는 듯한 메뉴가 있습니다.

익숙한 맛일 것 같아서 그냥 뒤돌아서 옆 가게를 봅니다.

규동을 파는 가게인데, 이미 기내식으로 고기 냠냠해서 땡기지 않습니다.

다시금 공항 와이파이를 갱신하며, 녹색창에 검색어를 두드려 봅니다.

'하네다 공항 맛집'

오빠와 라는 단어를 추가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검색해봅니다.

여러 가지 잡다한 블로그와 웹페이지가 나오지만, 역시 녹색창답게 잡다한 것 투성입니다.

그래도 눈에 띄는 것 하나가 보입니다.

'쓰루동탄 - 줄 서서 먹는데염'

맛집 스멜이 강합니다.

재빠르게 가게를 찾아서 장군님 축지법 쓰듯 이동합니다.

소문답게 아침 7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세네명 정도 보입니다.

기대를 한껏 안고 메뉴를 봅니다.

'????'

그릇들이 매우 크고, 양도 아름답게 많습니다.

입이 짧고 위도 작은 제게는 지나치게 많습니다.

뷔페를 가거나 양 많은 가게 가면 손해보는 타입이라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쓸쓸히 뒤를 돌아나옵니다.

'애인이랑 왔으면 하하 호호 나눠먹을 텐데 . . .'

갑자기 집 떠나온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이 핑 돕니다.

<눈물이 핑돌아 ㅠㅠ>

다른 가게를 찾아 또 이동해봅니다.

라면집인데 제 기준에서는 괴상한 것만 있습니다.

라면에 왜 명란을 얹어서 파는 건지 . . .

주변에 늘상 얘기하듯

'이 나이되면 편식이 아니라 기호를 존중한다고 해줘'

네, 또 그냥 지나칩니다.

스시집이 보이는데, 중국인 무리가 한 데 줄을 서고 있습니다.

수국 으로 무슨 행사를 한다더니 수국을 여기 저기 많이 장식해뒀습니다.

<수국은 무슨 맛일까요 ?>

고심 끝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모스 카페로 돌아와서 640엔짜리 B.I.T 세트를 시킵니다.

점원이 영어를 안합니다.

분명 잘 할 것 같은데 안합니다.

숫 : 'B.I.T 세트 플리즈'

점원 (이하 점) : '하잇'

점 : '뭐라뭐라 일본어'

숫 : '에 ??? 아돈노 재패니스'

점 : '뭐라뭐라 또 일본어'

일본어로 말하면서 뭔가 일본어가 잔뜩인 메뉴를 보이면서 손가락으로 훑습니다.

아, 세트 메뉴에 포함된 음료를 고르라는 것 같습니다.

숫 : '아, OKOK, 아이스 아메리카노 플리즈'

점 : '아메리카노와 아리마셍' (아마도;;;)

뭣 ? 아메리카노가 없어 ???

희한합니다.

동네 카페에서도 스타벅스에도 파는 게 없답니다.

나머지는 뭐라 써있는지 몰라서 그냥 던집니다.

숫 : '애니씽 플리즈'

잠깐 당황한 모습을 보이더니 점원이 다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점 : '고레와 코히데스' (또 아마도;;;)

이젠 지칩니다.

그냥 알았다고 하고 주문합니다.

숫 : 'OK 코히 플리즈'

이젠 막 섞어 나옵니다. 이 놈의 짧은 언어 실력 . . .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계산을 하니 위와 같이 덜렁 커피만 머그잔에 주고 번호표를 줍니다.

??

번호표를 부르면 나머지를 가져가란 것 같은데, 일본어로 숫자 세던 시절이 언젠지도 모를 정도로 지났기에 다시 뇌를 굴려봅니다.

'이치 니 산 시 고 로쿠 . . .'

한계입니다.

될대로 되란 식으로 가게 밖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혼자 분위기 잡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셔봅니다.

'드럽게 맛 없네 . . .'

커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커피를 자주 마셔 버릇하니 걍 맛 없는 건 알 것 같습니다.

네, 맛 없는 커피 입니다.

한국말 알아 들을 사람도 없겠다 싶어서 겉으로는 점잔 빼면서 혼자 궁시렁 거리며 홀짝 거립니다.

그렇게 몇 분 있으니까 점원이 도도도돗 하면서 뛰어와서는 뭐라고 합니다.

점 : '오갸쿠사마 뭐라뭐라 일본어'

아마도 계산대에서 절 계속 부르다가 못 듣고 있으니 제게 다가와서 뭐라 말을 합니다.

회사에서 막내 생활만 4년째, 그냥 분위기로 때려맞춰봅니다.

이 쪽 테이블에서 먹으면 안되니까 가게 안으로 오라는 것 같습니다.

'더운데 . . .'

안내 받아 아무 자리에 앉아있으니, 마침 햄버거 세트가 나옵니다.

커피는 맛 없어도 햄버거는 그 맛이 그 맛일테니 기대가 됩니다.

군데리아와 계란 후라이, 그리고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맛 없는 커피를 홀짝이며, 햄버거를 먹어봅니다.

안에 베이컨이 들어가 있어서 적당한 맛의 군데리아 보다는 나은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합니다.

햄버거와 샐러드를 먹으면서도 고민에 빠집니다.

'저 노른자를 어찌 먹지 ?'

평소 집에서라면 노른자 위를 구멍을 콕 내고 입술을 모아서 호로로로로록 빨아 먹을 텐데,

보는 눈이 많습니다.

마침 계란 먹는 사람도 없습니다.

주변을 조금씩 잘라 먹으면서도 끝없는 고민을 합니다.

'잘라 먹자', '그냥 호로로록 하자'

결심했습니다.

흰자 부분을 전부 잘라 먹고 노른자를 한 입에 털어넣기로 말이죠.

초딩 시절, 학교 앞에서 뽑기 잘라먹듯 조심 조심 노른자를 피해 흰자만 잘라 먹습니다.

. . .

노른자가 터져버렸습니다 ㅠㅠ

어릴 때 뽑기하던 실력이 그대로 나와버렸습니다.

왜 저의 고민은 이토록 허무하게 해결 되는 걸까요 ?

그릇에 노란 피를 흘리며 배가 꺼져가는 노른자를 다급하게 먹어치웁니다.

밥 좀 먹고 배 좀 두드리고 화장실 좀 다녀오니 어느덧 시간이 잽싸게 흘러

보딩 타임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뭐든 하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가나봅니다.

전광판에 표시되는 항공기별 게이트 안내에 따라 이동하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합니다.

일본으로 입국할 때 이미그레이션 카드를 작성하지 않아서 곤란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미리 써봅니다.

제가 생각해도 잘 썼다 생각하며, 출국장에 서자마자 여권과 함께 이미그레이션 카드를 내밀어 봅니다.

출국장의 아저씨가 표정을 굉장히 찌푸리더니,

제가 기껏 작성한 이미그레이션 카드를 거들떠도 안봅니다 ㅜㅡㅠ

얼마나 공들여 작성한 건데 . . .

여튼 들여보내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별 문제 없이 통과했습니다.

이런 거 겪을 때마다 너무 자신이 뿌듯합니다.

헤헤헤헷

탑승을 기다리며, 아이스 라떼를 한 잔 사서 아까 아침에 샀던 메론빵과 함께 먹어보기로 합니다.

저 잘 갈라진 등짝 . . .

'등짝 ! 등짝을 보자 ! 하�饑���'

커피는 라떼라지만 얼마나 엉망일지 벌써부터 두근두근해집니다.

예상대로 라떼는 우유 맛만 잔뜩 나는 게 드릅게 맛없고, 메론빵이 그나마 맛납니다.

냠냠 쩝쩝 호록호록 �e�e 냠냠

동그란 원형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고는 언능 충전 기둥으로 가서 폰을 연결합니다.

퀵 차지는 사랑입니다.

잽싸게 배터리를 채워봅니다.

폰은 충전을 시켜놓고 창 밖을 바라보며 하늘 감상을 합니다.

순간 키티 비행기가 보입니다.

창문에 달라붙어서 '우어우어' '우갸우갸' 소릴 내면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너무 타고 싶은 키티 비행기 ㅠㅠㅠ

언제 타볼까요 ㅠㅠㅠㅠ

탑승장을 따라 이동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겠습니다.

'키티야 안녕 ~ 다음에 보자 ㅠㅠㅠㅠ' 

언제나 타볼 수 있을까요 . . .

키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잽싸게 자리로 이동합니다.

짐을 적재하고 자리에 앉으니 초딩 둘을 포함한 가족이 저를 둘러싸서 앉습니다.

뭐 아무 일 없겠죠 ?

늘어나는 여권의 도장을 감상하며, 뿌듯해 합니다.

'앗힝�o�d ~'

이제 파리로 비행기가 뜹니다.

부우우우우우웅 ~

- 5부를 언제 쓸 수 있을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