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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아픈 발바닥을 부여잡고 루브르를 떠나 10분 정도를 가니 식당이 드디어 보입니다.

<그 때의 몰골>

배고픔과 발바닥의 통증이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저절로 빠지는 상태에서 보인 식당은 빛이 날 정도였죠.

(사실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조명 켰겠지만;;)

이미 가게 안은 프로젝터로 비추어지고 있는 유로 2016 프랑스 대 알바니아의 경기와 함께 사람들이 만석입니다.

다행히도 야외에 테이블이 있고 밖에서도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키크고 멋진 수염을 기른 주인 아저씨가 얼굴에 프랑스 국기 컬러를 페인팅하고 주문을 받으러 옵니다.

메뉴판을 보니 '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더라' 하는 상태가 무엇인지 실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뉴들 . . .

다행히 주류는 아는 게 꽤 있습니다.

몇 분을 고민하다가 현재의 상태에서 고민하는 것은 사치임을 깨닫고는 잽싸게 주문합니다.

동행분은 스테이크, 저는 비프 타르타르 라는 놈을 시켜봅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같이 주문한 맥주가 나옵니다.

무슨 맥주였는지 기억은 안나도 '밀맥주도 맛이 있으니 한 번 드셔보세요' 하고 권유했기에 밀맥주 중 하나겠거니 합니다.

맥주와 함께 딸려나온 감자튀김을 먹고 있으니 그제서야 피로감이 슬슬 빠져감을 느낍니다.

그 때 동행분이 질문을 하더라구요.

동 : '날 거 잘 안드신다던데 괜찮겠어요 ?'

숫 : '네 ???'

동 : '아, 모르고 시키셨구나;;;'

숫 : '네 ?? 비프 머시기는 고기 아녜요 ?'

동 : '고기는 고긴데 약간 육회 같은 상태를 다져서 이렇게 저렇게 요리 한 건데 괜찮아요 ?'

숫 : ' . . . 주문할 때 말씀해주시지 ㅋㅋㅋㅋ'

동 : '단박에 대놓고 시키길래 그건 먹나보다 하다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ㅎㅎ'

비프 타르타르 가 뭔지도 모르고 비프니까 고기 익힌 거 나오겠거니 하고 시킨 건데 그렇답니다 ㅋㅋㅋㅋ

숫 : '뭐 먹고 죽기야 하겠나요 ? ㅎㅎ'

하고 웃었지만 등에는 식은땀이 흐릅니다;;;

음식 나오기 전까지 가볍게 맥주를 홀짝이며 주변을 보니

축구에 미친 나라답지 않게 밖의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은 축구에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도착해서 경적 빵빵 울리며 도로 질주하던 포르투칼인과 버스에서 술 취해서 버스가 떠나가라 노래부르던 아이슬란드 사람들만 봐도

축구에 미친놈들이구나 싶었는데,

그냥 식당의 평범한 야외 테이블 모습입니다.

잠시 있으니 아까의 그 아저씨가 그릇 두 개를 들고옵니다.

(긴장 긴장)

먼저 동행분의 스테이크 접시가 내려놓아지고, 제 앞에 접시가 내려놓아집니다.

접시 두 개가 다 놓아지고 동행분과 저는 눈을 벙벙하게 뜨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 : '스테이크가 참 크네요 ?'

숫 : '이거 1인분인 건 맞겠죠 ???'

아찔합니다.

스테이크라고 놓아준 것은 거대한 고기 덩어리였고, 비프 타르타르 라는 놈은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은 양입니다.

낮의 쌀국수 가게에서도 쁘띠 사이즈 보고 놀랐는데, 서양인들의 위장 크기는 얼만큼 큰 것인지 감이 안잡힙니다;;

스테이크는 우리 나라에서 보던 스테이크의 2배는 넘을 듯한 사이즈에 가격도 싼 편 . . .

결국 스테이크는 적당적당히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비프 타르타르 . . .

예상과 달리 완전 날 것도 아닌 것이 적당히 양념도 되어있는 상태로 치댄 것을 뭉친 것이라 부드러우면서도

걱정했던 날 것의 맛은 크게 나지도 않으며 딱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알아차린 건데, 동행 분의 카메라로 열심히 음식 사진 찍고 전 1장도 안찍었네요;;;;)

식사도 하고, 반주도 하며 축구도 살살 보다보니 해는 어느것 사라졌고, 날씨도 시원하니 정말로 밤이 찾아왔습니다.

숫 : '걸으실 수 있겠어요 ?'

동 : '뭘 좀 먹으니 살 것 같네요. 가시죠 !'

루브르의 피라미드의 야경이 얼만큼 대단하길래 저런 힘을 이끌어내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루브르 옆에 있던 호텔 마저도 야경이 이쁘다 . . .>

첫날 밤의 일 덕에 까맣게 잊고 있던, 해가 진 후의 파리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배에서 보던 것과 또 다르게 어둠 속에 빛을 어울어지게 담아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와닿습니다.

그냥 어딜 봐도 이쁩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서 식당으로 가던 때와는 다르게

다리에 힘도 생기고 배도 차서인지 빠르게 돌아온 느낌입니다.

호텔 옆을 지나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 . .

<아나스타샤 !!>

진짜 낮과는 다른 피라미드의 느낌과 더불어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감싼 박물관 건물에 비춰진 빛들이

공간을 채우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냥 밝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사르르 발 끝에서 부터 올라옵니다.

연신 핸드폰의 셔터를 눌러가며 사진을 찍으면서도,

폰카의 한계에 눈물만 흘립니다.

전문가 모드니 뭐니 용을 써도 눈으로 보는 느낌을 담아낼 수가 없더라구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 . .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설정값으로 마구마구 찍어봅니다.

전 사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니까요 ㅎㅎ

그리고 제일 큰 아쉬움.

삼각대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야간이라 셔터 스피드 문제로 사진을 찍어도 흔들림이 발생하니 자연스레 아쉬워지더군요 ㅠ_ㅠ

( 그래봐야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만은 . . . )

그냥 이 순간 만큼은 이 공간의 모두가 행복하겠구나 싶더랍니다.

조용히 감상하는 커플부터, 빨간 드레스를 입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웨딩 촬영하는 관광객,

혼자서 셀카봉으로 열심히 찍는 솔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도, 감상을 하기도, 번갈아가며 즐기고 있으니

계속 감동이 사르르르 밀려오더랍니다.

<오길 잘했어 ㅠ_ㅜ>

야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이미 전 날에 숙소 스태프에게 걱정을 한껏 끼친지라 동행분과 적당한 시간에 헤어지고 잽싸게 숙소로 향합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루브르의 야경 맛을 한껏 맛봄과 함께 이틀째의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무계획한 다음날의 걱정따위는

11부에서 계속 . . .

(전편에서 사진이 많아서 한데 묶으려던 것을 억지로 쪼개니 분량이 짧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