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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밤 잠이 없어도 너무 없던 지라 새벽 늦게 자고 아침 일찍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바깥의 여명은 진작에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늦게까지 파리 곳곳을 누비고 돌아다니고 아직까지 자는 사람들에게 방해될까봐 조용히 하고 있다가
잠깐 잠에 빠졌나 봅니다.
그 사이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이 친구들은 뭐 이리 체력이 대단한지,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이 친구들에게는 제가 더 신기하게 보일 게 당연하니 서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아침 먹으라고 스탭이 아침을 열어줍니다.
쌀밥을 먹기 싫었던 전 인사만 건내고 또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립니다.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더 뒹굴거립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와이파이 존은 축복의 땅입니다.
그래봐야 파리에서 뽐뿌질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해외에서 하는 뽐뿌질은 또 다른 맛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밥도 안먹고, 침대와 하나가 되어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으니
스탭이 와서 말을 걸어줍니다.
스 : "오늘은 어디 안가세요 ?"
숫 : "네, 일정 없는데요 . . ."
스 : ". . ."
숫 : ". . ."
뻔뻔한 대답에 기가 막히다는 시선이 얼굴에 꽂히는 걸 느낍니다.
스 : "네"
'내 여행의 목적은 힐링이지 계획이 없기 때문이 아냐 !' 라고 속으로만 삼키고 다시 뒹굴 거리려다보니
어제 먹은 빵이 머리에 번쩍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인이 건내주었던 말이 머리에서 전구처럼 반짝반짝거리며 떠오릅니다.
지 : '형, 파리에서 마켓 가셔서 목에 라벨 있는 아무 와인이나 집어도 한국에 있는 것들 보다 맛나요'
할 일이 생겼습니다.
파리지앵 마냥 대낮부터 빵과 와인을 즐겨봐야겠습니다.
물론 파리지앵이 낮술하는 지는 모르지만요.
꼴에 또 바깥에 다녀온다고 깨끗깨끗 씻어봅니다.
사람들이 다들 놀러가서 욕실은 저의 차지입니다. (야호)
나름 단장하고 빛 보다 빠른 속도로 빵을 고르고,
마켓에 입장을 하니 입구부터 와인을 디스플레이한 것이 한 눈에 띕니다.
역시, 알코올의 나라 답군 하면 혼자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종류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병이 이쁜 와인을 잡습니다.
목에 라벨링 되어 있는 것은 까먹지 않았습니다.
또 되도 않는 불어로 점원과 인사하고 계산을 합니다.
싱긋 웃어주며 한 마디 있지않습니다.
숫 : "메르시"
한 손에 빵 봉투와 다른 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길을 걸으니 절로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숙소에 도착을 하니 스탭들이 식당에 모여 있습니다.
스 : "빵 사오셨네요. 이거 드셔보실래요 ? 슈게트라는 건데 맛있어요."
맛있다고 합니다.
거절은 하지 않습니다.
<슈게트 Choquettes>
나름 빵돌이라 자부했지만, 처음 보는 빵들이 많아서 내공이 얕음을 또 느낍니다.
고운 자태로 빵끗 웃는 슈게트를 바라보며, 나눔의 정을 실천해봅니다.
숫 : "저도 와인이랑 빵 사왔는데, 같이 먹어요 ~"
<몽바지악 와인 ? 과 바게트>
파리 하면 ! 바게트지 !
하는 생각에 사온 바게트와 와인을 같이 꺼내놓습니다.
점심 즈음이 가까워진 때여서 다들 배들이 살짝 고팠던지 바게트를 잘 먹습니다.
대충 뚝뚝 떼어서 한 입 먹고 와인을 한 모금 들이키니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스탭들은 와인은 마시지 않고 빵과 슈게트를 맛있게도 먹습니다.
와인이 너무 맛있었기에 아깝기도 했지만, 또 혼자 먹을라니 그것대로 아쉽습니다.
그래서 혼자 다 마셔버립니다.
<에끌레어 eclair>
프랑스까지 와서 에끌레어 안먹어보고 가면 섭섭할 것 같아서 사온 에끌레어를
바게트와 맛만 본 슈게트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바로 먹습니다.
고운 자태를 한 번 영접한 뒤,
야무지게 한 입을 먹어줍니다.
안에 들은 초코 크림이 진짜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의 초코가 맛이 없는 것들로만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 탓인지,
초코 크림의 맛부터 차이가 너무 납니다 ㅠㅠ
게다가 안에 들은 초코 크림이 너무 질척이지도 않고, 너무 되지도 않은 상태로
입에 넣자마자 풍부하게 퍼지는 맛에 감탄을 하며 눈물을 ㅠㅠ
<슈게트도 또 한 입>
빵을 참 복스럽게도 잘 먹었나봅니다.
남은 슈게트를 제게 마저 건냅니다.
감동의 눈물을 다시금 흘리며 또 먹습니다.
'마이쪙 ㅠ_ㅜ'
배도 채웠겠다, 할 일도 없겠다 . . .
또 침실도 들어와서 침대에 벌러덩 눕습니다.
늦게까지 해가 안지니까 더 돌아다니게 부담스럽지도 않은 탓에 누워서 뒹굴거려도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안심이 됩니다.
. . .
. . .
. . .
아, 졸아버렸습니다.
시원하게 졸아버렸더니 몸도 한결 개운하니 좋습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카톡을 하니 할 일 없으면 심부름이나 해달랍니다.
지 : "숫사, 할 일 없으면 모노프릭스 가서 과자 좀 사다줘"
숫 : "ㅇㅋ 근데 뜬금없이 무슨 과자임 ?"
지 : "룩셈부르크 있을 때 돌아다니며 먹은 과자가 몇 개 있는데, 이 기회를 써먹어야지"
숫 : "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다시 어기적 어기적 바깥으로 나가봅니다.
나오기 전 구글맵으로 모노프릭스를 검색했더니 빵집 옆으로 조금 가면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침실의 창문엔 커튼을 쳐서 몰랐는데, 비가 촉촉히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럴 줄 알고, 내가 매쉬타입 신발을 안신고 왔지' 라며 혼자 콧대를 세우며 의기양양해합니다.
우산을 하나 꺼내들고 룰루 랄라 가늘게 내리는 빗길을 한 번 거닐어 봅니다.
<비가 오는 거리>
빵집까지 가서 왼편으로 돌아서 조금 걸어가니 모노프릭스가 보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기 때문인지 평소 싫어하는 빗속을 기분 좋게 거닐어 봅니다.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한 기분에 나름 분위기 있는 거리의 모습을 잡는다고 찰칵 찰칵 폰을 놀려봅니다.
비가 왔음에도 길이 깨끗깨끗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더 좋았나 봅니다.
과자 쇼핑을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고 모노프릭스로 들어가봅니다.
매장이 꽤나 커서 계산대 옆의 입구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역시나 맥주가 눈에 먼저 밟혔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쓴 눈물을 삼키며 과자 코너로 갑니다.
잘 터지지 않는 데이터를 잡기 위해 바둥 거리며, 카톡을 보냅니다.
숫 : "가게 도착. 원하는 과자를 고르시오"
그리고는 넓디 넓은 과자 코너를 돌며 사진을 찍어서 보냅니다.
데이터도 잘 안터지고, 느리지만, 그냥 막 보내버립니다.
<찾았다 !! La Mère Poulard>
또 아바타 놀이에 빙의하여, 이 과자는 어떤 맛, 저 과자는 어떤 맛인지 특훈을 받으며, 각 코너를 뒤지고 다닙니다.
그러던 중,
지 : "숫사, 거기 빨간 과자 ! 그거 그거 !"
다급한 메세지 속에 멈춰서 다시 한 번 사진을 보냅니다.
숫 : "이거 ? 라 메레 폴 뭐시기 ?"
지 : "라 메르 폴라르 ! 여튼 그거 맛있음. 거기 맛별로 몇 개씩 부탁요"
숫 : "ㅇㅋㅇㅋ 접수했음. 다음 미션을 입력하시오"
지 : "아, 맞다. 진짜 추천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뭐냐 유리병에 담긴 요거트 같은 건데, 이름이 기억안남"
숫 : "넵, 유제품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아직도 이름을 모른다 . . .>
숫 : "이거 유리병 ?"
지 : "ㅇㅇㅇㅇㅇㅇ 그거 진짜 맛있으니 꼭 먹어봐"
숫 : "오홍 . . . ㅇㅋㅇㅋ 땡쓰요"
지 : "ㅇㅇㅇ 무사히 와"
숫 : "설마 또 끌려가겠음 ? ㅋㅋ"
지 : "아니 너 말고 내 과자 무사히 가져오라고"
숫 : ". . ."
실 없는 농담을 뒤로 하고 산 물건들을 가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올라갑니다.
계산대에 서니 캐셔 아주머니가 유쾌하게 맞이해주십니다.
비록 프랑스어로 말해서 알아먹질 못하지만, 친근함을 느낍니다.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계산을 위해 동전 다발을 꺼냅니다.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동전이 주머니 한 가득이나 꺼내니, 캐셔 아주머니가 알아서 많이 가져가주십니다.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 . . .
아직도 비가 촉촉하게 내립니다.
괜히 또 찍어봅니다.
또 찰칵
비에 젖은 지하철 역 입구를 지나 숙소로 갑니다.
벌써 익숙한 곳이 되어버린 기분을 받으며 혼자 또 신나서 스탭을 밟으며 걸어갑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캐리어에 과자를 차곡차곡 정리합니다.
이런 건 미루면 나중에 짐 쌀 때 까먹는 일이 생기니, 평소에도 건망증이 심한 저이기에 언능 정리를 시작합니다.
비모의 배를 갈라 테트리스 하듯 잘 맞춰 넣습니다.
이젠 다시 할 일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지인을 괴롭혀 봅니다.
숫 : "나 할 거 없음 ㅋㅋㅋ 휴양지 온 기분이 이런 것인 가베 ㅋㅋㅋ"
금방 카톡이 날아옵니다.
지 : "그럼 거기 한 번 가볼래 ?"
숫 : "거기 ?"
지인이 알려 준 곳은 바로 . . .
는 12부에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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