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십수 년간, 인텔의 프로세서는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의 정상적인 동작을 보증하기 위해 박스 제품에 적절한 서멀 솔루션, 즉 ‘쿨러’를 함께 제공해 왔다. 이는 프로세서의 발열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펜티엄 시절부터 시작되며, 이후 새로운 프로세서가 나올 때마다 함께 번들되는 쿨러의 형식 등도 함께 관심을 받아 왔다.

이 쿨러도 당연히 프로세서의 열 상황, 그리고 프로세서의 ‘등급’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코어2듀오 프로세서의 출현 이후 데스크톱용 쿨러의 크기는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이는 프로세서의 발열량이 개선된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익스트림 급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쿨러는 좀 더 크고 화려한 것에 그치지 않고 타워형 등, 기본 제공 솔루션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디자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샌디 브릿지-E에 들어와서, 인텔은 프로세서 패키지에서 아예 쿨러를 빼 버렸다. 이는 샌디 브릿지-E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별도의 쿨러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텔은 레퍼런스 쿨링 솔루션으로 비교적 저렴한 공냉 방식의 쿨러와 함께, 수냉 형식의 쿨링 솔루션인 RTS2011LC를 레퍼런스로 소개하고 있다.

■ 간편한 설치와 관리성을 가진 레퍼런스 서멀 솔루션

인텔이 수냉 방식의 쿨러를 레퍼런스 서멀 솔루션으로, 그것도 별도 구매 형식으로 선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서 레퍼런스 쿨러를 별도 박스로 제공한 것도 드문 일이었던 인텔이 아예 쿨러를 별도로 제공하고, 그 별도로 제공하는 쿨러가 공냉이 아니라 수냉이라면 상당한 ‘사건’이라 할 만 하다.

물론 이 쿨러는 엄밀히 따지면 인텔이 디자인한 게 아니다. ASETEK의 솔루션을 OEM 받아 약간의 커스터마이징하여, 인텔의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이 RTS2011LC이며, 이는 수냉 재킷 위에 ‘Cooled by ASETEK’ 문구로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같은 베이스 모델을 사용한 서드파티의 모델도 이미 커세어 등에서 시장에 출시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드파티 모델과 비교해서 이 RTS2011LC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LGA2011 폼팩터 설치에 최적화된’ 쿨러라는 것이다. 설치를 위한 브래킷 등에서 이미 LGA2011 규격에 완벽히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이 쿨러는, 공식적으로 LGA2011 규격을 지원하는 최초의 쿨러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쿨러는 LGA2011 규격의 프로세서와 동시 발매되었으니 말이다.

▲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다 보니 다소 내용물이 많다.

포장을 열면 꽤나 많은 구성 요소가 들어 있다. 일체형 재킷과 라디에이터, 소켓에 재킷 고정을 위한 메탈 플레이트와 함께 메인보드 뒤쪽에 설치를 위한 백 플레이트, 그리고 나사와 스페이서, 라디에이터 냉각을 위한 120mm 쿨링 팬과 서멀 구리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언뜻 보면 꽤나 많은 구성 요소들이 들어 있는데, 사실 이 요소들 중 절반은 실제 설치에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RTS2011LC는 LGA2011을 메인 플랫폼으로 했지만, LGA1155/1156/1366/775 등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박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당 수의 요소들이 이런 타 플랫폼에서의 설치를 위한 것이다. 당장 플라스틱 재질의 백플레이트만 해도 LGA2011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소켓 고정 나사 또한 소켓에 따라 규격이 다르고, 스페이서 등도 LGA2011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등의 차이가 있다.

실제 이 쿨러를 LGA2011 소켓에 설치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메탈 플레이트에 플라스틱 가이드를 조립한 뒤, 재킷과 메탈 플레이트를 맞춰서 소켓 옆의 나사 구멍에 나사로 고정하면 설치가 끝난다. 물론 LGA2011이 아닐 때는 백플레이트와 다른 구조물들을 설치하는 과정이 더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설명서의 설치 가이드는 LGA2011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 수냉 재킷과 라디에이터는 완전히 일체형이다.

RTS2011LC의 특징 중 하나는 수냉 재킷과 라디에이터가 완전한 ‘일체형’ 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수냉 쿨러들은 사용자에게 직접 조립과 냉각수의 관리를 요구했지만, 이 RTS2011LC는 전혀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이미 실링되어 나오는 만큼 크게 누수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사용 중 냉각수 관리도 필요 없으며, 아예 냉각수는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일체형의 장점은 일단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수냉 형식의 쿨러의 단점으로 지목되던 누수에 대한 대비와 냉각수 관리 등을 신경쓰지 않고, 공냉 쿨러를 쓰는 것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은 편의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여기에 소음 문제나 시스템 내부의 공간적 측면에서도 이 쿨러는 어느 정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RTS2011의 라디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안에 장착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120mm 팬이 장착 가능한 자리에 장착할 수 있다. 재킷과 라디에이터를 분리할 수 없고, 냉각수 순환을 위한 호스가 길지 않은 만큼 실질적으로 케이스 밖으로 라디에이터가 나가긴 힘든 구조다. 120mm 팬은 라디에이터에 함께 장착해, 구성에 따라서는 프로세서와 시스템 쿨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도 하다.

▲ 120mm 팬과 펌프 구동까지 모두 하나의 커넥터로 해결한다.

인텔이 제시하는 레퍼런스 쿨링 솔루션 답게, 메인보드의 온도 모니터링과 이를 이용한 컨트롤 기능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RTS2011LC는 냉각수 순환을 위한 펌프와 라지에이터 냉각을 위한 120mm 팬 구동을 하나의 4핀 커넥터로 해결하고 있으며, 메인보드 설정에 따른 팬 속도 컨트롤 등에도 완벽히 대응해 설치와 운용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또한 외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요소로는 인텔 특유의 푸른 LED 장식이 있다. 레퍼런스 쿨링 솔루션이라는 위치에 있지만, 애초에 이 레퍼런스가 되는 플랫폼 자체가 ‘익스트림’인 만큼, 어느 정도 눈에도 즐거울 수 있는 LED 장식 요소도 있다. 재킷의 인텔 로고와 120mm 팬에는 푸른 LED가 있어, 여느 때처럼 인텔 익스트림 플랫폼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적당한 성능과 정숙함의 조합

▲ 테스트 시스템 사양

▲ 오버클록킹 설정

일반적으로 수냉 방식의 쿨러가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라면 ‘정숙함’ 이 있다. ‘물’ 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열원인 프로세서 쪽에서 열을 이동시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공냉 방식에서는 팬이  일반적으로 반드시 열원 근처에 위치해야 하는 데 비해 더 유연한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인식인 ‘성능’ 측면에서도 크기나 소음 대비 우위를 가지고 있다.

RTS2011LC는 일단 인텔이 제시하는 레퍼런스 써멀 솔루션이고, 인텔이 보증할 수 있는 ‘기본 상태’에서의 사용을 전제하고 있다. 이 쿨러가 보증하는 TDP는 LGA2011 규격의 프로세서가 가지고 있는 수준인 130W 정도고, 터보 부스트를 감안했을 때 최대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160~180W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쿨링 성능 수치라면 어느 정도는 이 RTS2011LC의 실제 성능을 예측해낼 수 있다. 또한 이 쿨러를 가지고 LGA2011 규격의 코어 i7-3900 시리즈 프로세서를 하드 코어 오버클럭하기는 다소 힘들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코어 i7-3900 시리즈 프로세서가 오버클럭시 급격히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정규 클럭에서의 전력 소비량과 온도, 낮을수록 좋다.

이 쿨러와 함께 사용한 코어 i7-3960X는 기본 클럭 3.3GHz에 터보 부스트 이용시 3.6~3.9GHz까지 동작하는, 만만치 않은 전력 소비량과 발열량을 가진 프로세서다. 터보 부스트를 사용하면서 6코어를 모두 풀로드시의 소비 전력은 유휴 상태와 비교해 약 140W의 차이가 나며, 정규 클럭에서의 터보 부스트 설정을 생각하면 대략 프로세서의 소비 전력은 150W 수준으로 짐작 가능하다.

이 정도의 사용에서 RTS2011LC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유휴 상태에서의 온도는 테스트 당시 주위 온도인 25도와 비교해 조금 높은 수준인 31도를, 풀로드 시에는 61도 정도에서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프로세서의 동작 보증 온도 이내의 환경을 훌륭히 지켜 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고, 130W의 보증 TDP를 충실히 지켜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본 상태에서 이 쿨러를 사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정숙성’이다. 풀로드에 이르더라도 라디에이터 냉각을 위한 팬을 굳이 최대 속도로 돌릴 필요가 없으며, 실제로 팬이 약 40~50% 정도의 속도로만 돌아도 온도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6코어 프로세서의 풀로드에도 대부분의 경우 정숙함을 유지한다는 점은 소음 등 환경적 측면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 오버클록킹 시 전력 소비량과 온도, 낮을수록 좋다.

물론 라디에이터의 크기나 구성 등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시피, 이 쿨러는 하드코어 오버클럭을 위한 제품은 아니다. 냉각수를 바꾸거나 할 수 없기도 하고, 라디에이터의 공간 구성 자체도 제약을 받는 만큼, 오버클럭을 통한 사용에 있어서 이 쿨러의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며, 이는 실제 테스트 결과에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코어 i7-3960X에 이 쿨러를 사용해 4.13GHz 오버클럭을 시도할 경우, 유휴 상태에서는 전력 소비140W 가량에서 38도 가량의 온도를 보여 준다. 오버클럭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생각하면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은 약 50W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풀로드시 오버클록킹된 프로세서의 소비 전력량은 250W를 넘을 정도고, 이 쿨러 역시 쿨링 능력의 한계를 보여 주게 된다.

4.13GHz 오버클록킹에 이 쿨러를 사용할 경우, 풀로드에서 프로세서 온도는 80도 전후로 관찰되며, 각 코어당 온도는 100도 근처까지 올라가게 되어 메인보드의 설정에 따라서는 각 코어별 과열 경고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팬을 최대 속도로 돌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며, 기본 디자인 차원에서의 열용량 부족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  쾌적한 작업 환경을 위한 색다른 대안

▲ 인텔 써멀 솔루션 'RTS2011LC' 제품 사양

인텔의 RTS2011LC는 일단 인텔이 제시하는 레퍼런스 수냉 쿨링 솔루션이라는 것으로도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또한 LGA2011을 위한 레퍼런스라는 의미에 맞게 간편한 장착과, 유지보수가 필요 없다는 편의성, 수냉이 제공할 수 있는 정숙성 등으로 무장해, 기본 상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쾌적함을 보장할 수 있는 색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이 쿨러가 처리할 수 있는 TDP는 130~160W 수준으로, 이는 LGA1155 정도의 플랫폼에서는 상당 폭의 오버클록킹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LGA2011 플랫폼에서는 오버클록킹을 위한 써멀 헤드룸을 넉넉히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봐야 하고, 실질적으로 이 쿨러를 통한 하드코어 오버클록킹은 힘든 수준이다.

이 쿨러는 일단 하드코어 오버클록킹에 어울리는 물건은 아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이 쿨러의가격과 성능을 생각하면 오히려 최상위급 공냉 쿨러를 사용해 오버클록킹에 도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보증된 성능에 정숙성을 원하는 워크스테이션 레벨의 고급, 전문 사용자들에는 인텔의 보증이 제공되는 이 쿨러의 존재가 색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