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채소, 육식과 채식의 정체를 밝히다
툰자청소년편집위원 9기 김민주
채식을 시작한 지 50일째 되는 오늘, 학교 점심급식은 또 소고기 볶음과 돼지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입니다. 고기반찬을 빼면 남는 건 김치, 나물, 쌀밥뿐. 친구들은 안쓰러운 눈길로 “매점에서 빵 사다 줄까?”하고 묻지만, 그래도 힘들지는 않습니다. 사실 전 엄격한 비건(Vegan)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유제품과 달걀, 생선은 먹기 때문입니다. 채식주의자들도 그 단계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비건은 모든 동물성 식품을 일절 섭취하지 않고 오보(Ovo)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먹되 유제품은 먹지 않으며, 락토(Lacto)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먹지 않고 유제품을 먹습니다. 전 생선, 유제품, 달걀까지만 먹는 페스코(Pesco) 베지테리언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같은 ‘채식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종류가 많고, 각기 채식을 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하는 사람도 있고,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육식을 비판한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 혁명>의 저자 존 로빈스는 채식이 건강한 환경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식습관이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 공장식 축산업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물의 낭비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며 동물권을 심각하게 침해합니다. 먼저, 돼지와 소를 기르는 데 드는 물의 양은 다른 채소를 기르는 데 드는 양보다 50배에서 150배 정도 많습니다. 돼지와 소의 배설물은 물에 녹아들어 산소 고갈 현상을 일으키고, 라틴 아메리카의 열대 우림은 가축 사육을 위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동물권 보호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으로 농부들은 동물을 될 수 있으면 그것들과 잘 어울리는 환경에 풀어놓고 보호해주는 것을 당연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집중적인 공장식 낙농업은 축산업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동물들을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작은 창고에 가두어 놓고 사료에 항생제와 호르몬제, 약품과 방부제 등을 섞어 과밀도 사육에서도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듯, 채식주의자들은 그들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바탕으로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전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에 진입한 <채식의 배신>의 저자 리어 키스는 이러한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어 키스는 위 책을 쓰기 전까지 20년간 고기는커녕 버터도 입에 대지 않던 비건이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이유는 지구와 생명을 위한 정의감 때문이었습니다. 머리말에서 그녀는 “내 몸이 이 땅을 먹어 치워 망하게 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 땅을 길러내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생명을 길러 내는 과정의 첫걸음인 먹는 행위가, 살상이 아니라 보전의 행위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은 신념을 지니고 살아오는 동안에도 그녀는 가끔 밀려오는 회의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채식의 본질에 대한 연구 끝에 20년간 지켜온 식단을 버리고 육식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어 키스는 왜 채식이 신화일 뿐이라고(그녀의 저서 원래 제목은 Vegetarian Myth입니다.) 주장하는 걸까요? 그녀가 존 로빈스가 비판한 공장식 축산 농업을 찬성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녀는 채식이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해를 끼치며 공장식 축산 농업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농업의 본질 자체가 파괴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은 쌀, 밀 등의 일년생 식물입니다. 그러나 일년생 단일경작을 기본으로 하는 농업은 자연이 하는 일과 완전히 반대의 일을 합니다. 대규모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므로 댐, 우물, 강의 수로 변경이 필수적인데, 그 결과로 물의 염류화가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리어 키스는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동물 권리 옹호적 시각에 반대를 표합니다. 사육장에 가두어놓고 방부제를 먹이는 공장식 축산에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물도 생명이므로 불쌍하니까 먹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생명은 죽음으로써만 가능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이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녀가 보기에 동물 권리 옹호론의 세계관은 동물의 본질을 포함한 자연의 본질과 완전히 모순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먹히는 동물이 불쌍하다’는 감정은 인본주의적 윤리를 기본으로 한 감정이지, 자연 자체를 보는 거시적인 시각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이해하고 그 질서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책에서 리어 키스는 “우리는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이해는 전혀 하지 못하는 이 초록빛 땅과 화해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리어 키스가 말하는 ‘자연과 함께 가는’ 길은 무엇일까요? 그녀는 육식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지구의 ‘흙’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일년생 경작은 어쩔 수 없이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어 환경 파괴를 가져오므로, 우리는 다년생 혼작을 중심으로 한 재배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새로운 농업 방식으로 흙을 되살려야만 식물을 살릴 수 있고, 그 식물을 먹는 모든 동물과 인간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모든 채식주의자는 정말 허황한 꿈을 좇고 있는 것일까요? 저부터 먼저 채식을 포기해야 할까요? 비록 리어 키스는 채식의 장점을 모두 반박하려 하지만, 이 외에도 채식이 주는 여타의 긍정적 영향은 아직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학교 급식을 남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고기반찬을 먹으면 배가 빨리 불러서 다른 채소 반찬을 남기거나 밥을 남기고는 했는데, 고기 대신 채소를 먹기 시작하자 김치 한 쪽, 시금치 한 줄기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입맛 또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양념이 많이 된 음식을 좋아하던 제가 채소의 맛에 익숙해지면서 싱거운 음식도 달게 먹게 되었습니다. 물론 채식 실행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입니다.
출처
유엔 환경계획 한국위원회
http://www.unep.or.kr/sub/sub05_01_02.php?mNum=5&sNum=1&boardid=tunza&mode=view&idx=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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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uffingtonpost.kr/2015/08/29/story_n_8060166.htm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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