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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가 다시 이슈가 되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 영화.
아련히 피어오르는 옛 감성에 다시한번 ´새하얀´ 아웃케이스의 블루레이를 꺼내어 재감상 해보았다. "나카야마 미호"가 주연으로서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 그 중 하나이자 유명한 "오겐키데스카" 대사의 주인공 캐릭터가 바로 공식 포스터에 등장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이다.
간사이지방 고베에 살고 있는 그녀는 동북지방 설산에서의 조난사고로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잃었고 그의 3주기 추도식을 마치고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추도식 날 우연히 펼치게 된 그의 졸업앨범에서 연인의 옛 주소를 메모한 후 그리움의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의도와는 달로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주소로 전해졌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후지이(여)와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그녀가 여전히 후지이(남)를 잊지못하고 있음을 못마땅히 여긴 현 연인 아키바는 후지이(여)를 만나볼 것을 제안하고 그녀를 만나기위해 찾은 북쪽 홋카이도섬의 작은 도시 오타루에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자신과 매우 닮은(!) 외모의 여성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죽은 연인을 기리기 위해 등반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 산을 찾는데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계속해서 동일한 노래 바로 "푸른 산호초"를 흥얼거리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조난당했을 때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라 전하면서도 원곡자인 "마츠다 세이코"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던 후지이(남)이 왜 이 노래를 불렀을지 궁금해 한다.
이 부분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핵심 복선, 처음 이 노래 가사를 정확히 몰랐을 시절에는 그저 유명한 노래를 끼워넣은 맥거핀이라 생각했기에 가사의 의미까지 담아 전개 상의 복선으로 장치된 의미를 온전히 알지 못했다. 이 영화서 반복되어 불려지는 부분은 이 노래의 도입부 두소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あゝ私の恋は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아아, 와타시노 코이와 미나미노 카제니 놋-테 하시루와 아, 나의 사랑은 남쪽의 바람을 타고 달려가
あゝ青い風切って走れあの島へ"" 아아 아오이 카제 키잇-테 하시레 아노 시마에 아, 푸른 바람 가르며 달려라 저 섬으로
와타나베는 연인 후지이(남)이 자신을 처음 보는 순간 반했다고 고백했음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죽는 그 순간까지 후지이(남)은 홋카이도(섬) 오타루에 있는 첫사랑 "후지이 이츠키"(여)를 잊지못하고 남풍(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실어 보내는 마음을 노래로 불렀던 것... 즉 그가 부른 "푸른 산호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첫사랑을 향해 보낸 "러브레터"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최후의 순간 이 노래로 표현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와타나베는 그의 프로포즈와 같은 내밀한 추억을 그를 기리는 이들과 나눈다.
그리고 이튿날 설산을 마주하며,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을 정리하며 미래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 와타나베가 일출 앞에서 그 유명한 대사(!)를 외치게 되는 것
영화 말미에 여자 후지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첫사랑이 바로 그녀였음을 암시하고 후지이(여) 또한 유년기의 그녀를 후지이(남)가 몰래 그려둔 모교의 독서카드를 보고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정반대로 남쪽"의" 바람이라 풀이하며 밝고 흥겨운 분위기의 노래임을 강조하면서 후지이(남)이 와타나베에게 보내는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라고 보는 해석도 있지만 동의가 안됨. 영화 전체로 보면 흥겨운 원곡이 삽입되어 있지 않고 다소 우울한 분위기의 흥얼거림으로 표현되며 "러브레터"란 제목과 후지이(여)가 살고 있는 북쪽 섬(홋카이도)에 위치한 "오타루"의 존재가 강조되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부족한 해석. 오타루의 교차로에서 마주치는 후지이(남)의 첫사랑인 후지이 이츠키(여)와 마지막 사랑인 와타나베 히로코 본인의 외모가 (완전히)닮은 여성임을 깨닫는 상황을 굳이 강조(!)하는 연출의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음.
금번의 재감상 중에 느껴지는 이 영화 또 하나의 특징은 죽음과 기억이란 테마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
죽은 후지이 이츠키(남)의 3주기 추도식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그저 일상을 보내듯 담담한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간다, 십여년전 폐렴으로 사망한 후지이 이츠키(여) 부친의 사인을 기억못하고 핀잔을 듣자 웃어넘기는 고모부의 모습도 비슷한 궤의 묘사이다.
그러나 죽은 연인을 기억하기 위해 원래라면 수신자가 없을 곳으로 보낸 와타나베의 편지, 후지이(남)이 어린시절 후지이(여)의 이름과 얼굴을 아무도 안읽을 책의 도서카드에 남기는 행동, 무덤덤히 잊고 지내는듯 보이지만 두 주인공의 행동을 계기로 잃은 가족들을 떠올리는 순간 감정이 격해지는 사람들의 공통된 모습. 후지이들의 모교 담임교사가 기억하는 그들의 이름과 학번.
부친과 같이 폭설이 내린 날 폐렴이 악화되어 생명의 위기를 맞은 후지이(여)의 위급한 상홤과 연인이 죽어간 설산의 밤을 보내며 그를 추억하는 와타나베의 모습과의 교차
일상 속에서 무덤덤히 지내지만 와타나베의 편지로 인해 되살아난 후지이(여)의 후지이(남)에 대한 기억과 조심스럽게 드러나는 미묘한 애정의 존재까지.
모든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하며 죽음도 이를 잊히게할 수 없다는 보편적인 명제가 테마로써 지속적으로 변주되는 가운데 극의 서사가 이어지는 작품.
90년대 유년기의 끝에서(국내 개봉연도는 1999년) 만난 이 작품은 아름다운 설경과 더불어 주인공들의 평범한 일상까지 아기자기한 영상미와 유려한 음악에 담아낸 섬세한 감성으로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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