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시간날 때면 제주 도두항에서 배타고 나가는 갈치낚시만 하다가,

( 참고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camping&no=207735 )

개우럭을 잡고싶어서 며칠전 태안 신진항에서 서해 먼바다로 나가는 배를 탔습니다.

새벽 3시에 신진항에 도착해서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개우럭용 오징어미끼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구용 오징어내장을 몇팩 샀습니다.

일행인 사촌형님과 큰맘먹고 준비한 66L짜리 쿨러에 만쿨을 기원하며,

새벽 4시 출항과 동시에 선실에서 꿀잠을..

아침 7시40분까지 밤새 달려 어느새 서해 공해상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파도가..ㄷㄷㄷ

"자. 자. 채비하시고. 미끼까지 끼우고 딱 내릴준비하세요."

"여긴 위험한 곳이라 빨리빨리 치고 빨리 빠져야 합니다."

"사무장! 거기 앞쪽 준비가 안됐잖아! 뭐하는거야!"

"삐삑! 거기 사장님들. 아직 내리지 마세요!"

멀미도 살짝오는데다 잠도덜깬 상태로 2단 채비를 묶고 바늘을 달고..위쪽에는 우럭용 오징어채, 밑에는 대구용 오징어내장.

스탠바이. 

드디어 삑! 내리라는 신호입니다.

츄르르륵. 전동릴이 경쾌하게 회전하며 100호짜리 봉돌을 바닥까지 내립니다.

툭. 팽팽하던 줄이 흐느적거리는 걸 보니 바닥이네요. 76M 나옵니다.

두어바퀴 감아서 그대로 스테이.

투두둑! 

왔네요.

다시 두어바퀴 감아서 스테이.

투두둑! 툭! 툭!

위이이잉~! 전동릴을 최고스피드로 감아올립니다.

올라오면서도 물고기가 힘을 쓰는터라 낚시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고 ㄷㄷㄷ떨리는게..손맛이 엄청납니다.

(사진이 없어요. ㅠㅠ)

그렇게 8짜 대구로 첫수를 하고, 1시간동안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갈치낚시도 엄청 바쁘고 쉴틈없는 노동인데, 대구낚시에 비하면 갈치는 고요한 낚시축에 속하는 듯.

사진찍을 엄두도 못내고 딱 1시간동안 배를 탄 18명이 모두 최소 3~4마리 이상씩 손맛을 보고 재빨리 자리를 떴습니다.

주위에 중국배들이 너무 많아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ㄷㄷㄷ

2시간을 달려 격렬비열도까지 온 뒤에야 잔잔한 바다에 정박을 하고 쿨러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선사는 조황기가 중요하다보니, 

사무장님 나름의 사진찍는 노하우가 있더라구요.

사촌형님과 저는 둘이 10마리정도 잡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초보다보니 1시간만에 감각을 익히기엔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집에 돌아와서..

아무래도 손질 할 엄두가 안나 마트 수산코너에 있는 지인에게 SOS를 쳤습니다.

부탁하는 마당에 많이 가져갈 순 없으니, 3마리만 손질해달라고..-_-;;;

역시..

집에서 내가 어찌해보려고 배를 갈랐으면, 그야말로 헬게이트 열렸을 듯.

도마, 칼, 수도, 쓰레기통, 앞치마..뭐하나 준비가 안되면 할 수 없는게 대구손질이더군요.

갈치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OTL

지인 덕분에 깔끔하게 손질된 대구를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담으니..

잡아온 보람도 있고, 뿌듯합니다. ^^;

마무리는 역시 대구맑은탕이죠.

와..이건 뭐라 설명이 안되는 맛입니다. ㄷㄷㄷ

낚시가 너무 힘들고 좀 당황스런 과정(4시간 출항->1시간 낚시->4시간 귀항)이어서 다시는 가고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맛있으면 다시 갈 수 밖에 없..쿨럭. ㅠㅠ

총평.

- 위험한 장소였지만, 날씨+바람+조류+어군..모두 너무 완벽해서 1시간만에 만쿨을 할 수 있었다고.

- 더 잡았으면 쿨러에 담지도 못해서 일부러 18명 모두 만쿨할 만큼만 잡았는데 그게 1시간걸렸다는.

- 안잡힐 때는 4~5시간을 해도 서너마리밖에 못잡는다고 하니, 운이 좋았던 것일수도 있음.

- 개우럭은 아무도 못(안)잡음. 선장님이 여기는 대구밭이라 무조건 오징어내장만 쓰라고 해서 우럭 잡아 볼 엄두를 못냄.

- 그래서 다음에 개우럭 잡으러 다시 갈 거임.

- 그러다 또 어영부영 대구낚시가 될까봐 걱정이 태산임. 매번 손질을 부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할 수도 없고..ㅠㅠ

- 어쨌든, 대구는 정말 맛있음.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