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KBO총재, 잘못 꿴 단추의 시작점은 어디인가?[SS포커스]

정지택 KBO 신임 총재가 2021년 1월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는 제23대 정지택 총재의 돌연 사임으로 수장이 비어 있다.
KBO 사상 처음 총장이 총재를 겸하고 있다.
조만간 구단 사장단은 이사회를 통해 새 총재를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 시스템에서는 어떤 총재가 임명돼도 KBO 최고 책임자로서 리그를 이끌고 가는데 한계가 있다.
무엇이 KBO와 총재 선임에 문제인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KBO의 출범은 1981년 12월11일이다.
골드글러브상을 해마다 12월11일에 시상하는 이유다.
이 때부터 KBO는 초대 국방부 장관 출신 서종철을 비롯해 23대 정지택까지 15명의 총재가 거쳐갔다.
메이저리그를 흉내내 커미셔너로 불렀다.
권한도 컸다.

초대부터 11대까지 내로라했던 정치인들이 총재를 거쳤다.
KBO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무게를 고려하면 대한체육회 회장보다 더 비중이 큰 자리가 KBO 총재였던 셈이다.
정치인 총재 틀을 깬 게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한 고 박용오 총재다.

1998년 12월8일 취임해 2005년 12월11일까지 3대를 역임했다.
역대 총재로는 최장수였다.
리더십, 업무 처리 등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을 수 있다.
재벌회장 출신이면서 KBO 말단 직원들에게도 하대를 하지 않았던 인품이 훌륭했던 인물이다.
엘리트 공무원 출신 정지택 전 총재와는 대조적이었다.
MLB였다면 명예의 전당에 추대될 총재다.

20004년 9월 병역비리가 불거졌을 때 사장단 이사회를 거쳐 기자회견을 하는 박용오 총재. 1998년 12월8일에 취임해 2005년 12월11일 물러난 KBO 역대 최장수 총재다.
연합뉴스

현 KBO 총재가 사장급으로 강등된 계기는 정치인 신상우 씨가 수장을 역임한 뒤부터다.
잠시 거친 총재들을 제외하면 워스트 오브 워스트다.
잘못 꿴 단추의 시작이다.
총재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KBO 위상이 각 구단의 하부조직 급으로 강등된 게 신상우 총재 이후다.
KBO 예산을 주머니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후임 유영구 총재는 회계펌을 통해 감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발표를 하지 않고 묻어 버렸다.
KBO 조직 자체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회사 비리로 물러난 유영구 전 총재는 9,10구단의 토대를 만든 주역이다.
짧은 기간 재임했으나 KBO 족적에 남을 일들을 해낸 능력자였다.
유영구 총재 후임이 LG를 대표한 구본능 전 총재다.
구 전 총재도 장수했다.
장수한 두 총재의 공통점은 서울 프랜차이즈 두산과 LG 출신이라는 점이다.

구 전 총재가 물러난 뒤 영입된 인물이 KBO 수장으로는 역대 최고위직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이다.
단임으로 끝났다.
정지택 전 총재는 2021년 1월1일 취임해 2022년 2월8일 사임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두산과 LG쪽 인사들이다.
역대 총재로 두산은 박용오, 정운찬, 정지택 LG는 유영구, 구본능 등을 배출했다.
두 구단이 ‘형님 먼저 아우먼저’하면서 나눠가졌다.
빅마켓 구단 이기주의의 끝판왕이다.

정운찬, 정지택 전 총재 체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들을 추천한 구단 이사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먼저 왜 정운찬, 정지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구 전 총재는 물러나면서 정운찬 전 총리를 사실상 지명했다.
KBO 전 고위직 출신 파벌들이 구단 사장들이 거부하는 인사를 집요하게 밀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재가 연임을 포기하자 곧바로 정지택 두산 계열사 사장 출신을 지명한 것도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총재 선임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이유다.

구단 이사회는 정치권 인사, 외부 압력에 의한 낙하산 지명 총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구를 취미로 끝내야할 분들이 KBO 수장을 맡아 리더십 불발에 난맥상을 조정도 하지 못하고 실패로 마감된 것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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