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잠수함 투수 중용은 어느덧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잠수함 전성시대는 올해도 이어진다.
각 팀 마운드 구성을 살펴보면 옆구리 투수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KIA는 임기영이 복사근 파열로 재활 중이지만 윤중현이 선발 경쟁 중이다.
SSG 역시 박종훈이 재활 중이지만 박민호 장지훈에 고졸 신인 윤태현까지 가세해 잠수함 군단을 완성했다.
NC는 심창민 원종현으로 이어지는 잠수함 필승조를 구축했고, KT와 두산도 고영표 최원준 등 잠수함 투수를 선발진에 포함했다.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투수 유형은 유행을 탔다.
우투좌타가 보편화하면서 왼손 거포가 팀 타선을 주도하자 각 팀이 왼손 투수를 앞다퉈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 탓에 어퍼스윙이 대세로 떠오르자 사이드암 계열 투수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구종을 올려치면, 면을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탄도 탓에 비거리 손실을 입기 마련이다.
여기에 ‘구속보다 제구’로 대표되던 잠수함 투수들이 강속구를 장착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타고투저를 타개하기 위해 잠수함 투수가 필요성이 부각된 셈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가 많은 것을 유행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잠수함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낮은 공을 던질 수 있고, 제구가 된다.
평범한 구속을 가진 오버핸드 투수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수함 계열이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제구가 되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구가 들쑥날쑥하거나,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없는 오버핸드 투수보다 실전에서 활용하기에는 잠수함 투수가 낫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실제로 KBO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잠수함 투수들은 투심-체인지업 투 피치만으로도 이닝을 먹어치울 수 있다.
원조 사이드암 선발로 평가받는 NC 이재학을 필두로 KT 고영표, 두산 최원준 등이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잠수함 투수다.
불펜쪽으로 눈을 돌리면 제구보다 스피드가 빼어난 잠수함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NC 이동욱 감독은 “심창민과 원종현은 사이드암이지만 다른 유형의 투수인데다 빠른 공을 던지기 때문에 붙어 나와도 괜찮다”고 신뢰를 보냈다.
강속구 잠수함 임창용, 컨트롤 아티스트 정대현 등으로 대표되는 마무리 계보를 이을 투수가 보이지는 않지만, 선발과 불펜 전 부문에 걸쳐 옆구리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대응하는 타자들의 전략을 지켜보는 것도 올해 KBO리그의 흥미 포인트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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