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프로야구 LG 유격수 오지환(32)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대기록을 완성했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낸 뒤 후속 문보경의 타석서 2루 베이스를 훔쳤다.
시즌 20번째 도루였다.
일찌감치 23홈런을 쌓은 그는 마침내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LG에서 데뷔한 이래 처음이다.
유격수로는 역대 6번째 기록이자 4번째 선수가 됐다.
1996·1997년 이종범(해태), 2012년 강정호(넥센), 2016·2020년 김하성(넥센·키움)의 뒤를 이었다.
LG 소속으로도 4번째다.
1992년 송구홍, 1994년 김재현, 1999년 이병규가 먼저 발자취를 남겼다.
오지환은 이병규 이후 23년 만에 쾌거를 이뤘다.
KBO리그 역대 통산으로는 56번째다.
◆꿈꾸던 장면
대기록 달성 후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오지환은 “욕심내진 않았다.
팀 상황에 맞춰, 작전에 의해 뛰다 보니 도루에 성공했다”며 “내가 생각한 그림과는 조금 달랐다.
멋지게 슬라이딩하는 것을 상상했는데 조금 아쉽다”고 미소 지었다.
영광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자연스레 이종범 감독님, 이병규 코치님(이상 LG 퓨처스팀) 등을 소환한 것 같아 뜻깊다.
이 코치님 이후 무척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기억될 수 있을 듯해 기분 좋다”며 “나도 아버지가 되다 보니 자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전했다.
오지환은 슬하에 아들 두 명을 뒀다.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다.
오지환은 “어릴 때부터 줄곧 바랐던 유격수 상이 이 모습이다.
타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주전으로서 역할을 해내기를 소망했다”며 “아직 확실히 완성된 부분은 없지만 올해만큼은 의미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타격감이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이제는 ‘선배들이 말한 타격 잘하는 선수가 이런 건가’, ‘나 여태까지 무슨 야구를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감사한 마음
수많은 시간을 버텨낸 끝에 열매를 맺었다.
오지환은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며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새길만한 성적은 없었다”며 “열심히 지도해주신 스승님들, 타격코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팀 선배 김현수의 이름도 꺼냈다.
오지환은 “위기가 많았다.
늘 잘 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조언을 받았다”며 “현수 형의 도움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고 덕분에 시즌을 잘 치르고 있다.
그 가르침을 팀원들과 나누는 중이다.
형이 내 기록에 자기 지분이 50% 이상이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오지환은 14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64(5467타수 1446안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지난 13일까지 타율 0.263(429타수 113안타)를 빚었다.
올해 주장 완장을 찼다.
전임자 역시 김현수였다.
오지환은 “현수 형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선후배 관계없이 모두가 서슴없이 대화하고 재밌는 내기도 많이 한다”며 “형이 큰 역할을 해준 덕에 주장으로서 부담은 전혀 없다.
선수들을 대표해서 잠시 주장직을 달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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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이 때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FA 헐값 계약이었다니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