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우정이다.
프로야구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25)는 올해 포스트시즌 중간계투진으로 변신해 팀에 힘을 보탰다.
특별한 비결이 있다.
외인 선발투수 타일러 애플러(28)가 준 선물이다.
정규시즌이 끝날 무렵이었다.
라커룸에서 최원태 옆의 옆자리를 쓰는 애플러가 갑자기 옷을 내밀었다.
기능성 반팔 언더셔츠였다.
“원태, 너 입을래?”라는 말에 최원태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야구 들어서도 그 옷과 함께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 2⅓이닝서 1홀드 평균자책점 3.86, 플레이오프 2경기 3⅓이닝서 2홀드 평균자책점 0,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3경기 3⅔이닝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호투했다.
5차전서 끝내기 홈런을 맞았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이 4경기 8⅔이닝 평균자책점 15.5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최원태는 “경기 전 그 옷을 입고 있으면 투구 결과가 좋았다.
애플러가 나에게만 준 것”이라며 “홈은 물론 원정경기에도 계속 갖고 다녔다.
훈련 마치고 샤워한 뒤 입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마 옷은 공개할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 상대 팀인 SSG의 빨간색과 겹쳤다.
본래 외국인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함께한 제이크 브리검과는 요즘도 종종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올해 합류한 애플러와도 금세 가까워졌다.
서로를 ‘원태’와 ‘애플’로 부르며 우정을 쌓았다.
최원태는 “애플러가 진짜 착하다.
가끔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너무 착하고 성격이 좋아 그럴 수 없다”며 “인상도 좋지 않은가. 야구할 때는 상황에 맞게 눈빛이 변해 더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이어 “저번에는 닭칼국수를 먹자고 해서 같이 맛있게 먹었다.
포장도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나이로는 최원태가 동생이지만 연차로는 2015년 입단인 그가 한참 위다.
최원태는 “애플러도 심부름 좀 해야 하는데 외인이라 봐줬다.
기강 좀 확실히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애플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최원태는 “애플러 키가 196㎝다.
나에게 5㎝만 줬으면 한다(최원태 184㎝).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 위부터 최원태, 애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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