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SSG랜더스 제공 |
자존심을 지켰다.
쓰라린 기억으로 남은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의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이뤄졌다.
특히 마운드의 무게감을 꼬집는 목소리가 컸다.
야구평론가 사토자키 도모야는 TV아사히에 출연해 “KBO리그는 주력 투수가 거의 외인이다.
자국 투수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프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개막전 선발투수만 보더라도 외인 일색이었다.
토종 카드는 단 두장, 좌완 김광현(SSG), 우완 안우진(키움)이었다.
숫자는 적었지만 임팩트는 확실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토종 투수의 힘을 보여줬다.
◆ 변함없는, 대한민국 에이스
SSG는 이변 없이 개막전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택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대한민국 1번 에이스이자 SSG 에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김광현은 WBC 출전으로 예년처럼 자신의 비시즌 루틴을 그대로 이어가진 못했다.
그럼에도 수장은 경험과 기량, 상징성 면에서 김광현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1일 인천 KIA전서 5이닝 4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막았다.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유독 개막전 기억만은 좋지 않았다.
김광현은 과거 세 차례 등판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내용도 좋지 않았다.
2014년 넥센(현 키움)전에선 5이닝 4실점(3자책)으로 고전했다.
2016년, 2019년 KT전에선 각각 4⅔이닝 7실점(7자책), 6이닝 4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올해도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몸이 다소 덜 풀린 탓인지 초반부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노련하게 위기관리능력을 뽐내며 버텨냈다.
징크스를 털어낸 결실은 달콤했다.
팀이 4-1로 승리하면서 선발승을 챙겼다.
KBO리그 개인 통산 150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역대 5번째다.
앞서 150승 고지를 밟은 이는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 양현종(159승), 이강철(152승) 뿐이다.
신기록까지 곁들였다.
327경기 만에 150승 고지를 밟으며 최소 경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정민철 전 한화 단장의 기록(347경기)을 앞당겼다.
최연소 부문은 양현종(34세2개월18일)에 이어 2위(34년8개월 10일)다.
 | |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
◆ 현재와 미래, 차세대 에이스
에이스 계보를 물려받은 안우진 역시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많이 분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안우진은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계속 발전해나가는 중이다.
큰 경기에서도 즐기면서 강력한 투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패기로 무장했다.
첫 등판에서부터 괴물 같은 피칭을 자랑했다.
1일 한화전서 6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112개의 공(스트라이크 69개)을 던지는 동안 5개의 안타, 2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닥터K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려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11개를 넘어섰다.
안우진은 지난해 4월 26일 대전 한화전과 7월 10일 고척 NC전서 10개의 삼진을 신고한 바 있다.
동시에 27년 만에 KBO리그 개막전 최다 탈삼진 기록(10개)도 갈아치웠다.
1996년 주형광(롯데)과 정민철(한화)이 나란히 탈삼진 10개를 작성했다.
이후 2002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 2018년 메릴 켈리(이상 SK)가 나란히 탈삼진 10개씩을 올렸다.
안우진은 2018년 넥센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 계약금 6억 원을 받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시즌 날개를 활짝 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2.11) 1위, 다승(15승) 공동 2위 등에 오르며 투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무엇보다 탈삼진 224개로, 고(故) 최동원(1984년·223개)을 넘어 역대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불펜이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승수를 올리진 못했지만 기대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SSG랜더스, 키움히어로즈 제공/ 김광현과 안우진이 2023시즌 KBO리그 개막전서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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