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IA 김기훈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꼭 막겠다는 의지 만큼 아쉬움도 짙었다.
프로야구 KIA의 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을 스윕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한 후 NC를 홈으로 불러 고공행진을 꾀했다.
하지만 0-6으로 패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리그 최고 외인 에릭 페디를 만나 5회까지는 0-1 비등한 싸움을 펼쳤다.
빈공은 아쉬웠지만 선발 맞대결을 펼친 좌완 이의리와 뒤를 이은 김기훈이 실점을 최소화하며 잘 버텼다.
그러나 6회초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운드에는 이전 이닝부터 등판한 김기훈이 서있었다.
그는 첫 타자 김주원을 뜬공으로 정리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오영수 타석에서 나온 2루수 포구 실책에 흔들렸고 도태훈의 볼넷까지 나오면서 위기가 번졌다.
이어진 9번 박세혁 타석에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투구를 펼치던 김기훈의 왼손에 출혈이 발생했다.
유니폼 바지에는 핏자국이 묻기 시작했고 중계상으로도 손가락의 출혈은 또렷이 확인됐다.
결국 박세혁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가 됐다.
후속 박민우가 타석에 서기 전, KIA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잠깐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교체는 없었다.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제 힘으로 이겨내겠다는 김기훈의 의지와 KIA가 보내는 신뢰는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엔딩은 웃어주지 않았다.
박민우는 존 복판에 들어오는 초구 패스트볼을 공략해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KIA가 붙잡던 승리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 순간이었다.
흔들린 KIA는 그제서야 임기영을 올렸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추가 2실점이 쏟아졌고, 결국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패했다.
KIA 관계자는 “김기훈은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시범경기 때도 투구 도중 쓸려서 피가 난 적이 있다.
공을 던지다가 그때와 같은 부위가 실밥에 긁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인도 출혈은 있었지만 충분히 공을 던질만 하다 판단했다는 전언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그 결정은 패인이 됐다.
김기훈의 출혈이 아니어도 이미 1볼넷, 1안타로 감이 좋던 박민우는 충분히 견제할 대상이었으며 불펜에는 다른 좌완 투수들도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KIA가 보낸 신뢰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새드엔딩에 그치고 말았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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