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7일 기록들

‘타이틀 만들어주기 담합과 미NBA도 놀랄 만한 부끄러운 신기록의 남발.’

올시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프로농구(KBL)가 이번에는 개인기록 만들기 담합 파문에 휩싸였다.

2003∼2004애니콜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일인 7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원주 TG삼보전은 마치 올스타전을 연상케 하는 양 팀 선수들의 담합 플레이로 역대 한 경기 최다 3점슛(문경은·22개),최다 블록슛(김주성·11개),최단시간 트리플더블 달성(앨버트 화이트·2쿼터 8분26초) 등 숱한 진기록을 토해냈다. 화이트 김주성에 정훈까지 트리플더블을 작성,미NBA도 없는 한 경기 3개의 트리플더블이 나오기도 했다. 전자랜드가 130-118로 승리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같은 시간 창원에서도 울산 모비스의 우지원이 홈팀 LG 선수들의 배려 속에 21개의 3점슛 포함,무려 70득점을 올려 역대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119-108 LG 승리).

상대 슈터를 수비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주고 일부러 블록슛을 당하기 위한 레이업슛이 나오는 등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플레이가 속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정규리그 순위가 확정된 각 팀이 소속팀 선수의 개인 타이틀을 만들어주기 위해 ‘뒷거러를 했기 때문이다.

우지원은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97개(평균 3.65개)로 문경은(194개·3.59개)을 제치고 생애 3점슛왕에 올랐고 김주성도 평균 2.43개의 블록슛으로 5개 추가에 그친 KCC의 바셋(2.34개)을 제치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날 양산된 기록은 해외 토픽감이 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담합 기록이 모두 종전 기록을 엄청난 차이로 경신한 것은 물론 세계 농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으로 ‘조작’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22개의 3점슛은 경기시간(48분)이 한국보다 8분이나 길고 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NBA의 최고 기록 12개(2003년·코비 브라이언트)보다 무려 10개나 많다.

지각 있는 농구인들은 “선수 개인을 위한 기록이 아닌 팬들을 위한 기록이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고 많은 농구팬들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항의글을 올리며 반성을 촉구했다.

한편 전날 TG삼보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가운데 7일 정규리그를 마친 프로농구는 9일 KBL 시상식에 이어 오는 13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유병철 einer@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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