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엑스포대로로 온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이곳이 싫다.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 가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어쩌면 내 스스로 폭풍이 몰아치고 있음을 직감 했을지도 모른다. 너무 지쳤는지 분명 파워 200와트에 평소와 같은 심장박동대 속도 30 정도인데 다리가 아프다. 작은용과 매일매일 제초하다 보니까 운동 강도가 너무 올라갔나 보다.
그렇게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대충 한 바퀴만 돌고 집에 가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뿐이다. 반대편에 TT차가 한대가 보인다.
인간은 정말 무서운 동물이다. 몸이 그렇게 피곤해있는데, 페달링이 너무나도 무거운데, 몇일새 연속되는 제초를 해서 내 생에 최고의 운동강도로 몸이 지쳐 있는데, 제초 대상이 나타나면 사람이 완전히 바뀐다. 눈이 번쩍 떠진다. 머리가 맑아진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진다. 나는 그렇게 자전거를 세우고 TT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제초를 해야 되는데 반 바퀴를 같이 타고 있다. 몸에 힘이 없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아 그냥 이 친구 페이스 메이커 삼아야 되나 보다. 오늘은 그냥 타야겠다. 도저히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제초의 언덕이 보인다. 이 언덕 넘으면서 항상 제초했다. 이곳에 다 다르면 항상 나는 어택한다.언제나 로우림은 언덕에서 재초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미사일 발사를 언덕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왔던가? 다리가 이상하다. 몸이 이상하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힘이 생긴다. 언덕을 넘는데 속도가 올라간다. 30 31 34… 가민은 600와트를 가르키고 있다. ‘이게 바로 사냥개 본능인가?’ 뒤를 보는데 따라오고 있다. ‘재미있는데?’ 언덕을 바로 넘어서 다시 어택한다. 계속 따라오고 있다.
내리막은 정말 이상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 힘을 쓰지 않아도 속도가 붙는다. 자전거는 힘을 써야앞으로 가는 구조로 되어있는 물체인데 이 이상한 마법을 받으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속도가 붙는다. 이 이상한 마법을 받아서 45의 속도를 유지해본다. 정말이지 마법을 받은 것 같다. 완전 지쳐 쓰러져야 하는 몸인데 평지에서도 이 속도로 가고 있다. 뒤를 보니 역시 따라오고 있다. 쏟아지는 아드레날린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언덕에서 두 번에 어택을 하고 평지에서 40을 유지하고 있다. 내 한계점 따위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제발 좀 떨어져라’ ‘나 오늘 너무 힘들어’ 미칠듯한 심장박동이 내 온몸을 떨리게 만든다. 역시나괴물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괴수를 찾기 위해서 나는 매일 저녁 사냥에 나서지 않는가? 내 뒤의 괴물이 본능을 들어낸다. 그대로 추월한다. 오히려 속도를 올려서 45이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오늘 재미있겠는데’
한 바퀴를 마치고 나니 모든 체력이 고갈되었다. 나는 그 친구를 불러 잠깐 쉬자고 한다. 작은용이 온다.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오늘 나는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작은용이 친구와 왔다. 친구를 한 명 데리고 왔는데 허벅지 굵기가 나와 비슷하다. 괴물을 한 명 더 데려온 것 같다. 내 허벅지 굵기는 꽤 쓸만하다. 자전거 관련 모임을 나가면 언제나 제일 굵은 사람들 중 한명인 것 같다. 이것을 위해서 나는 도데 체 얼마나 먹었던가? 하루 추정 5000칼로리를 먹을 때도 있었다. 저 친구의 허벅지를 보자니 오늘은 정말 재미있는 한판이 될 것 같다.
작은용이 질주한다. 작은용은 이 날도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언제나 우리가 하는 말은 “웜업부터 하자” 인데 우리는 저 단어를 완전 모르는 사람 같다. 속도계가 35를 넘은 지 이미 오래이고 40을 넘어 43을 가르킨다. 뒤의 두 명은 안 따라온다. 보통 40이 넘으면 그냥 유지하던 작은용이다. ‘이 녀석 왜 이러는 걸까?’ 오늘은 작은용에게 자비란 없다.
작은용과 TT차는 서로 아는 사이이다. TT차가 바로 여섯개의뿔이고 2일전 둘은 MIT주체 ITT대회에서 만났으며 작은용은 3등 여섯개의뿔은 2등을 했다. 어쩐지 작은용이 여섯개의뿔을 보자마자 ‘나 기억해?’라는 말을 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미친새끼갗 43으로 끌어놓고 나보고 앞으로 가서 바람막이를 하란다. 뒤에 애들 이미 다 떨어져나갔다. 보이지도 않는다. 느낌상 43으로 반 바퀴의 50%는 끈 것 같다. 뒤에 따라가는데 300와트가 필요했다. “야 나 안해” 라고 말하고 앞으로 가서 고의적으로 속도를 낮춘다. 나머지 둘이 40km쯤으로 합류한다.
이번에는 여섯개의뿔의 차례다. 합류할때 40으로 합류했는데 TT차를 타서 그런지 40이 계속 유지가 된다. 이 친구의 자전거는 TT차에 울테 DI2를 사용하는데 가민도 없으며 그 흔한 속도계 마저 없다. 가끔 나는 DI2가 고장 난 것 아닌지에 대해서 의심을 한다. 물론 정상 작동을 하지만 이 친구는 마치 스프라켓을 2장 밖에 쓰지 않는 것 같다. 2개의 속도 구간에서만 자전거를 타는 것 같다. 40으로 타고 지치면 기어를 내려서 30에서 회복을 한다. 회복이 다 되면 다시 40 중간은 없다.
그날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어택을 했다. 모두가 사냥개가 된 것처럼 회복을 하고 어택을 하고를 반복했다. 그날 엑스포 대로에는 로드를 타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는데 아무도 우리에게 붙으려 하지 않았다. 네 마리의 사냥개는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데 혈안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물어 뜯었는데 아무도 뒤로 낙오하지 않았다.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입안에 피가 고였다. ‘아 미친 개새끼들’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존심이고 뭐고 병이 날 것 같아서 쉬었다. 이날 뒤로 자전거를 접고 2일을 쉬었는데 200와트에서 다리가 아픈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몸이 회복이 되질 않는다. 2일을 더 쉬고 나서야 다리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Peak 60min (192 watts):
Duration: 1:03:38 (1:34:55)
Work: 689 kJ
TSS: 99.7 (intensity factor 0.999)
Norm Power: 247
VI: 1.29
Pw:HR: 0.96%
Pa:HR: 2.44%
Distance: 30.91 km
Elevation Gain: 105 m
Elevation Loss: 100 m
Grade: 0.0 % (7 m)
Min Max Avg
Power: 0 880 192 watts
Heart Rate: 105 193 162 bpm
Cadence: 9 114 81 rpm
Speed: 2.4 47.4 29.8 kph
Pace 1:16 25:00 2:01 min/km
Altitude: -49 20 10 m
Crank Torque: 0 179.2 24.2 N-m
Temperature: 15 18 16.5 Celsius
평속은 30 밖에 안 되는 데 운동강도가 1이다. 내 최대한으로 탔다는 것이다. NP 또한 247이다. 정말 엄청난 인터벌을 한날이다. 내가 이 새끼들 제초하려고 지친 다리를 가지고 880와트를 쓴 것을 보면 정말 나도 어지간히 미친개 중 하나이다.
이건 그날 새벽에 맨탈이 탈탈 털려서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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