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고 나서 모든 것이 정말 바빠진다. 팀원들의 모든 행동을 머릿속에 둔다. 팀원들이 물을 마실 때 나도 같이 물을 마시고 팀원들이 화장실을 갈 때 나도 같이 화장실에 간다. 어느 순간이든지 절대로 혼자 남지 않는다. 살아 남아야 한다.
A조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40명 안밖에 인원에 펠레톤 정렬도 깔끔하고 모두 다 정말 숙련 되어보인다. 40명 밖에 안되지만 정말 아마추어에서 기대하기 힘들 것 같은 팀플레이가 이루어진다. 3랩 6랩에 스프린트 구간이 있기 때문에 스프린트 랩에서는 BA를 시도하는 경우도 많고 나머지 팀원들이 펠레톤을 마크하기도 한다. 스프린트 랩은 대회를 정말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로드 바이크 레이스는 분명 팀 게임이다.
A조의 경기를 보며 내가 과연 어떻게 달려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A조에도 흐르는 선수는 종종 생긴다. 너무 뒤에 있으면 나도 펠레톤에서 흐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참으로 많은 선수 들이 도발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한다. 40명의 인원이라 그런 것인가? 펠레톤의 낙오자들은 종종 보이지만 정작 펠레톤이 나뉘지는 않는다.
A조의 경기를 중간까지 관람하고 나서 몸을 풀러 나간다. 몸에 긴장감이 감돈다. 저번 대회 때 다리에 쥐가 난 것을 경험하고 나서 웜업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 되었다. ‘과연 몇 등쯤 할 수 있을까?’ 140명 중에 50명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칼을 갈아야 한다.
몸을 풀고 난 후에 줄을 서는 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맨 마지막에 줄을 서게 되었다. 다행히도 정확히 알아 듣지는 못하는 중국말로 200미터 정도는 퍼레이드를 한다고 한다. 앞에 차가 있는 것을 보니 선두 펠레톤에 한번에 치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B조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 마지막에서 출발을 했다. 그렇게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앞에서 30~40번째 안으로는 줄을 서야 되는 것 같다. 앞 라인까지 가는데 너무 많은 파워가 필요하다. 분명 역풍인데 속도계는 40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같은 팀원을 따라서 앞으로 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내 속도계는 44를 파워미터는 400와트를 이미 왔다 갔다 한다. ‘무조건 50등 앞으로 간다!’
사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펠레톤이 나뉘는 것이다. B조는 팀에서 등록만 하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많은 허수가 존재한다. 그들은 분명 떨어져 나갈 것이다. 거기에 휘말리면 나도 떨어져 나가는 희생양이 될 뿐이다. 살아야 한다. 오늘의 목표는 50등 안이다! 머릿속에 생각이 휘감기며 나의 자전거는 성난 말처럼 질주하고 있다.
140명의 선수가 출발을 한 가운데 맨 마지막에서 출발한 나는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코너를 돌자마자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속도계는 50을 넘어간다. 설마 이 페이스로 완주하나? 펠레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일단 쉬어야 한다. 오버페이스는 펠레톤 뒤에 묻어 가는 것만 못하다. 펠레톤의 중간쯤 왔을까? 70%쯤 왔을까? 속도계가 50이 넘어간 지가 오래인데 펠레톤이라는 것은 정말 무시무시한가 보다 다리가 하나도 안 무겁다. 사실 지금 내 몸은 최고의 긴장 상태이고 이 미칠 듯한 아드레날린은 내 고통을 계속 짓 누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50이 넘어가는 속도인데 내 눈과 뇌는 속도를 아주 천천히 인지하고 있다. 100명 이상의 펠레톤안에서 상대방과 거리는 좌우 겨우 10센티가 안 된다. 정말 최고의 긴장감은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난다. 아주 천천히 아주 정확하게 한 명은 등쪽으로 떨어진다.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뇌는 아주 차분하게 사고 한다. 속도를 줄이고 안전히 사고를 돌아간다. 제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나는 소리친다. “조심해” 이 말과 무섭게 뒤의 펠레톤의 속도가 확 떨어진다.
대회에 너무 집중해서 일까? MTB로 너무 많이 넘어져 봐서 일까? 사실 나는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터질 것 같은 다리 근육을 이용해서 앞의 그룹으로 붙는다.
로드 바이크 레이스는 두뇌 게임이다. ITT는 충분히 개인의 능력이 순위를 하지만 자전거에 바람이라는 요소가 붙어버린 순간부터 이것을 최고로 활용할 수 있는 라이더만이 포디엄에 오를 수 있다.
차분히 다시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정리 해본다. 3랩과 6랩은 스프린트랩이며 오늘 펠레톤은 갈릴 것이다. 떨거지 허수들은 다 떨어져 나간다. 나는 무조건 30~40명 안에 있어야 한다. 오늘 내 목표는 50등 안이다. 사고를 정리를 하며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내 최고의 능력은 무산소 영역대의 스프린트다. 회복과 스프린트를 반복하며 점점 자리 잡는 방법을 익혀나간다.
스프린트 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3번째 랩이 지났다. 15랩이니 전반부의 핵심 랩이다. 대략 50위 권에 있는 나는 내가 과연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앞으로 나간다. 매 코너를 도는 순간 강력하게 가속을 해본다. 바람을 찢으며 나아 가는데 매번 스프린트 마다 적어도 5~10명씩은 재끼는 것 같다. 그렇게 세 번째 랩을 테스트 해본 결과 20위권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사실 자전거 대회는 무산소 영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혼자서 꾸준히 달리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매번 코너마다 속도를 올리기 위해 쓰는 힘은 400~500와트가 필요하다. 그만큼 무산소 능력대에서 얼마나 가속을 할 수 있는지가 자리 싸움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때로는 시속 50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서 순간 가속을 한다.
그렇게 지루하게 흘러가는가 했는데 10번째 랩이 지나가면서 라이더들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BA를 시도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3~4명의 라이더들이 튀어나가는 것을 바라볼 때 마다 나는 최고조로 긴장을 하기 시작한다.
10명의 라이더가 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미친듯한 속도로 튀어나간다. 한 순간에 나는 130명의 펠레톤에서 바람을 막고 있다. 이미 심박계는 190를 가르키고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며 파워도 400와트대에서 이 대규모의 전차를 끌고 있다.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 짧은 순간에 불안이 머리를 감돈다. ‘뒤로 가야 하는 것인가?’ ‘좀 더 파워를 올려야 하는 것인가?’ 사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400와트는 내가 오랫동안 버틸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뒤로 가면 내 자리가 어디로 밀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절망에 빠져있는 순간 왼쪽으로 5명의 트레인이 치고 나간다. ‘칙칙폭폭’ 하이림의 미친듯한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나는 저곳에 탄다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파워를 올린다. 이 미친듯한 열차는 단숨에 10명의 BA를 삼킨다. 그렇게 BA명의 라이더의 BA는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30~50위 권 사이에서 자리 싸움을 하는 사이에 14번째 랩이 시작 되었다. 공기의 분위기가 확 변한다. 매번 코너를 돌 때마다 훨씬 더 많은 파워가 필요하다. 자리싸움을 유지하고 있어도 왼쪽에서 5~6명의 기차가 미친 듯이 질주해서 내 순위가 떨어지곤 한다. 그대로 무난하게 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자리싸움에 모든 근육을 소비하며 14랩을 돌았다. 마지막 랩 첫 번째 코너를 돈다. 목이 너무 마르다. 물을 마셔야 한다. 함부로 물을 마시다가 자리가 뺏겨버리면 순위가 내려가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펠레톤에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나는 오른쪽으로 빠져 나와서 오른쪽에서 스프린트를 한다. 그냥 머리속에는 물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헤어핀에 돌아왔을 때 그룹 평균속도는 50이었던걸로 기억했는데…… 내 속도가 너무 빨랐나 보다 갑자기 펠레톤 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그냥 물 마시려 했었는데……’
그렇게 펠레톤 머리에 위치한 순간 마지막 전쟁이 시작한다. 좌 우로 미친듯한 기차가 튀어나오고 그에 지지 않으려고 대형 펠레톤 또한 급 가속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전쟁이다. 사람 하나 딱 들어갈 사이가 벌어지면 낙오자를 버리기 위해서 펠레톤 안에서도 대규모의 자리싸움이 시작된다. ‘낙오자는 버려져야 하고 나는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 반 바퀴 팀 동료인 46이 보인다. 어디서부터 뚫고 왔을까? 한동안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 친구의 뒤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내 목표는 이 친구 휠에서 5센티도 멀어지지 않는 것이며 이것이 오늘 내 레이스의 목표이다.
미친 말이여 질주하라! 질주하라!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쓰레기들은 떨어져 나가라 내가 나아가야 한다. 하나 둘씩 뒤로 흐르기 시작한다. 최고의 긴장감으로 그렇게 피니쉬 라인을 지나친다.
2번째 대회 15등
같은 대회팀내 2등
인생 최고의 날!
대회 데이터는 정지하는 걸 깜빡해서 앞에 30분만으로 대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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