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인데 고향도 못가고 집에 있으니 쓸쓸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나왔다가, 춘천가는 ITX 자전거자리가 남아 있길래 무작정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얼마전에 국토종주 수첩도 사서 신매대교부터 쭉 훑어서 내려올 양으로 출발했지요. 그러다가 문득 자포에서 본 경춘선 자전거길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가봤습니다. 일단 샛터삼거리-마석역 까지는 뭐...나쁘지 않습니다. 미묘하게 경사가 느껴지는거 말고는요. 그리고 평내호평역에서 사릉역 까지도 괜찮은 편입니다. 문제는 그 사이, 즉 마석역에서 평내호평역까지의 구간입니다.
1. 원래 철도는 레일과 바퀴가 철이라는 특성상 마찰력이 작아서 경사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철도에서는 30퍼밀 (3%) 경사도 급경사로 볼 정도지요. 실제로 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개통예정)-용산역 사이의 경의중앙선이 34.5 퍼밀인데 철도치고는 대단히 급경사이고, 그래서 공덕역에서 출발하자마자 무지막지하게 가속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틀림없이 폐선된 구 경춘선 노반을 이용해서 만든 자전거 도로일텐데... 뜬금없는 급구배와 급커브가 넘쳐납니다. 옛날 경춘선 무궁화호는 은하철도 999처럼 날아다녔던 걸까요? 특히 앞서 말씀드린 마석-평내호평 구간이 심각합니다. 아마 노반의 일부만 자전거 도로로 이용해서, 또 경춘선 폐선 이후 남양주시의 도시화로 발생한 사태 같습니다. (구 경춘선 노반의 일부는 복선전철화 하면서 사용했고, 평내차량기지도 우회해야하고, 2010년에 경춘선 폐선 이후 2015년에 현재까지 남양주시는 개발되었을테구요)
비슷하게 폐선구간을 재활용한 팔당초계국수-북한강 철교 구간과 비교해 보지요. 위가 경춘선 자전거길, 밑이 팔당-북한강철교 구간입니다. 축척이 달라서 잘 안느껴지시겠지만, 철도 폐선 부지를 활용했다고 보기 힘든 곳이 보입니다. 아래에 상술하겠습니다.
2. 마석역 인근에 보면 복선전철화된 경춘선 옆에 고가형식으로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네, 근데 아직 막아놨습니다 -_- 10월 4일이 개통식이라도 좀 일찍 열어줄거라 생각했던 제가 바보였지요. 결국 공도로 우회... 왜 만들어 놨는데 쓰지를 못하니 ㅠㅠ (추가 : 참고로 마석역 인근의 자전거 도로를 고가로 올린건... 원래 구 경춘선 시절에도 마석역은 지금 위치에 있었습니다. 위치를 유지한 상태로 그대로 고가로 철도를 올렸으니 노반을 자전거 도로로 재활용하는게 불가능하지요. 고가철로 밑으로 자전거 도로를 보내든가, 같이 고가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천마산역 근처에 굴다리처럼 철로 밑으로 들어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출/진입로 모두 거의 십수%는 되어보이는 급경사에... 길의 형태가 거의 이니셜 D에나 나올법한 180도 헤어핀 수준입니다. 지금이야 통행량이 적어서 괜찮지만 사람 늘어나면 사고나기 딱 좋습니다. 여의도 색공원에 깔아놓고 있는 코블스톤을 아스팔트 대신 깔아서 강제로 걸어가게 하는게 나을거 같을 정도에요. (추가 : 구글어스를 이용해서 구 경춘선 선로와 비교해 봤더니 천마산역이 증축되면서 구 경춘선 선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역을 뚫고 자전거 길을 만들 수는 없으니 우회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밖에 못만드나...)
구 경춘선 노반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천마산역이 길막(?)하고 있는걸 알 수 있지요.
4. 코레일이 경춘선 폐선부지 신도시 만들면서 팔아먹었는지... 뜬금없이 도로 옆에 인도와 함께 자전거길이 설치된 구간이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자전거 도로가 아니에요. 남양주시에 인구가 늘어나면 보행자와 계속 간섭이 생겨서 자전거길로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뿐 아니라 도로를 횡단해야하는 곳이 꽤 많습니다. 코스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자전거 타다말고 횡단보도로 가야하는 구간이 이렇게나 늘어난걸까요. (추가 : 구글어스를 이용해서 구 경춘선 선로와 비교해 봤더니... 천마산역 지나 평내호평역 가다보면 터널 나오자마자 180도 턴을 2번해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원래는 구 경춘선이 터널 나온 후에 쭉 뻗어 갔는데... 옛날 노반을 호평동의 도로로 전용했습니다. 남은 구 선로의 일부는 평내차량기지의 인입선으로 사용하고 있구요. 평내차량기지 인근에서 갑자기 우회해서 올라가는걸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그려놓은게 구 경춘선 노반입니다. 이걸보면 뜬금없이 왜 자전거길이 인도에 새로 설치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지요.
구 경춘선 선로가 평내차량기지로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길도 잠시 우회하지요.(평내차량기지 이후의 자전거길은 구 경춘선 노반을 이용한 것입니다)
5. 사릉역에서 일단 경춘선 자전거길이 끝나는데, 조금만 더 가면 왕숙천의 지류 옆에 설치된 자전거길을 통해 왕숙천-한강 루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부실해서(제가 못찾은걸지도;;;) 연계가 된다는걸 알기 어렵습니다. 저야 네이버 지도 어플을 이용해서 찾아갔지만. 바로 200미터도 안되는 곳에 다른 자전거길이 있는데 안내판이라도 붙여놨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6. 원래 경춘선 자전거길 계획은 성북역(지금의 광운대역)~대성리역 구간의 폐선부지를 활용하는 사업으로 계획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구가 많은 서울로 연결되는 광운대역-사릉역 구간은 자전거길이 없네요... 현재 공사중인건지, 아니면 땅값이 비싼 서울이라 나가리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광운대역까지 연결되었으면 중랑천과도 연계가 되어서 서울의 자전거길이 더 풍족해졌을텐데요. 도로가 무서워서 자전거길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걸 고려해보면 더 그렇지요. 물론 퇴계원역에서 (구) 갈매역 까지의 경춘선 선로는 군용화물 운송을 위해 아직 남아있고, 인근에 군사 시설(화랑대역의 어원이 된 바로 그곳이죠;;;)도 있으니 뭐 못만들 이유야 많습니다만 아쉽네요.
결론 : 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마석역-평내호평역 구간은 더더욱 그랬어요. 아마 전 춘천갈 때 지금처럼 그냥 팔당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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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원
평내 마석 샛터삼거리쪽 길이 안좋다고 듣기했는데.. 일단은 패스해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