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로드 한 대18

내가 한강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샵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로드바이크 한 대를 꺼내면서,

"황송하지만 이 자전거가 못 굴러가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미케닉의 입을 쳐다본다. 샵 사장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자전거를 두들겨 보고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자전거를 받아서 드롭바를 두손으로 잡고는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 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샵을 찾아 들어갔다. 자전거를 끌고가서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자전거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풀카본으로 만든 프레임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샵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자전거를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비싼 자전거를 빠뜨립니까? 인터넷에 차대번호 등록도 안 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샵 주인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받아서 올라타더니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자전거에 크랙이나 나지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치른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카본섬유를 만질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타고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잔거를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자전거를 덥썩 잡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풀카본 로드를 줍니까? 철티비 한 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으로 몇 닢씩을 모았습니다. 또 술도 끊고 박스 줍고 빅이슈 팔고 일용직 전전하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이 자전거 한 대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자전거를 구했단 말이오? 그 자전거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로드, 한 대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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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로드뽕 맞은 하이브리드 유저의 뻘글이었습니다^^; 다들 안라하세요. 저도 조만간 지를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