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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브리드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낙동강 한번 가 봅니다.
가방 하나에 텐트 및 취사 물품 다 넣고 다니려고 준비물도 챙깁니다.
일단 식재료 및 용품으로 1인용 버너와 코펠, 씻은 쌀, 햇반, 라면, 카레 육포, 건포도.
육포와 건포도는 달리면서 먹을 간식이고요,
코펠과 식재료를 가져간 이유는, 낙동강이 처음이라 식당이 어디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한 겁니다.
자전거 용품으로, 헬멧, 전조등, 후미등, 휴대용 수리키트, 평소 쓰던 레더맨 멀티툴, 펌프, 고글, 미니 몽키스패너
숙박 용품으로는, 1인용 텐트, 카라비너, 세안제, 로션, 샴푸(일회용으로 쓰기 좋게 빨대에 담아서), 수건, 잠옷, 모기향
이 모든 걸 한 가방 안에!!!!
그땐 이게 최선인 듯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구성인 것 같습니다.
죽으려고 작정한 거죠.
고향이 영주인데, 아침 일찍 영주에서 출발하여 국도를 타고 안동댐까지 갑니다.
안동댐에서 모닝똥 싸고, 가벼운 몸으로 출발합니다~!!
출발하고 두어시간 지나자마자 사고가 납니다.
자전거길을 끊어지고 국도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자전거에 거치된 폰을 보다가 핸들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저는 가드레일에 부딪치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자전거 앞으로 날아갔습니다.
넘어진 후 누워서 가만히 있습니다.
아 어디가 아프지? 음.. 온 몸의 감각을 돌려 봅니다. 골반쪽 피부가 쓸리는데 큰 통증은 없어 보이는군
뭐 부터 해야 하지? 음.. 도로 가운데긴 하지만 차량 통행이 없고 갓길이라서 여기서 정리해도 되겠군
크게 아픈 곳 없는 것 같아서 조금 누워 있으니 지나가던 차량이 저를 보고 정차해서 괜찮냐고 합니다.
민망하네요. 정리를 하려고 일어나니 가드레일에 골반이 부딪치면서 찰과상을 입었는데,
그곳 말곤 다친 곳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드롭바는 90도로 돌아가 있고 ㅋㅋㅋ 브레이크도 휘어 있고 ㅋㅋ
일어나서 드롭바를 잡으니 앞으로 부산까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남아 조금씩 더 타다 보니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고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면사무소와 그 앞 정자가 있길래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문자가 옵니다. '폭염 주의보' ㅋㅋㅋ, 정자 그늘에 앉아 코펠을 꺼냅니다.
잘 지어진 냄비 밥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미친 것 같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내린 오후 1시에 자전거를 타고 거기에 뜨거운 밥까지 해 먹다니
미쳤어요...
점심을 먹고 가다 보니 이런 곳이... 아마 대부분 아실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굵은 소금 좀 얻어 갑니다.
이 때 이미 물을 3L는 마신 것 같은데 소변은 한 번도 안 봤거든요. 탈수가 무서워 소금을 먹기 시작합니다.
물통에서 소금 좀 넣고요.
저녁이 되어서 상주 자전거 박물관에 도착합니다. 구경하고 싶었지만 폐관 시간이 된 듯 아무도 없고 조용하네요.
더 달릴 수 있었지만 지도를 보고 가만히 생각하니, 모텔은 커녕 숙박할 곳도 없어 보입니다.
여기는 화장실도 있고 물도 나오고 정자도 있으니 여기서 자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텐트를 폅니다. 텐트를.. 텐트를 펴는데...
텐트가 없고... 플라이만 들어 있네요. 하....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플라이를 두고 텐트만 가져온다는 게 반대로 플라이만 가져온 겁니다...
하... 이 병신새끼.. ㅠㅠ
어쩌겠습니다. 코펠로 밥 지어 먹고 화장실에서 씻고 옷도 대충 빨아 널고 스트레칭 좀 하고 잡니다.
자는데 정자 아래가 너무 덥습니다. 미치겠습니다.
그래서 옮깁니다. 박물관 광장 한 가운데로.
박물관 앞에서 저러고 잤습니다. ㅋㅋㅋㅋ 더워서 플라이도 던지고 자충매트만 깔고 자다가
새벽에야 다시 플라이 덮고 좀 더 잤네요.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별만 무성했지만 낭만을 느끼기 보다는
그냥... 그냥 처절했습니다.
의외로 편하게 자긴 했는데, 그냥 처절했네요.
각종 인증센터들 지나고,
구미보를 지날 때, 어떤 아저씨가 사진을 찍으려는 것도 아니고 안절부절 못 하는 것처럼 보이길래
좀 더 지켜보니 자전거가 망가진 것 같더라고요.
문제 있냐고 여쭤보니 앞 드레일러가 망가졌더군요. 케이블은 너덜너덜하고 나사는 거의 뭉개져 있고.
입문용 엠티비에 하이브리드 타이어를 달고 시마노 데오레였던 것 같은데,
암튼 케이블 너덜너덜한 거 최대한 정리 해서 앞 드레일러에 묶고 하이 로우랑 기어 세팅 해 드렸습니다.
변속 잘 되는 거 보시고 아저씨가 너무 기뻐하시는데,
사실 아저씨보다 제가 더 기뻤습니다. 자전거 정비를 하려고 혼자 공부한 시간이며 연습한 것들이
이렇게 사용되다니 정말 보람을 느꼈죠.
따라다니면서 고맙다는 아저씨한테 음료수 하나 얻어 먹고,
구미보에서 친구들끼리 자전거 타는 젊은이들이랑 농담따먹으면서 달립니다.
어디였는지, 중간에 기사식당 가서 6천 원이었나 7천 원이었나 청국장 백반 시킵니다.
이게 7천 원짜리 청국장 백반입니다. 미쳤죠. 반찬도 무한리필입니다. 물론 이것만 먹어도 배 터지니까 리플도 못 하지만
자꾸 더 먹으랍니다. 하하하 정말 이거 2인분짜립니다.
다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맛도 좋으데 이런 양에 이런 다양한 반찬이라니 ㄷㄷ
또 달리는데, 펑크가 납니다. 때웠죠. 한 시간 더 달리니까 또 펑크가 납니다. 또 때웠죠.
그런데 이번에는 드레일러가 이상합니다. 중간에 멈춰서 수리 합니다.
그리고 좀 가다가 펑크가 또 납니다. 아오 이런 @#ㄹㄸ@ㄹㅉㄸㄹ
빡쳐서 폰으로 근처 샵을 검색합니다.
가서 튜브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없습니다. 옆집 식당 아줌마가 대신 보고 계십니다 ㅋㅋㅋ
제가 가서 그냥 다 골라 옵니다. 튜브를 갈았는데도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타이어까지 갑니다. 타이어가 너무 싸구려라서 비드(?)가 제대로 먹질 않습니다. 조정 하다 하다 빡쳐서 그냥 탑니다.
어쨌뜬 그 이후로는 펑크가 안 났네요.
낙동강 달리는 내내 폭염이었는데, 한낮에도 안 쉬고 달렸으니 하루에 소금 섞은 물을 3L씩 마셔도 갈증이 나더구요.
중간중간 쉴 때 셀카를 찍으면 그냥 얼굴이 곤죽입니다 ㅋㅋㅋㅋ
드디어 저기 멀리 보이는 마지막, 낙동강 하구둑.
정말 힘들었네요.
1. 22키로 철브리드로는 평지 최고 속도가 아무리 밟아도 30을 초과하지 못허더라...
2. 평지 평속 30키로 유지는 그럭저럭 되지만, 작은 업힐만 나와도 GG치고 끌바...
3.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캠핑도 좋고 비박도 좋지만, 배낭은 절대 아니라는 거...
4. 배낭은...
5. 배낭은 절대...
6. 앞으로 배낭을 절대 안 매겠...
휴가 때 뭐 했냐길래 낙동강 탔다니까 다들 놀랍니다. 자전거 관심 없는 분들은 당연히 놀라시겠죠.
그런데, 강릉에 야유회 가서 레일바이크 타는데 다 저랑 타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 말합니다. '밟아!"
노예는 밟습니다...
회사에서 힘 쓰는 일 다 저 시킵니다... 아오...마른 멸치한데...
낙동강 종주는 작년 2015년에 다녀왔습니다. 머지 않은 날에 안 가본 다른 길을 또 가 보고 싶네요.
캠핑을 하면서, 길을 달리고, 사람을 만나고, 고통과 즐거움이 항상 함께 하네요. 자전거는.
감사합니다. 안라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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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ett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