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운드만 타다 엔듀런스 바이크로 기변하고 오늘 처음으로 80km 정도 라이딩을 했습니다.

첫 라이딩의 느낌이 비교하기에는 가장 좋을 듯하여 

간략하게 엔듀런스 바이크게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1. 왜 엔듀런스 바이크를 선택했는가?

 

MTB로 8년 정도 자전거를 타다 어느 날 제 곁을  쏜살같이 혹은 유영하는 돌고래처럼 지나가는 로드를 보았습니다.

아름답더군요. 빠르다는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감흥이 앞서 2년 6개월 전 로드에 입문합니다.

한동안 경쟁하고 추월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타는 도로가 좋지 않은 편이라 올라운드 로드는 장거리 주행시 늘 힘들고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가볍고 경쾌한 속도에 익숙한 저는 MTB로 돌아갈 수 없었지요.

고민 끝에 2년 6개월 만에 엔듀런스 로드를 타기로 결심합니다.

 

2. 어떤 기종을 선택했는가?

 

트렉 도마니입니다. 

요즘 어지간한 메이저 회사들은 올라운도, 에어로, 엔듀런스를 구분하여 자전거를 생산합니다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엔듀런스 바이크 개발에 투자해 온 트렉을 믿고 도마니로 갔습니다.

도마니도 2017년식부터 S, SL, SLR 이렇게 그레이드를 나누어 출시합니다.

SLR급은 너무 비쌉니다. 낮은 그레이드를 선택해도 휠셋 교환이 필수라 예산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도마니의 기술이 대부분 적용되는 중급인 SL6를 선택합니다. 울테급인데 가격은 400만원에 육박합니다.

저는 휠셋이 있어 추가 비용이 없지만, 휠셋까지 교환한다면 중급 기종임에도 비쌉니다.

트렉은 비싸면서도 휠셋은 기본 입문용을 끼워줍니다. 취향에 따라 바꾸라는 배려는 아니겠지요.

참 나쁜 트렉입니다.

 

3. 로드는 로드일 뿐, 굳이 엔듀런스 바이크를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조심스럽지만, 첫 라이딩 소감은 "가치가 있다"입니다.

도마니는 엔듀런스면서 레이싱 바이크를 표방합니다. 즉, 안락함과 속도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쟁이입니다.

"도마니로 온 사람은 있어도 도마니를 떠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거짓이 분명하지만, 트렉의 상업적 수사 혹은 도마니 추종자의 구호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마니를 타다 다른 올라운드로 가면 체감이 올 수밖에 없으니 동일 기종 업그레이드는 몰라도

다른 기종으로 갈아타기 힘듭니다.

만약 도마니 사용자가 인듀어런스를 버리고 올라운드나 에어로 바이크로 기변한다면,

애초에 선택 동기 자체가 잘못이라 봅니다. 즉, 엔듀런스 바이크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이라 하겠지요.

 

4. 첫 라이딩 소감

 

도마니 관련 정보 모을 때, "앞샥 잠근 하드테일 MTB 정도의 편안함"이라는 동호인의 평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도마니라도 앞뒤 100psi 공기압에 28C 타이어로 MTB의 편안함을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2017년식부터 앞뒤 모두 아이소스피드 기능을 넣었습니다만, 하드테일 MTB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MTB가 노면에 저항하며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도마니는 노면에 순응하며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속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MTB는 어지간한 홀을 지날 수 있지만,

도마니는 피해가야 합니다. 

오늘, 이미 수십 번도 더 지나갔던 거친 도로를 달리면서

거친 노면에 순응하며 노면을 타고 달립니다.

올라운드 바이크로 긴장했던 지점을 도마니는 다소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 말하며 달려줍니다.

 

오르막은 10% 정도 더 힘듭니다.

도마니 SL6가 롱케이지에 11-32T 카세트를 사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도마니 스스로 업힐에 취약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대신 다운힐이 안정적이라 업힐의 평속 손실을 만회하고 거친 노면에서 감속을 많이 할 필요가 없으니 

역시 손실을 만회합니다.

 

엔듀런스 바이크 도마니는 제가 지금까지 탔던 가볍고 경쾌한 놈이 아니었습니다.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출발은 꿈뜨고 순발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면 휠베이스가 길어 안정적으로 속도를 냅니다.   

 

주행결과를 체크해 보니, 80km 주행에 평속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잘 닦인 차도를 주행했다면 평속 차이가 2-3Km 정도 날 듯합니다.

오늘 주행한 도로가 업힐, 다운힐, 잘 정비된 도로, 거친 노면, 잦은 턱 등이 혼재했기에

결과적으로 평속 차이가 없었던 듯합니다.

 

오늘은 순정 휠셋 그대로 탔습니다만, 

다음에 제가 소유한 스프린트나 로발로 바꾼 후에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속도 경쟁은 무의미하고,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하며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속도를 내고 싶을 때는 내고 싶다면 엔듀런스 바이크 도마니를 추천합니다.

 

끝으로, 인지의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자기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로 합리화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읽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