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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한 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쉬운 예금 인출이 가능해진 시대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SVB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스마트폰을 통해 예금을 대거 인출한 현상으로 인해 SVB가 순식간에 파산했다고 전했다.
1983년 문을 연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WSJ은 보험 스타트업 회사 '커버리지 캣'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조의 일화를 전했다.
조는 지난 9일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미친 듯이 휴대폰을 두드리며' 예금을 인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을 보며 "뱅크런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SVB 예금주들이 9일 영업 마감 시간까지 420달러(약 55조 6000억원)를 인출하려고 시도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 오전, SVB의 영업 시작 전에 SVB를 폐쇄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리자로 선임했다.
'슬랙'·SNS 통해 사실과 '가짜뉴스' 급전파 
8일 SVB는 최근 예금이 줄어들어 현금 조달을 위해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한 뒤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SVB 주식은 9일 개장과 동시에 폭락했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슬랙'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사실과 허구가 혼재되어 퍼지면서 고객들의 불안을 자극했고,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금을 대량으로 인출한 것이다.
WSJ은 SNS상의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즉각적인 대응 등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으나, 이번 SVB 파산에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SVB의 파산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 은행 실버 게이트 청산 등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악재와 맞물려 실리콘밸리에서 더 '발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WSJ은 덧붙였다.
대응책 마련 '동분서주'…그러나 "과한 반응 아냐" 분석 
SVB 파산으로 스타트업 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제때 돈을 인출하지 못한 고객은 앞으로 자신이 맡겼던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태가 됐다.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개인 신용 카드로 비용을 지불하고, 일부는 고객에게 새 은행 계좌로 자금을 입금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자금 마련 책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버룬 바드와르 스타트업 엔도르 랩스의 최고경영자는 "이 현상이 과잉반응처럼 보이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회사 운영을 예치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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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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