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금융학부에는 ‘투자론’이라는 전공과목이 있다. 이 과목에서는 투자에 관심을 끌기 위해 주식모의투자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2학기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이 유별나게 떨어졌다. 주식모의투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업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고, 어떤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졸기 일쑤였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밤새도록 코인 거래하느라 그렇다고 한다.
2020년 1월에 9328달러 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 3월까지 5만8783달러로 530% 상승한 후 6월까지 3만5037달러로 40% 하락하고, 9월까지 4만3834달러로 25% 재상승한 시점이었고, 학생들은 2021년 3월의 상승세가 재현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기대대로 10월 21일 6만1359달러로 40% 추가 상승했다. 흥미롭게도 학기말 코인으로 돈을 번 학생은 50명 중 3명이었다. 필자는 다음의 논리로 코인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첫째, 코인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가격은 술 취한 사람의 걸음처럼 무작위적으로 행보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승세에 올라타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투기다. 가격이 본질가치보다 현저히 낮을 때 사는 것이 투자이다. 그런데 코인은 본질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가격이 반 토막 나면 수익률은 -50%이고, 반 토막 났는데 원금을 회복하려면 수익률은 100%가 돼야 한다. 변동성이 높으면 상승과 하락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가격의 무작위 행보성으로 시점 선택이 거의 불가능해 잦은 매매로 거래비용만 유발할 뿐이다.
필자의 주장으로 학생들이 설득됐을까. 전혀 설득되지 않았으며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가 이후 필자의 화두였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코인에 끌리게 돼 있다'이다.
숲을 향하다가 곰을 만났다고 하자. 이때 뒤로 돌아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뒷걸음쳐서 천천히 도망치는 게 맞을까. 이성은 곰의 습성을 기억해내고 두 번째 행동을 선택하라 하지만 본능적으로 첫 번째 행동을 하기 십상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위험에 처하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위험을 피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코르티솔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해 팔과 다리로 피를 많이 보내 잘 달릴 수 있게 하고, 대상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동공을 크게 해 빛이 많이 들어오게 한다.
이러한 작용은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을 거쳐서 신체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서 곧바로 신체로 전달된다. 위험에 처했을 때 빨리 대처한 원시인만이 자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24시라고 하면 돈은 마지막 1분 26초에 생겨났고 증권시장은 마지막 6초에 생겨났다고 하니, 코인가격 급락의 공포 기제도 우리의 뇌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때는 편도체에 흥분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돼 극도의 즐거음을 느끼게 된다. 원시인이 잡기 힘든 사냥감을 잡는 데 성공했을 때 보상으로 분비돼 사냥을 열심히 잘하게 하는 기제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도파민의 또 다른 특성은 분비되고 나서는 원래의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흥분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우울해진다. 이전의 흥분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특성이 중독을 만든다. 카지노에서 큰돈을 번 사람이 결국에는 도박 중독으로 인생 파탄에 이르는 과정이 그러하다. 혹시 코인 투자에서 큰돈을 벌어서 흥분해본 적이 없는가. 잠시라도 시세판에서 눈을 떼면 불안하지 않은가. 혹은 코인 투자로 밤잠을 설치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러하다면 이미 중독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면 즐거운 것도 코르티솔과 도파민의 상호 작용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돈을 내고 타는가, 돈을 받고 타는가. 즐겁기 위해서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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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보다 코인이 나으니까.
세금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