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안 내고 김치통에 현금·골드바 숨겨…국세청, 체납자 696명 집중 추적

92세 체납자가 자녀에게 토지를 양도한 뒤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2억원어치의 현금과 골드바를 김치통 등에 숨겼다가 국세청의 수색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현금과 부동산 등 총 11억원을 강제징수하는 한편 체납자의 자녀·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고발 조치했다.
강원랜드 슬롯머신 당첨금을 숨긴 부동산분양업체 대표도 있었다.
이 대표는 5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은 채 수억 원의 당첨금을 수표로 받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하는 고액체납자 696명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주요 재산추적 대상자는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도박당첨금 등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특수관계자에게 재산을 편법이전한 체납자 81명 ▲수입명차 리스·이용, 고가사치품 구입 등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우선 첫 번째 대상은 세금은 납부하지 않은 채 사행성 게임(경마·경륜·슬롯머신 등)에 참여하고 고액의 당첨금을 수표로 수령해 재산을 숨긴 체납자와 사업소득 등을 빼돌려 특수관계자 명의로 해외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외화송금하고 보험금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등 216명이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해 금융조회를 통해 당첨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보험료 해외송금액의 자금출처 확인과 발행수표의 지급정지 및 지급청구권 압류 등 재산추적조사를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체납발생 전 특수관계인과 공모해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체납발생으로 부동산이 압류되자 가등기를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한 체납자도 있었다.
허위 근저당을 설정해 경·공매 시 특수관계인이 국세보다 우선 배당금을 수령하게 한 체납자 등으로 고의로 특수관계자에게 재산을 편법으로 이전하는 등 강제징수를 회피한 체납자다.
국세청은 명의를 원래대로 회복하기 위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체납처분 면탈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체납자 및 관련자를 고발하는 등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국세청은 수입 명차를 리스해 이용하거나 와인 구입 등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체납자 399명에 대한 집중 수색도 실시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를 직접 리스해 이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리스차량을 이용하는 체납자와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자녀 유학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고액 외화를 송금하거나, 고가 사치품을 구입하여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는 체납자 등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올해 하반기 287억원을 압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튜버의 슈퍼챗(시청자로 받는 후원금) 등 계속적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하는 한편, 가상자산을 친·인척 명의로 이전·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는 가상자산 추적프로그램을 활용해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 미술품·귀금속·상속재산 등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를 비롯해 호화생활 체납자에 대한 기획분석을 실시했고 실거주지 탐문·수색 등 현장 징수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올해 10월까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로 총 2조5000억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 확보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해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징수하겠다"며 "국세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등을 참고해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