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몇 권을 사다 - 은어낚시통신, 달려라 아비, 캐비넷
일산에 건담 프라모델을 사러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방문했다. 멀리서 보면 흡사 거대한 천둥새의 둥지처럼 건물의 모서리에 우뚝 솟아 있다. 과연 알라딘스럽다, 또는 박x근스럽다. 이런 서점의 점장으로 일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정해진 형식에 구애받는 것이 조금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책을 사러 와주는 매장의 관리자가 되어 뿌듯함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
다소 높은 계단을 걸어 올라 입구로 들어가자 탁 트인 넓은 공간 아래 서가가 가지런히 서있었다. 천장을 없애고 1층과 2층을 하나로 엮었다. 벽측의 계단을 통해 1, 2층을 연결하고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웅크리고 앉아 눈을 찡그리고 책을 찾아 다녔지만 개방된 공간 덕분에 기분은 상쾌했다. 정오의 햇살이 은은하게 실내를 비춰 책읽기에 딱 좋았다. 한 쪽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모두 앉아 책읽느라 바빴다.
서점에 오면 좋은 점이 있다. 나처럼, 나보다도 더 책을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는 사실. 묘한 경쟁심이 일지만 그 전에 드는 마음은 동료의식.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싶다, 라는 행복한 욕심. 알라딘의 사업전략 혹은 독자를 대하는 태도는 배울 점이 많다. 이날 서점에서 산 책은 윤대녕의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김애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 김언수의 장편 <캐비넷>, 고종석의 <히스토리아> 그리고 일서 <교양인의 독서생활>. 이기호의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사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마일리지를 써서 다 합쳐 1만원에 구입했다.
은대녕의 책은 한번도 읽지 못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은어낚시통신>으로 은대녕의 세계를 열어젖힐 것이다. 김애란은 <비행운>이 너무 좋았다. 그 감동을 기대하며 <달려라 아비>를 구입했다. 김언수의 <캐비넷>은 예전에 그의 <설계자들>이라는 책을 읽을 때 책 날개에 붙은 광고가 퍽 인상적이어서 골랐다. 사실 그 책은 기대만큼 재밌진 않았지만 한번 더 출판사의 광고를 믿고 골랐다. 지금 <캐비넷>은 반쯤 읽었는데 대만족이다. 정말 오랜만에 국내소설의 쫄깃한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고종석의 <히스토리아>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마다 주요 사건 사고를 이었다. 인물의 생몰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하루씩 읽을 작정이다. <교양인의 독서생활>은 언제 읽을지 고민이다. 사실 머리말도 읽지 못했다. 어떤 책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산 책이다. 왜 그랬을까. 출판학교 은사께서 페이스북에 좋은 책이라고 소개해줬던 기억이 난다. 때론 100개의 광고보다 지인의 한마디가 더 강한 법.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빨리 책을 읽어야겠다.
* 관리자11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8-25 16:22 / 자유게시판 / no : 36893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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